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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기 노동자시인의 ‘붉은 노동’ 시집에 실린 50편의 노동시를 읽고 드는 생각은, 변창기 노동자시인이 참으로 당당한 노동자라는데 큰 감동을 받았다.
거침없는 시들은 그가 어떤 마음과 자세로 현실과 만나고, 과거의 경험들을 현재의 위치에서, 노동계급의 본질적인 문제로 총화하고,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지 시들에 속속들이 배어 있었다.
참 훌륭한 노동시인이 탄생한 것에 기쁨을 담아 축하를 드린다.
노동운동이 꽃 피었던 80년대에 노동시도 활짝 꽃 피었고 글을 쓰는 노동자도 많았다.
87년 7, 8월 노동자 대투쟁 때는 노동자의 혁명성이 살아 있었다. 박노해의 노동시노래를 노동자들은 즐겨 불렀다. 그 후 언제부터인지 노동조합은 조합주의 울타리에 갇히기 시작했고, 혁명적인 노동운동은 지속되지 못하였고 그 당찼던 기세가 꺽기기도 했다. 노동시도 그 무렵부터 자취를 감추어 현재에 이르렀다.
노동시인이 없는 시대가 얼마나 절망적인지, 노동자의 마음에 횃불을 지피는 노동시가 없는 시대가 얼마나 삭막한지, 문학사 뿐에서만 아니라 사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동계급으로써 사회발전을 추동해가는 힘있는 노동의 무기, 변창기시인은 노동시의 칼을 빼들었고, 노동시의 부활을 예고하는 역사적인 시집을 탄생시켰다. 이것은 바로 노동운동도 조합주의 한계의 틀을 깨고, 혁명적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는 선언일 수도 있다.
노동계급이 사회변혁의 주력부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동자의 글쓰기도 다시 새로운 동력을 회복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무엇보다 변창기시인의 노동시에는 노동계급사상이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노동시가 노동계급사상이 없는 생활글에만 머문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겠는가. 역사를 바꾸는 진짜 힘은 노동계급이 노동계급사상을 가졌을 때라고 본다.
자본가가 주는 빵부스러기를 받아먹고 노동자정신이 마모되면 안 된다. 노동자가 노동계급사상을 가지지 못했을 때는 자본가의 대상이 되고 주체도 세우지 못하여 인간성도 파괴된다는 것을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들은 명심해야 한다.
‘붉은 노동’ 시집에는 13편의 민족시도 실려있다. ‘주한미군아 윤금이를 아느냐’ 시에서는 미국의 지배를 받는 신식민지 나라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일을 생생히 그렸다. 야만적인 미군의 살인폭력을 고발하며 ‘윤금이’라는 민족의 비극적 인물을 그려 주한미군 없는 민족해방의 염원을 담아내었다. 민족해방과 노동해방을 같이 염원하며 실천해가는 의미 깊은 시들이라고 본다.
인간애가 녹아있는 15편의 생활시를 보며 변창기시인이 참 건강한 생활을 한다는 것이 와닿았다. 민중의 참모습을 담아낸 생활시에서 민중에 대한 사랑이 잘 담겨져 있다. 이 삭막한 세상에서 사막의 낙타처럼 굴하지 않고 사랑을 가득 싣고 타박타박 인생길을 걸어가는 구체적 민중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노동자가 글을 쓴다는 것은 바로 힘있는 노동자가 되는 길이다. 힘있는 노동자가 세상을 바꾼다. 혁명의 길은 결정적으로 노동자에게 달려있다. 노동계급사상으로 노동의 주인이 되어 노동해방과 민족해방의 주체로 우뚝 서서 새세상을 열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글을 쓰자, 현장의 노동자여 현장글을 쓰자.
이것이 인간으로써 노동자로써 기본힘을 축적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노동자 민중이 주인되어 세상을 변혁시켜 나가는 혁명의 길에서 글쓰기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변창기시인의 ‘붉은 노동’ 시집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붉은 노동’ 변창기 첫시집이 많이 읽혔으면 하는 바램이다.
