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안펑(王元丰)/ 김정호 번역
등록일 : 202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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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에서 "현시대 최대의 도전 중 하나"로 꼽힌 기후변화 문제가, 글로벌 거버넌스 차원에서 강력한 역풍을 맞고 있다. 바로 지난달, 미국의 《파리협정》 재탈퇴가 공식 발효되었다. 미국은 동시에 《유엔기후변화기본협약》(UNFCCC)에서도 탈퇴했다. 1992년에 체결된 이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 협정은 모든 국제 기후 협력의 기초 프레임워크 즉 '뿌리'로서, 2025년 11월 기준 198개 체약국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미국은 이 협약 서명 이래 최초로 탈퇴한 국가가 되었다. 《파리협정》 탈퇴가 구체적인 기후 행동 약속의 포기라면, UNFCCC 탈퇴는 글로벌 기후 협력의 협상 테이블에서 완전히 떠나겠다는 것으로, '책임 회피' 의도가 더욱 명백하다.

 

ㅡ 본질은 '기술 가속주의'

 

미국이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 영역에서 '짐을 내려놓고' 심지어 역행하는 배경에는, 국제 지정학적 대결 및 자국 화석에너지 이익과 관련된 계산 외에도, 극히 미국적 특색을 지닌 기술 사조가 잠재해 있다 ㅡ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 과학기술계 일부가 인공지능(AI)을 인류 기후 곤경을 타개할 '궁극적 해답'으로 점점 더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후 행동이 이미 일련의 좌절과 장애를 겪고 있는 현 시점에서, AI에 의탁한 '기후 구원'이라는 구상이 등장하자마자, 이는 미국이 기후 거버넌스 책임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구실 중 하나가 되었다. 다만, 관련 논조는 격렬한 논쟁과 광범위한 비판도 불러일으켰다: 이 극단적인 '기술 낙관주의'가 언젠가 실현된다 하더라도, 기후변화 대응의 긴박성이 급격히 높아진 오늘날에는 이른바 '먼 물로 가까운 불을 끌 수 없는' 격이며, 현재 글로벌 기후 행동의 실제 수요와의 간극이 막대하다.

 

미국 과학기술계 일부의 'AI 기후 구원론'은 본질적으로 '기술 가속주의(techno-accelerationism)'가 기후변화 영역에서 나타난 하나의 표현이며, 그 이면에는 기술 진보와 돌파에 대한 극한의 상상, 그리고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절대적 신앙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감축과 온도 억제에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을 때, 실리콘밸리 관계자들은 'AI에 의존하여 기후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AI의 발전이 '거의 무한한 지능'과 '충분한 에너지'를 가져올 것이며, 지능형 알고리즘을 통한 글로벌 기후 시스템의 정밀 시뮬레이션, 에너지 이용의 극한 최적화, 감축 경로의 과학적 설계 등으로 기후 거버넌스의 기술적 난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더 매력적인 잠재적 방안으로서, 이 사조의 지지자들은 AI를 핵융합 기술과 결합시켜, AI가 방대한 데이터 연산과 복잡한 모델 추론을 통해 핵융합 상용화의 기술적 병목을 돌파하고, 인류에게 제로 탄소·무한 에너지 공급을 제공하여, 나아가 화석연료 시대를 완전히 종식시키고 인류가 직면한 기후 곤경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후 의제를 둘러싼 국제 대결의 복잡한 고려가 가미된 후, 이 이념 또는 관점은 더욱 직접적이고 명료해진다. 즉, 국제협정이나 정책적 제약 등을 통해 기후 문제에 대응하기보다는, 기술의 진보와 자기 혁신을 가속화하거나 심지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 발전 촉진을 위해 수많은 조치를 내놓았다. 예를 들어 '글로벌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인공지능 행동계획 발표, 미국 과학기술 기업에 정책·자금 지원을 제공하는 '창세기 계획(Stargate Project)' 가동, 실리콘밸리 거대 기업과 군수·에너지 등 분야 기업 간의 심층 협력 추진, AI 인프라·초고성능 컴퓨팅 센터·데이터센터의 대대적 배치 등이다. 미국의 정책 논리와 목표는 매우 명확하다: 인공지능을 동력으로 하는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의 중요 지점을 선점하여 '절대적 우위' 나아가 기술 독점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미래 과학기술 영역은 물론 더 넓은 차원의 글로벌 규칙 제정권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인공지능 발전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책임에서 벗어나 화석연료 의제를 밀어붙이는 — 본래 직접적 관련이 없는 두 분야의 정책 방향이, 미국 과학기술계 일부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폐쇄 회로(closed loop)로 엮이면서, 그들이 'AI 기후 구원론'을 선전할 공간을 제공하고, 미래에 대한 기술적 상상을 현재의 기후 책임 회피 구실로 변질시키고 있다.

 

ㅡ 현실 차원의 다중 질문

 

그러나 사실상, AI를 주된 배경으로 한 이 '기후 구원론'은 처음부터 현실 차원의 다중 질문에 직면해 있으며, 기술 발전에 대한 궁극적 낙관적 상상과 현재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의 절박한 수요 사이에는 회피할 수 없는 모순이 존재한다.

