쟝펑(姜锋)/ 김정호 번역
등록일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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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 메르츠 총리는 연방정부 첨단 기술 의제를 발표하면서 "유럽은 반드시 기술 주권을 실현해야 하며, 미국과 중국이 단독으로 과학기술의 미래를 결정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의 어조는 단호했지만, 이는 글로벌 과학기술 경쟁에서 독일과 유럽이 처한 곤란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독일 언론이 ‘의제 계시록’이라 부르는 이 새로운 전략은, 미래에 대한 능동적 계획이라기보다는 현실에 대한 수동적 대응에 가깝다. 본질적으로 유럽과 독일의 기술 혁신의 핵심 장애물은 가치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행정 관료주의적 편집증이며, ‘관리 강박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유럽의 ‘기술 주권’은 또 하나의 진부한 정치적 표명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메르츠 총리의 발언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경제와 과학기술 주권을 강조하며 안전한 발전을 보장하는 것은 이미 독일과 유럽 정계의 표준 발언이 되었다. 메르켈 시기의 당내 투쟁 수사에서부터 현재 메르츠 취임 후 여러 차례의 재확인에 이르기까지, 이 주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오히려 유럽 과학기술 발전의 핵심 모순을 잘 드러낸다. 즉 결심과 행동 사이의 심각한 괴리이다.

 

경제계와 과학기술계의 기대는 이미 구호를 넘어섰다. 독일 연방교육연구부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독일의 연구개발 투자는 GDP의 3.13%로 역사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연합의 "호라이즌 유럽" 계획 예산은 955억 유로로 증가했으며, 유럽위원회는 올해 4월 발표한 중기 평가 문서에서 "프로세스 간소화"를 명확히 하고, "일회성 보조금" 메커니즘을 도입함으로써 지원 대상의 행정 비용을 프로젝트 주기 내에서 14%~30%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관리를 중시하고 혁신을 경시하는 현상은 유럽의 ‘관리 강박증’이라 할 수 있다. 기술이 아직 싹트는 단계에 있을 때,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미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감독할 것인가"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기술 발전의 결과를 예측하고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관리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교육을 시작하는 것과 같이 "싹을 뽑아 성장을 돕는" 격이다. 인공지능(AI) 분야를 예로 들자면, 유럽연합의 《인공지능법》은 합의에 도달하여 공식 출범하기까지 3년이 걸렸는데, ‘고위험 AI’에 대한 엄격한 분류 감독은 유럽 본토 AI 기업의 발전을 어렵게 만들었다. 유럽 의회가 발표한 정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1,300억 유로를 초과했다. 미국은 민간 투자에서 625억 유로로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은 약 73억 유로, 유럽연합은 영국을 합쳐도 단 90억 유로의 투자만 유치했다.

 

미국 OpenAI가 GPT-4를 출시했을 때, 유럽연합은 여전히 생성형 AI가 문장별 심사가 필요한지를 논쟁하고 있었다.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기술이 돌파구를 마련했을 때, 유럽은 중국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할지에 관해 논의하고 있었다. 이러한 ‘관리 우선’ 사고방식은 본질적으로 행정 논리로 혁신 논리를 대체하고, 위험 회피로 기술적 시행착오를 질식시키는 것이다. 과학기술 발전의 역사는 이미 증명했다. 어떤 혁명적 기술도 ‘제로 리스크’라는 감독의 온실에서 탄생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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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츠가 중-미를 "과학기술 미래의 결정자"로 보고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이 전략적 판단은 근본적으로 과학기술 발전의 법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 특히 기술의 기초인 과학은 반드시 전 세계 국가들의 협력 산물이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으며, 기술이 국가 전략적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 기술과 시장은 불가분의 관계인데, 기술 제품만 국경을 넘어 시장에 자유로이 유통되고 기술 자체는 영원히 한 국가에 제한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럽이 자신의 과학기술 낙후를 중미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 ‘외부 귀인(歸因)’이라는 인지적 오류에 빠진 것으로서, 내부 요인이 근본임을 간과하고 있다.

