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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들어가며: 누가 긴장을 만들어냈는가?
일본이 다시 군사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방위비를 GDP 대비 2%로 끌어올리고,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춘 토마호크 미사일을 도입하며, 반격능력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선제타격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 이 모든 움직임의 명분은 '중국 위협'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일본이 아무리 재무장을 서두른다 해도, 이미 중국은 경제 규모나 군사력 면에서 일본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초거대 국가로 성장했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처럼 중국 본토를 침공하거나 정복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그렇다면 일본은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이처럼 공격적인 군사력 증강에 나서는 것일까?
이를 위해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누가 이 긴장을 만들어냈는가? 일본 정부와 보수 언론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해양 활동 확대를 위협으로 규정하며 재무장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현재의 중일 긴장 구도는 2012년 9월 일본 정부가 조어도(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일방적으로 '국유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본격화되었다. 그 이전까지 양국은 이 문제를 사실상 동결하며 관리해왔다. 긴장의 불씨를 지핀 것은 일본이었다. 그 이후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고, 방위비를 지속적으로 증액하며, 헌법 해석을 바꿔가며 군사 대국화의 길을 달려왔다. 중국의 대응은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의 재무장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단순한 방어적 대응이 아니다. 일본은 2012년 조어도 국유화 선언 이후 지속적으로 중국과의 긴장을 고조시켜 왔으며, 이를 빌미로 전후 평화헌법 체제를 사실상 해체하고 군사 대국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일본이 내세우는 명분은 중국의 위협에 대한 억지력 확보지만, 실상은 압도적인 힘의 격차가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도 군사력 증강을 멈추지 않으며, 미일동맹 내에서 자신의 발언권을 높이고 역내 질서 재편 과정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복합적인 목적이 작동하고 있다. 이는 과거 아시아를 침략했던 전범국가가 피해자 프레임을 활용해 재무장을 정당화하는, 21세기 지정학적 환경을 이용한 위험한 군국주의 회귀로 봐야 한다.
1. '억지'라는 이름의 ‘공격 능력’ 확보
일본이 중국을 겨냥한 군사력 증강에 나서는 첫 번째 명분은 이른바 '억지력' 확보다. 센카쿠 열도, 오키나와, 대만해협 등 동중국해와 서태평양 일대에서 중국이 빠르게 기정사실을 만들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 분산 배치된 미사일 전력, 강화된 감시·정찰 체계를 통해 중국의 군사 작전 비용을 높이겠다고 말한다. 표면적으로는 방어적 억지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본이 확보하려는 장거리 타격 능력은 본질적으로 공격 무기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중국 본토의 군사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이며, 이는 전수방위(專守防衛)라는 전후 일본의 방위 원칙과 명백히 배치된다. 일본은 이를 '반격능력'이라는 용어로 포장하지만, 선제타격과 반격의 경계는 모호하다. 더욱이 누가 먼저 공격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전쟁 상황에서 극도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일본이 이러한 능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책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은 과거 아시아 전역을 침략하고 수천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전범국가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하고,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해왔다. 이런 나라가 '중국 위협'을 내세우며 공격 능력을 갖추는 것은, 단순히 억지력 확보가 아니라 과거 침략 전쟁의 주체였던 국가가 다시 군사력을 앞세운 지역 패권 경쟁에 뛰어드는 것으로 봐야 한다.
