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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양경수 집행부가 경사노위 참여를 추진하는 논리는 명확하다. 지난 9월 17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제출한 안건은 "합의제 운영, 산별 참여 보장, 명칭 변경 세 가지 원칙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위 내용이 합의되면 경사노위에 참여하여 법·제도적 절차를 완료한다"는 것이다.
양경수 위원장은 대의원대회 소집 취지를 설명하면서 "AI 확산과 산업전환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반면 노동자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메가프로젝트와 미래대응기금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상황에서 노동자와의 교섭 없이 정책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이어 "민주노총의 요구사항이 먼저 약속된다면 경사노위 참여를 통한 법·제도 정비가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대의원들의 조직적 결정을 통해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집행부가 제시한 3대 원칙은 1999년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줄곧 제기해온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당시 민주노총은 경사노위가 '노동계 양보만 끌어내며 정부 정책을 추인하는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며 탈퇴했다. 집행부는 이번 조건부 참여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장치라고 주장한다.
ㅡ 중집에서 임대까지, 결정 과정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논의는 지난 7월 23일 중앙집행위원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집은 "현재 형태의 경사노위로는 참여의 실효성이 없다"며 불참을 유지하되, "명칭 및 의결 구조를 개편한 새로운 사회적 교섭 기구를 제안·쟁취하며, 전환적 가치를 담은 명칭 변경과 숙의·합의제 운영 방식을 관철하고, 산별이 직접 참여하는 노사정 논의 체계를 구축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이후 정부와의 협의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9월 14일 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이 제안한 합의제 운영, 업종·산업별 의제 활성화, 명칭 변경 등에 "공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다만 정부는 이 개선 논의의 전제 조건으로 경사노위 선참여를 요청했고, 민주노총은 이를 거부했다.
9월 17일 중집에서 집행부는 조건부 참여 안을 제출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노동부가 제시한 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고, "사회적 교섭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으나 결론을 짓지 못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이날 대의원대회 소집을 직권으로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기구 참여 결정은 대의원대회를 통해 이뤄져야 하므로" 소집을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대의원대회는 10월 7일 오후 1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안건은 '사회적 교섭 추진 건'으로, "합의제 운영, 산별 참여 보장, 명칭 변경 세 가지 원칙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위 내용이 합의되면 경사노위에 참여하여 법·제도적 절차를 완료한다"는 내용이다. 대의원대회에서 가결되더라도 실제 참여까지는 정부와의 3대 조건 합의가 추가로 필요하다.
ㅡ 집행부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
집행부가 논란이 큰 사안을 임시대의원대회 표결로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우선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지난 8월 21일부터 9월 11일까지 조합원 4,86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87.8%가 사회적 교섭 추진에 찬성했다. '매우 찬성' 51.5%, '찬성' 36.3%였다. 추진 시기에 대해서도 '지금도 늦었으니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가 51.7%로 과반을 차지했다.
집행부는 또한 '선거 이후에는 늦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양수 부위원장은 "사회적 교섭을 제기하는 것은 노동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개입하기 위해서"라며 "정부가 AI 도입, 메가특구 지정, 미래대응기금 조성 등 노동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정책을 연말까지 결정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선거 이후에는 중앙과 지역본부, 상당수 산별노조의 집행부가 교체돼 조직적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별 조직의 분위기도 집행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속노조는 이미 지난 7월 경사노위가 참여하는 조선업 노사정 협의체에 참여했다. 민주노총이 1999년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 이후, 금속노조가 경사노위 관련 협의체에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산별 차원에서 업종별 현안 해결을 위한 실용적 접근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금융서비스 등 일부 업종 조직의 경우 업종별 위원회가 경사노위 산하에 이미 운영되고 있어, 경사노위 참여가 이들 조직의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될 수 있는 조건이다. 경사노위는 산하에 금융, 해운 등 업종별 위원회를 두고 있다.
ㅡ 집행부안 관철될지는 미지수
하지만 집행부의 자신감이 실제 표결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지금은 정부가 연내 '메가특구특별법'을 통과시키려고 내심 작정한 마당에, 이를 저지할 투쟁을 조직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메가특구법에는 기간제 사용기한 연장, 파견 허용 업종 확대,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상한 미적용, 소득 상위 3% 노동자 수당 미지급 등 자본의 숙원이 담겨 있다. 정부는 한편으로 사회적 대화를 제안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연내 입법을 겁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냐 불참이냐'를 둘러싼 내부 논쟁이 길어질수록, 메가특구법을 저지할 투쟁은 지연되고 조직의 에너지는 분산된다. 경사노위 참여 문제는 검토하더라도 이 투쟁의 부차적 문제로 위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음으로, 설문조사에서 찬성 87.8%는 '사회적 교섭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지 '현행 경사노위 참여'에 대한 찬성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설문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전국노동자정치협회는 "민주노총이 사전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여론조사"라면서, 만약 "객관성을 높이려면 자본가 단체가 과반수 입장을 제시할 경우 불참할 의견, 노동유연화나 자본의 개악 내용이 포함될 경우 불참할 의견, 정부가 노동후퇴를 강요하는 입법을 강요할 시 전면 투쟁에 동참할 의지 등을 물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참여 시기 문항 역시 "민주노총이 제시한 3원칙과 의제가 수용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 원칙 관철 여부와 무관하게 '신속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기존 경사노위의 가장 큰 한계로 '사회적 합의의 구속력과 이행의 한계'(26.8%), '정부의 일방적 진행으로 노동계 들러리 전락'(25.3%)을 꼽았다. 사회적 교섭 반대 이유로도 '결국 정부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들러리가 될 것'이 37.8%로 가장 많았다.
민주노총이 제시한 3대 원칙 가운데 가장 우선해야 할 것으로는 '합의제 운영 방식 변경'이 42.1%, '산별 직접 참여 보장'이 37.0%로 나타났다. 이는 조합원들이 사회적 교섭 자체보다 그 운영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행부가 경사노위 참여를 관철하려면, 단순히 '교섭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넘어 메가특구법 저지 투쟁을 실제로 조직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 무릇 투쟁이 전제되지 않은 협상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천을 바탕으로 '이번 경사노위 참여가 실제 과거와 다르다'는 설득에 성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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