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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에서 올해 들어 노동자 5명이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은 가운데, 금속노조가 고강도 노동감독의 실효성을 강하게 비판하며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직접 대화를 촉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3일 오후 서울고용노동지청 앞에서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강력 규탄 및 노동부 장관 면담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의 반복되는 중대재해와 노동부의 감독 실태를 규탄했다.
최근 사고는 지난 8월 28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8시 23분께 현대중공업 한우리회관 지하 1층 기계실에서 노동자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금속노조는 해당 노동자가 혼자 A형 사다리에 올라 작업하던 중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는 아래쪽 발판이 찌그러진 A형 사다리가 발견됐다. 노조는 “1.2m 이상 높이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작업할 경우 2인 1조 작업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필요하지만 재해자는 혼자 작업하고 있었다”며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를 요구했다.
앞서 8월 14일에는 현대중공업 용연공장에서 후진하던 트레일러에 노동자가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노동자는 치료를 받았으나 9월 1일 결국 숨졌다. 노조는 비좁은 공간에서 제한된 시야로 트레일러가 후진하면서도 유도자가 배치되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
올해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이번 사고들을 포함해 모두 5건에 이른다. 지난 4월 9일에는 창정비 중이던 잠수함에서 발생한 화재로 노동자 1명이 숨졌고, 7월 18일에는 이주노동자가 곤돌라와 족장 사이에 목이 끼여 사망했다. 7월 24일에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H-빔 취부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취부기와 러그 사이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금속노조는 이들 사고가 모두 ‘끼임·추락·충돌’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예방할 가능성이 있었던 재래형 중대재해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부가 지난 8월 18일부터 현대중공업에 대해 “특별감독에 준하는 고강도 감독”에 착수했다고 밝힌 상황에서 또다시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당시 “동일 유형의 중대재해 반복은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방증한다”며 무관용 원칙에 따른 조사를 강조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노동부의 고강도 감독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지켜지지 않은 사고가 발생했다”며 “대체 노동부는 그동안 사업장 감독을 어떻게 해왔기에 회사가 노동부 감독을 이처럼 우습게 여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이 지난 7월 29일부터 사흘간 ‘안전 셧다운’을 실시하고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집중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재발 방지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시적인 안전조치나 보여주기식 감독만으로는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노동부의 현장 감독 방식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금속노조는 일선 노동청의 감독 실태와 자본과의 유착 여부 등을 포함해 노동감독 전반을 철저히 조사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특히 “위험하면 노조가 작업을 중지하면 되지 왜 노동부에 이야기하느냐”는 일선 노동청 관계자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것이 지금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노동행정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에 대해서는 현대중공업 경영책임자인 이상균·금석호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할 것을 요구했다. 반복되는 중대재해에 대한 경영책임을 국민 앞에서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속노조는 김영훈 장관에게도 직접 답변을 요구했다. 노조는 “62명의 감독관이 투입된 상황에서 또다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노동부 수장으로서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날 노동부와 현대중공업에 각각 요구안을 제시했다.
노동부에는 ▲김영훈 장관과 금속노조의 직접 대화 ▲노동감독 실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책 마련 ▲중대재해 원인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과정에서 노조 참여 제도화 ▲현대중공업 경영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했다.
현대중공업에는 ▲경영책임자의 공개 사과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 수립 ▲사고 원인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에 노조 참여 보장 ▲HD현대그룹의 3조5천억원 조선 부문 안전예산 조기 집행 ▲사고 수습자와 목격자를 비롯해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노동자에 대한 치료 보장을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노동자의 생명을 잃고 나서야 대책을 내놓는 방식으로는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다”며 “반복되는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돌릴 것이 아니라 경영책임과 노동감독의 실효성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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