더욱이 일본이 말하는 억지의 논리는 일방적이다. 일본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위협으로 규정하지만, 자신들의 군사력 증강은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보면, 과거 자신들을 침략했던 나라가 다시 군사력을 키우며 자국을 겨냥하는 것은 명백한 위협이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 국유화로 긴장을 촉발했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군사력을 증강하며 중국을 자극해왔다. 중국의 대응을 '위협'이라고 규정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그 위협을 만들어낸 주체라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
2. 동맹 내 지위 격상: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편승한 군사 대국화
일본 재무장의 두 번째 목적은 미일 동맹 내에서의 위상 변화다. 전후 일본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서 경제 발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일본은 단순히 보호받는 동맹국이 아니라, 미국과 함께 작전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군사 파트너로 올라서려 한다. 표면적으로는 동맹 강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에 적극 편승하며 자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자 전진 기지 역할을 한다. 일본은 이 기회를 활용해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심화시키며, 표적정보 공유, 통합 지휘통제, 해상 및 공중작전의 공동 수행 등에서 핵심 역할을 맡으려 한다. 이는 단순히 무기를 더 사는 것이 아니라, 작전 계획 단계에서부터 일본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을 미중 대결의 최전선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대만 유사시 미일 공동 작전을 상정하며 군사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대만 문제를 중국 내정 문제로 보는 국제법적 원칙을 무시하고, 일본이 대만해협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다. 과거 대만을 식민 지배했던 일본이, 이제는 대만을 빌미로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일본은 이 과정에서 동맹 내 발언권을 높이며,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 군사 행동의 여지를 넓히려 한다. "우리도 피를 흘릴 준비가 되어 있으니, 우리 목소리도 들어달라"는 논리는, 결국 일본이 미국의 승인 없이도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상국가'가 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다. 이는 전후 평화헌법 체제의 근본적 해체를 의미하며, 과거 군국주의 일본의 부활을 우려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3. 국내 정치와 정상국가화: 위협 만들기와 평화헌법 해체
일본 재무장의 세 번째 동력은 국내 정치다. 일본 보수 정치세력은 오랫동안 전후 체제, 특히 평화헌법을 '패전의 굴레'로 여겨왔다. 그들이 꿈꾸는 것은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국가'다. 하지만 평화헌법 개정은 민중적 저항이 크고 정치적 부담이 컸다. 그래서 일본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위협 만들기'를 통한 우회 전략이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 해양 활동 확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은 일본 정치권에서 방위비 증액과 군사력 강화를 정당화하기에 매우 유용한 재료다. 일본 정부와 보수 언론은 이러한 외부 위협을 과장하고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민중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 "중국 위협"이라는 프레임은 유권자에게 직관적이고, 관료조직과 방위 산업계에도 강력한 파급력을 갖는다. 이렇게 조성된 위기감 속에서 일본 정부는 헌법 해석을 바꾸고, 방위비를 증액하며, 군사력을 증강해왔다.
구체적으로 일본은 헌법 9조를 정면으로 개정하기보다는, 해석과 용어를 통해 우회해왔다.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세계 5위권의 군사력을 유지했고, '전수방위'를 표방하면서도 이제는 '반격능력'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선제타격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도 제한적으로 행사 가능하도록 해석을 바꿨다. 이 모든 과정은 현실을 먼저 바꾸고 규범은 나중에 맞추는 방식이다. 평화헌법은 형식적으로는 유지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사문화되었다.
이러한 국내 정치적 동학은 일본 재무장이 단순히 외부 위협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내부의 정치적·이념적 프로젝트임을 보여준다. 보수 정치 세력에게 재무장은 전후 체제의 굴레를 벗고 '보통 국가', 즉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나아가는 상징적 과정이다. 중국이라는 외부 위협은 이 과정을 가속화하고 정당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는 과거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 없이,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를 통해 군국주의로 회귀하는 위험한 길이다.