■ 누굴까?
생명바쳐 세운 민주노조의 공든 탑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활동가가 있다
민주노조 바로세우자면서
친자본 반노동으로 전진하는 세력이 있다
노동자를 위한다면서
자본의 노무관리와 물밑작업으로
민주노조 기세를 꺾어 버리는 조직이 있다
어쩌면 그것이 민주노조가 오래 못가는 이유가 아닐까
어쩌면 그것이 노동해방이 불가한 이유가 아닐까
이쪽이면서 그쪽으로 가는 활동가 누굴까
노동조직이면서 친자본 입장에선 조직은 어느 조직일까
참으로 궁금증 자아내는 노동의 밤이다
■ 육백만원
오래된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내가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잃었을 때
식구의 생계마저 막막할 때
친척들마저 외면할 때
용기있게 나서준 단 한 분
한효석 선생님
고교 국어교사하시다
전교조 투쟁에 함께 하시다
나이들어 퇴직하시고 논술책도 내시고
부천의 어느 산길에서 식당도 하시다
지금은 인천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목이버섯 협동조합하시는 분
가족도 있고
생계를 짊어진 가장일진데
생판 모르는 남 내게
월 50만원씩 1년간을
생계비로 지원해 주셨어요
세상에 이런 사람 또 없습지요
이슬의 계절이나마 가고
찬서리의 계절을 맞은 인생길에서
한가닥 희망의 빛
아내는 나모르게 그날의 감동
오랜세월 이어이어
꼭 그 돈 갚아야 하겠노라고
열심히 이일저일 잡부노릇하며
조금씩 조금씩 십수년간 정성들여
모아 만든 600만원
이제 다 모았으니 갖다 드리구랴
울산에서 인천
딸과 아들과 함께 찾아간 먼 길
반가이 맞아주시니
저녁 사드리고 건네준 작은 상자
한선생님
이건 제 아내가 오랜 세월 준비해 만든 선물이오니
꼭 집에 가서 사모님과 풀어보세요
딸이 전해드리고 안녕하고 우린 울산으로
몇시간 후에 온 한선생님의 답신
배달 끝나고 집에 와서 아내와 선물 상자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돈이 들어있을 줄은 상상을 못했네요.
우리도 월급쟁이를 해봤지만,
1년에 100만원 모으기가 쉽지 않은데,
사모님이 이 돈을 만드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크셨을까요?
아내가 오히려 고맙다고 하네요.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냥 드린 건데,
이렇게 챙겨주시니 나도 아내에게 생색을 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다시, 비정규직으로?
2000년 7월 현대차에 발을 들였다
비정규직으로
대기업이니 하청업체도 좋지않나 싶었다
개뿔!
독립된 하청업체가 아니라
위장도급 불법파견 기업들
파견법 위반
제조업은 파견노동 불가
그게 법이었으나
현대차는 98년 구조조정으로 1만명 정리해고 후
우후준순처럼 생겨난 파견업체들
먹고살려고 노동자는
그 일자리라도 취업
대기업이라 하청업체도 괜찮을 줄 알았건만
들어가 일해보니
불법파견에 인간차별에 노동착취라니
부러웠던 정규직 일자리
그나마도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 정리해고
그리고 7년 세울 흐른 후에 정규직
체불임금 포기각서 쓰고 입사되니
첫단추 잘못 끼운 죄로 또다시 인간차별 노동착취
살림살이 좀 나아지려나 싶었던
정규직 7년
정년을 앞두고 2년차 노동착취
노사담합인지 집행부에서 투쟁포기인지
알수없게 정년연장 쌩까고 뻥치고
벼랑끝 정년퇴직후 시니어 2년
조합원 자격유지 애원했지만 부결로 화답
노동의 세월이 역행으로 마무리되려나
다시 비조합원 비정규직으로 밥벌이 신세
참담한 노동현실의 앞길
관료화된 노동귀족이
생산직 늙어가는 노동자에 가시밭길 걷게 만들어 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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