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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강조해 온 ‘공정’과 ‘투명성’의 가치가 최근 언론계에서 불거진 기사 삭제·수정 논란과 맞물리며 도마 위에 올랐다. 재벌가 특권과 언론의 편집권 독립 문제를 동시에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4년 전 사건, 올해 온라인 기사에서 사라져
2021년 7월, 정의선 회장의 장남 정창철 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64%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고, 법원은 약식명령으로 벌금 9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사건은 실명과 함께 다수 언론에서 보도된 공적 사안이었다.
그러나 2025년 9월, 정의선 회장의 장남 정창철 씨가 현대차 일본 법인에 입사하며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과거 음주운전 사고 관련 온라인 기사들이 다수 언론사에서 삭제되거나 제목·본문이 수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정의선’ 이름은 ‘현대차 회장 자녀’ 또는 ‘장남’으로 바뀌었고, 기사 자체가 비공개 처리되기도 했다. 한겨레, 연합뉴스, SBS, YTN 등 최소 6개 언론사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편집총국장은 기사 제목과 본문 수정 사실을 시인하며 “변명의 여지 없이 잘못된 판단”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도 편집국장 결정으로 제목을 수정하고 독자에게 사과했으나, 편집 과정에서 기자들과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벌가 자녀와 일반 시민, 다른 잣대
이번 논란은 단순한 기사 정정 문제가 아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동일한 범법 행위를 했더라도 재벌가 자녀와 일반 시민에게 적용되는 사회적 책임의 잣대가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반 시민이 같은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면, 사건은 언론과 사회적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불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재벌가 자녀는 사건 이후에도 해외 핵심 법인에서 경영 수업을 받는 등 실질적 불이익을 거의 겪지 않는다.
정의선 회장의 장남 정창철 씨는 현재 현대차 일본 현지법인 ‘현대 모빌리티 재팬’에서 상품기획 업무를 맡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3~4세 경영 수업의 일환으로 평가한다.
공정, 선언이 아닌 적용
정의선 회장은 양궁협회에서 “공정한 경쟁이 스포츠의 가치를 높인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공정이라는 가치가 권력과 재력 앞에서 어떻게 선택적으로 적용되는지를 보여준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대기업 민원으로 기사 삭제·수정이 이뤄진 것은 편집권 침해이자 공정보도 원칙 위반”이라며, 언론사에 기사 원상 복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현대자동차그룹에는 “자신에게 불리한 언론 보도를 지우려 하지 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경고했다.
노동자와 시민이 묻는다
공정은 왜 늘 노동자에게만 엄격하게 적용되는가. 권력자의 가족에게는 시간이 흐르면 면죄부가 주어지고, 언론의 제목은 강자 앞에서 먼저 바뀌는가. 정의선 회장이 양궁계에서 강조한 공정과 투명성은, 이제 자신의 사회적 권력 앞에서도 동일하게 실천되어야 한다.
이번 논란은 재벌 권력과 언론 자율성, 사회적 책임의 기준이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다시 묻게 한다. 공정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며, 그 실천의 시작은 권력 중심에서부터 증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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