4. 산업 전략으로서의 재무장: 군산복합체의 부활
일본 재무장의 네 번째 목적은 산업 전략이다. 현대 군사력은 단순히 무기의 숫자가 아니라, 센서-데이터-통신-지휘통제-정밀타격으로 이어지는 통합 시스템의 문제다. 일본이 항공우주, 정보통신, 장거리 정밀타격 분야에 집중하는 것은 이들 분야가 첨단 제조, 소재, 전자, 우주·위성, 사이버 역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경제 안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만, 실상은 군산복합체를 재건하고 방위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일본은 미국, 호주, 영국 등과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미사일 방어 체계 협력, 우주 감시 네트워크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무기를 사는 것이 아니라, 기술 동맹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으며 무기 수출국으로 전환하려는 과정이다. 실제로 일본은 2014년 무기 수출 3원칙을 폐기하고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도입하며, 무기 수출 금지 정책을 사실상 철회했다. 이제 일본은 동남아와 유럽 등지에 무기를 수출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과거 일본 군국주의를 떠받쳤던 군산복합체의 부활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전전(戰前) 일본에서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같은 재벌들은 군수산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고, 이들의 이해관계는 일본을 침략 전쟁으로 몰아갔다. 전후 일본은 평화헌법 아래에서 방위산업을 제한하고 무기 수출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제 그 틀이 무너지고 있다. 방위산업이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자리 잡고, 무기 수출이 정상화되면,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가 다시 일본 정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일본은 이를 '경제 안보'와 '공급망 안정성'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한다.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등 첨단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서방 진영 내 공급망에 깊이 편입되는 것은 합리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는 결국 미·중 대결 구도에서 미국 편에 서서,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군사 동맹을 강화하는 선택이다. 이는 일본 경제에도 장기적으로 부담이 되지만, 군산복합체와 보수 정치 세력에게는 이익이 된다. 결국 일본의 재무장은 군국주의적 정서뿐 아니라, 특정 이익집단의 경제적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있다.
5. 가장 위험한 결과: 역사 부정 위에 쌓아 올린 군사력
그렇다면 일본의 재무장은 단지 지역 안보 딜레마의 일부일 뿐, 불가피한 선택인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일본 재무장의 가장 위험한 측면은,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 없이 군사력만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나치 전범에 대한 철저한 단죄와 반성을 거쳐 유럽 통합의 중심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일본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하고, 역사 교과서에서 침략 전쟁을 미화하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해왔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들은 난징대학살을 부정하고,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나라가 군사력을 키우는 것은, 단순히 억지력 확보가 아니라 과거 침략 전쟁의 주체였던 국가가 역사 부정 위에 다시 군사 대국으로 올라서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일본이 장거리 타격 능력과 기동 플랫폼을 갖추면서 그 능력 자체가 점점 더 공격적 성격을 띠게 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러한 능력 증강 속도에 비해, 정치적·사회적 통제 메커니즘과 위기관리 채널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어도 부근에서 작은 충돌이 발생했을 때, 누가 확전을 막을 것인가? 일본 내부에서 강경론이 우세해질 경우, 그리고 과거사 반성 없이 군사력만 키운 일본이 '국가 자존심'을 내세울 경우, 통제 불가능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의 이같은 재무장은 필히 역내 군비 경쟁을 자극한다. 중국은 일본의 움직임을 경계하며 더 많은 군사력을 증강할 것이고, 한국과 대만, 동남아 국가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반응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역내 안보 딜레마는 심화되고, 작은 사건이 큰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이 모든 악순환의 출발점에 일본의 선택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상황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일본의 재무장은 단순히 일본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안보 구조를 위협하는 변수다. 우리는 일본이 내세우는 '중국 위협론'에 현혹되지 말고, 누가 이 긴장을 만들어냈는지, 누가 역사를 부정하며 군사력을 키우고 있는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일본이 중국을 명분으로 키운 군사력의 진짜 표적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일본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초강대국이다. 일본이 아무리 군사력을 증강해도 중국과의 전면전은 자멸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일본이 확보한 군사력은 결국 누구를 향할 것인가? 역사가 증명하듯, 일본은 강한 자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지만 약한 자에게는 가차 없이 칼을 휘두르는 나라였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가장 먼저 침략한 곳은 중국 본토가 아니라 조선과 대만이었다. 태평양전쟁 당시에도 일본은 미국과 맞서면서도, 정작 가장 잔혹한 폭력은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의 민간인들에게 가했다.
따라서 일본이 키운 군사력의 실질적 피해자는 중국이 아니라 한국과 같은 중소국가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등에서 일본이 보여온 태도는, 그들이 여전히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중국을 명분으로 군사력을 키우지만, 정작 그 힘을 과시하고 행사할 대상은 자신보다 약한 이웃 국가들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일본인들의 역사적 행태이며, 강자에게 비굴하고 약자에게 오만한 그들의 근성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한국은 과거 침략 전쟁의 피해국으로서, 일본의 군국주의 회귀를 경계하고 견제하는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가해자에게도 피해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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