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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병자호란·러일전쟁을 한 줄기로 꿰어낸 역사소설
김종천 작가의 역사소설 『이제는 닦아야 할 반도의 눈물』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러일전쟁과 한일병합에 이르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비극을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 속에서 재구성한 작품이다. 저자는 전쟁과 망국의 원인을 외세의 침략에서만 찾지 않고, 국제질서를 읽지 못한 지배층, 허약한 국력, 사대와 분열, 민생 외면, 주권을 스스로 지키지 못한 국가 운영의 구조에서 찾는다.
『이제는 닦아야 할 반도의 눈물』은 조선의 패배와 대한제국의 망국을 단순한 과거사로 남겨두지 않는다. 이 책이 끝내 묻는 것은 반도의 눈물이 과연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는가 하는 문제다.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반도의 눈물은 지리적 조건만이 아니라, 그 조건을 감당하지 못한 정치, 허약한 국력, 외세 의존, 주권 의식의 결핍이 빚어낸 역사였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식은 오늘의 한국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한반도는 여전히 강대국의 이해가 부딪히는 자리에 놓여 있고, 분단은 고착되어 있으며, 동북아 국제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저자는 조선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강한 국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외세의 전략에 끌려다니지 않고 나라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권 의식, 전쟁을 막는 평화의 지혜, 분단을 넘어서는 통일의 길이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국왕과 양반들은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경직된 시각으로 국제질서의 변화와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한족(漢族)의 중화 문명만이 숭배의 대상이었고, 그 밖의 것들은 단지 미개한 오랑캐 문화였을 뿐이었다. p6
흰옷을 입은 이순신이 무릎을 꿇었다. 도성에서 온 선전관이 교지를 읽었다. 이순신은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으로 교지를 받았다. 그는 임금이 있는 북쪽으로 절을 하지는 않았다. 임금은 그에게 임무를 준 사람일 뿐 충성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가 충성을 바칠 대상은 삼천리 국토와 그 땅에서 살아가는 백성이었다. p99
조선의 눈물은 결코 지리적 숙명이 아니었다. 반도의 눈물은 내부의 무능과 폐쇄성, 사대와 분열, 민생을 외면한 지배층의 책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는 조선과 다른 힘이 있다. 우리 국민은 여러 차례 독재권력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4·19혁명, 6월항쟁, 박근혜 탄핵, 윤석열 탄핵은 세계사적으로도 보기 드문 시민의 승리였다. p362
반도의 비극을 넘어서는 길은 자주와 평화, 그리고 통일에 있다. 자주가 있어야 외세의 각축장이 되지 않고, 평화가 있어야 전쟁의 참화를 막을 수 있으며, 통일이 있어야 한반도는 더 이상 남의 힘에 휘둘려지는 분단의 땅으로 남지 않는다. p364
‘반도의 숙명’이 아니라 지배층의 무능과 외세 의존을 묻는 책
책은 한반도가 반도라는 이유만으로 전쟁과 굴욕을 피할 수 없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조선의 비극을 지리적 숙명이 아니라 내부의 무능과 폐쇄성, 사대와 분열, 민생을 외면한 지배층의 책임에서 비롯된 역사로 본다. 국제질서를 읽지 못한 왕권, 당쟁과 명분에 갇힌 사대부, 허약한 국력과 군사력, 백성의 삶보다 특권 유지에 매달린 국가 운영이 어떻게 전쟁과 망국의 길을 열었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제는 눈물을 닦고, 한반도의 운명을 다시 물을 때
이 책은 조선사와 대한제국사, 임진왜란·병자호란·러일전쟁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오늘의 한반도 정세와 주권, 자주, 평화, 통일의 문제를 역사적 시야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과거의 비극을 되짚어 오늘의 한반도가 풀어야 할 과제를 묻는다는 점에서, 『이제는 닦아야 할 반도의 눈물』은 한 시대의 역사소설을 넘어 주권과 평화의 길을 성찰하게 하는 기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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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