신화사/김정호 번역
등록일 : 2026.02.24
설국여행-3.png.jpg
창문 얼음에 그려진 그림 앞에서 관광객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다 (신화사 기자 )

 

올해 춘절, 북쪽으로 향하는 한 대의 열차가 헤이룽장(흑룡강)의 빙설 시즌을 조용히 늘려 놓았다. 얼음과 눈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청춘 전용열차’로 떠오른 이 열차는 시간을 다투지 않는다ㅡ 총 1,319km, 편도 17시간. 화려하지도 않다—경침(硬卧, 딱딱한 침대차) 요금이 200위안(4만원)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 객차 가득한 젊은이들과 ‘북쪽을 찾는’ 유쾌한 만남이 있다.

 

“출발 전엔 하얼빈 중앙대로에서 마드예르 아이스바를 베어 물었고, 17시간 뒤엔 모허(漠河) 북극촌에서 ‘이빨이 얼 만큼’ 차가운 산자(빙탕후루)를 베어 물 거예요!” 상하이 출신 샤오린은 K7039차 하카 룽장 설운호 앞에서 표를 들고 셀카를 찍는다. 빨갛게 언 콧끝, 눈엔 빛이 튄다.

 

올라타세요! 이 느린 기차 자체가 곧 목적지입니다.

 

모허-1.png.jpg

 

“모허 가는 표를 구하는 건, 공연 티켓보다 더 어려워요!” 안후이의 대학생 쉬멍제는 세 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이번 모허 여행에 잔뜩 기대를 걸었다.

 

하얼빈객운단 모허차대(车队) 당총지부 서기 마허신은, 2025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이 열차의 탑승률이 98% 이상이며, 그중 ‘00허우(2000년대생)’ 비중이 60%를 넘는다고 소개했다.

 

왜 비행기 대신 느린 기차일까? 젊은 승객들의 답은 비슷하다. “비행기를 타면 두 시간 만에 모허에 도착하지만, 그러면 다싱안링(大兴安岭)의 설화(서리꽃) 갤러리를 통째로 놓치고, 객차 안 남녘·북녘 이야기가 오가는 교환의 시간도 놓치며, 17시간에 걸친 ‘찾아가는 북의 청춘 파티’도 놓치게 되죠!”

 

설국여행-2.png.jpg
하얼빈에서 모허로 향하는 ‘설국 열차’ 안, 승무원이 관광객에게 특색 과일 플레이트를 건넨다. 

 

객실 문을 미는 순간, 시간이 반 박자 느려진 듯하다. 객차 연결부에 놓인 ‘시간 우체함’이 이 여정의 흔적을 단단히 찍어 둔다. 여행자는 흔들리는 객차 안에서 창밖 설경을 배경으로 소원을 적고, 먼 곳의 누군가에게 ‘눈 알갱이를 품은 편지’를 보낼 수 있다. 다른 객차에는 “북국의 눈 속에서, 글자의 온도를 만나다”, “북으로 향하는 길, 풍경을 읽다” 같은 문구가 걸려 있다. 열차 끝의 북카페엔 ‘북극촌 동화’의 눈버섯, ‘동북 이야기’의 따뜻한 온돌방, ‘얼구나강 우안’의 순록이 책 속에 잠들어 있고, 따스한 샛노란 조명 속에서 생각은 북극촌의 밤하늘로 떠오른다.

 

설국여행-4.png.jpg
승무원이 ‘시간 우체함’에 담긴 승객 메시지를 정리한다. 

 

설국여행-5.png.jpg
문학 객차에 걸린 책갈피

 

객차엔 ‘북을 찾으러’ 아주 머~언 곳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이 가득하다. 누군가는 카메라로 창밖 풍광을 담고, 누군가는 모락모락 김 오르는 컵라면을 나눠 먹으며 다음 일정을 이야기한다. 열차가 설원을 가르며 달리고, 바퀴와 레일이 부딪히는 ‘쾅당쾅당’ 소리는 북국만의 교향처럼 들린다.

 

다음 날 오전, 열차는 모허역에 닿는다. 문이 열리자 영하 35도의 찬 공기가 들이치지만, 곧 환호가 터진다.

 

쉬멍제와 친구들은 모허에 도착하자마자 ‘모허’라고 적힌 깃발을 펼쳐 플랫폼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깃발에는 이름 약자들이 빼곡하고, “생활 순조롭게”, “평안과 행복”, “세계 평화” 같은 소망이 빼곡하다.

 

설국여행-6.png.jpg
모허역에서 손그림 깃발을 펼쳐 보이는 관광객들

 

“우리가 객차에서 깃발을 그리는 걸 보고, 많은 분이 자기 이름도 올리고 싶어 했어요. 결국 지금의 ‘단체 가족사진’이 됐죠.” 쉬멍제가 웃는다. 북행 열차 안, 또래 젊은이들은 손그림 깃발에 이름과 축원을 남겼고, 후난성에서 온 꼬마는 사투리로 “언니들 여행 잘 다녀오세요”라고 인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차장이 우리에게 편지를 쓰자고 권한 거예요. 그 편지는 최북단 우체국으로 가서, 미래의 나에게 도착한대요.”

 

쉬멍제는 펜을 들어 적었다. “사랑하는 나, 이 편지를 다시 받는 날엔 네가 더 자라 있길, 널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 곁에 있길. 축하해, 너는 북을 찾았어!”

 

설국여행-7.png.jpg
모허 북극촌의 ‘최북단 우체국’(드론 촬영)

 

이 눈의 나라 느린 기차는 매일 흔들흔들 달린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어떤 이는 왔다가 떠나고, 어떤 이는 머문다. 민박을 열고, 라이브 방송을 하고, 여행 사진 스튜디오를 열고, 산나물을 팔고…. 얼음과 눈의 세계를 창업의 뜨거운 땅으로 바꾸며, ‘차가운 자원’을 ‘뜨거운 경제’로 푹 끓여 낸다. 혹한 속에서, 그들은 자기만의 이상을 뜨겁게 지어 올리는 중이다. 국경의 작은 도시 모허는, 이들이 찾아오며 지리적 경계에서 수많은 이들의 마음속 ‘가장 따뜻한 좌표’로 변모하고 있다.  (신화사 기자 장웨이, 쉬카이신, 선이진)

 

출처: 신화사,  2026.02.22

 

[울산함성 무료구독 신청]  https://t.me/+ji13hLs-vL83ZTBl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다극화 시대에는 더욱 '항로 교정'이 필요하다

2026.02.28

 'AI 기후 구원론'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2026.02.28

룰라의 아시아 친구 관계 확장은 깊은 의미가 있다

2026.02.27

탄약 비축 부족, 동맹 지지 결여… 미 합참의장 "이란 군사행동 위험 크다"

2026.02.26

이 사법적 대결은 미국 관세전쟁의 향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6.02.26

트럼프 관세 무효 판결 이후 각 국가와 기업의 대응

2026.02.24

눈의 나라 느린 기차: “북극”으로 떠나는 청춘 파티

2026.02.24

‘질주하는’ 활력이 만개했던 중국의 춘절

2026.02.24

홍콩 매체: 중국 기업, 글로벌 공중보건에 새 길을 닦다

2026.02.20

영토 문제가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오르다… 러·우의 힘겨루기, ‘심해 구역’으로 진입

202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