 

첫째, 기술 구현의 시간차와 기후 위기의 긴박성이 상충한다.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의 핵심 요구는 '즉각적 행동'이다 —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이미 여러 차례 경고했다. 2030년 이전에 글로벌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지 못하면, 1.5℃ 온도 억제 목표는 완전히 물거품이 되고, 기후 재난의 비가역적 위험이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 반면 AI의 발전, 특히 초인공지능(ASI)이나 범용인공지능(AGI)의 실현은 현재 여전히 이론 탐색과 기술 축적 단계에 있으며, 실리콘밸리의 낙관론자들조차 명확한 구현 시간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AI와 핵융합 기술의 결합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 핵융합 상용화는 현재 여전히 소재, 제어, 비용 등 여러 방면의 난제에 직면해 있으며, AI의 지원을 받더라도 관련 분야의 획기적 진전이 언제 도래할지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아직 기대와 탐색 단계에 있는 기술혁명으로 현재 반드시 취해야 할 감축 행동을 회피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일종의 '지연 전술'이며, 글로벌 기후 시스템의 추가 악화만 초래할 뿐이다. 이렇게 되면, 언젠가 AI 기술이 기후를 '구원'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하더라도, 이미 그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을 수 있다.

 

둘째, '기술 만능론'은 기후 거버넌스의 핵심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


글로벌 기후 문제의 본질은 결코 순수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제협력, 제도 설계, 이익 균형 등 여러 방면에 걸친 것이다. 미국의 기후 협약 탈퇴는 선진국이 마땅히 져야 할 역사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며, 자국의 화석에너지 이익이 손상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기후협상에서 보이는 의견 차이의 본질은 발전권과 감축 책임의 대결이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자금·기술 이전 등에서의 모순이다. AI는 기술 도구로서, 그 자체로는 가치 판단과 이익 조정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 감축 기술을 최적화하고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누가 감축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누가 개발도상국에 기후 자금을 제공할 것인가', '어떻게 대국의 일방주의 행위를 제약할 것인가' 등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설령 미래에 AI가 획기적 발전을 이루더라도, 글로벌 통일적인 기후 거버넌스 체계가 없고 각국의 집단 행동이 없다면, 기술 성과는 조율된 기후 행동으로 전환되기 어려우며, 오히려 소수 국가가 기후 기술을 독점하고 지정학적 이익을 도모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셋째, ASI·AGI가 실현되더라도 불확실성은 남는다.

 

나아가, ASI나 AGI 등 인공지능의 장기적 발전 비전이 최종적으로 실현되더라도, 그것이 진정으로 기후 문제의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수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초인공지능이 인류의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에 회의적인 일부 분석이 지적하듯이, 미국의 일부 대형 과학기술 기업은 초지능이 기술적 '만병통치약'이 될 것이라고 약속하지만, 이 약속은 물리학의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일단 인류가 남은 탄소 예산을 소진하면, 세계는 그 핵심적이고 위험한 '임계점(tipping point)'을 넘게 되며, 이 문제는 열역학 법칙이 구동하는 폭주하는 기차 — 초지능이 어떻게 해도 대응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ㅡ 필요한 것은 능동적 행동이지, 손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종합하면, 미국 과학기술계 일부의 'AI 기후 낙관주의' 내지 'AI 기후 구원론'은 처음에는 기술 진보에 대한 극한의 낙관적 기대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으나, 진화·발전 과정에서 점차 미국의 일방주의 및 패권 사고와 혼합되었다. 이는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의 복잡한 문제를 기술 문제로 단순화하고, 국제사회의 집단적·종합적 행동을 단일 분야의 기술 경쟁으로 대체하며, 기후 위기의 긴박성과 현실성을 무시하는 동시에, 세계 누적 탄소 배출 1위 국가로서 미국의 역사적 책임도 회피하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것은, AI가 현재와 미래의 기후 모니터링, 감축 최적화, 에너지 계획 등 분야에서 확실히 중요한 기술적 역량 강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세계의 다른 일부 국가들도 AI 기술과 기후 거버넌스의 심층 융합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러한 융합의 전제는 AI를 도구로 삼아 글로벌 기후 다자 협력의 전체 목표에 봉사하게 하는 것이지, 이를 구실로 삼아 현재 마땅히 져야 할 행동 책임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AI 기후 구원론'이 제공하는 시각 속에서, 미국이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 문제에서의 '탈퇴'·'책임 회피'와 AI 분야에서의 '진군'·'쟁탈'이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인류 역사는 이미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증명했다. 어떤 글로벌 문제의 해결도 특정 단일 국가나 특정 분야의 기술 돌파에 단순히 의존할 수 없으며, 더더욱 관련 문제의 긴박성과 필요성이 이토록 자명한 현 시점에서,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상상'을 구실로 귀를 막고 눈을 가리며 안주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현 단계에서, 인공지능은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에 새로운 기술적 경로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인류의 집단적 선택을 대체할 수는 없다. 감축의 기술적 수단을 최적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익 분배를 포함한 수많은 이해 대립을 해결할 수는 없다. 미국 과학기술계 일부가 'AI 기후 구원론'을 제기하고, 이어서 정책계나 경제계 일부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기후 거버넌스 문제에서의 미국의 책임 결여를 가릴 수 없다.

 

'기후 문제가 눈앞에 닥쳤다'는 것이 이미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공감대가 된 상황에서, 글로벌 기후 행동의 희망은 결코 능동적 노력을 포기하고 시간 진도가 아직 불명확한 기술 돌파를 손 놓고 '기다리는' 데 있지 않다. 각국이 일방주의를 버리고 다자적 공감대로 복귀하여, AI를 포함한 각종 기술을 인류 집단행동의 협력을 증진하는 데 활용하는 것에 있다. 오직 그래야만 기술이 진정으로 '구원'과 '구제'의 힘이 될 수 있다.
[저자: 왕위안펑(王元丰) — 중국발전전략학연구회 부이사장, 베이징교통대학 탄소중립 과학기술·전략연구센터 주임]

 

2026년 02월 24일 

출처:  환구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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