 

역사적 차원에서 보면, 근대 과학기술 혁명의 모든 돌파구와 이로 인해서 추진된 국제 경제무역 체제는 개방적인 협력의 결과였다. 양자역학의 수립은 유럽, 미국, 아시아 과학자들의 지혜를 결집시킨 결과이고, 인터넷의 탄생은 전 세계 과학연구 네트워크의 협력에서 비롯되었다. 현재의 AI 물결조차 그 기반 알고리즘은 여러 국가의 연구자가 공동으로 추진한 결과이다. 유럽이 과학과 기술을 모두 ‘유럽 요새’에 가두려 하고, ‘안보 위험’과 ‘기술 주권’을 이유로 외부 협력을 제한한다면, 이는 과학기술 발전의 원천 샘을 차단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기술 디커플링’ 사고방식이 독일의 경제적 속성과 근본적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외향형 경제체인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의존하고 있고, 자동차·화학 등 주요 산업의 핵심 기술은 국제 시장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중-미 과학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강제로 줄인다면, 단기적으로는 기술 공급 중단 위험에 직면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시장 파편화로 인해서 규모의 효과를 잃게 될 것이다.

 

신에너지 자동차를 예로 들자면, 독일 자동차 기업이 중국의 배터리 기술이나 미국의 자율주행 시스템 채택을 거부한다면, 그 제품 비용은 크게 상승하여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은 크게 하락할 것이다. 국제적인 대형 시장이 점점 작아지는 것은 외향형 경제인 독일에게는 근본을 흔드는 일과 같다.

 

메르츠가 반복적으로 ‘기술 주권’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유럽 과학기술 경쟁력의 하락에 대한 불안과, 이러한 곤경과 경직된 관료주의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심정이 들어있다. 하지만 돌파구의 핵심은 ‘관리 강박증’이라는 사고 틀에서 벗어나 과학기술 발전의 본질적 법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첫째, 혁신과 관리의 관계를 재구성해야 한다. 관리는 혁신을 위한 것이지, 혁신이 관리를 위해 양보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은 중·미의 경험을 참고하여 신흥 기술에 대해 포용적이고 신중한 감독 원칙을 채택하고, 기술이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행착오를 겪도록 허용한 후, 성숙해지면 그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

 

둘째, "내부 요인이 근본"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유럽 과학기술의 낙후는 "중·미가 너무 강하다"가 아닌 자체 혁신 생태계의 취약함에 있다. 즉 기초 연구 투자 부족, 산학연 전환 효율 저하, 벤처 캐피털의 스타트업 지원 부족 등이 그것이다. 정치인들은 ‘외부 귀인’이라는 회피 심리를 내려놓고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초과학 투자 확대, 대학과 기업의 공동 연구개발 센터 추진, 스타트업 자금조달 문턱 낮추기, 행정력이 아닌 시장이 기술 노선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방적 협력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과학의 별과 바다는 전 세계의 지혜를 담을 수 있으며, 기술 경쟁은 더욱 경쟁과 협력의 공생을 필요로 한다. 유럽이 "호라이즌 유럽" 계획을 기반으로 중·미의 기초과학, 기후변화 등 분야의 협력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연계한다면, 자체 과학기술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과학기술 거버넌스에서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반드시 상호교류, 글로벌 협력의 산물이다. 과학과 기술을 모두 유럽의 요새로 만드는 것은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것과 같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에서 현재의 과학기술 추격자로, 유럽의 과학기술의 운명은 항상 개방성, 포용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왔다. 메르츠의 ‘기술 주권’ 불안이 자기 혁신의 동력으로 전환된다면, 유럽 과학기술의 ‘제2의 창업’을 열고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물론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이런 길의 출발점은 타인을 배제하는 ‘요새’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큰 포부를 가지고 자기 제한적인 ‘장벽’을 깨고 유기적 융합, 합리적 경쟁, 공동 발전의 길을 가는 것이어야 한다. 결국 "세계가 잘 발전해야 유럽도 잘 발전할 수 있다." 
(필자는 상하이외국어대학 연구원, 상하이글로벌거버넌스 및 지역국별연구원 이사장)

 

환구시보,   2025.11.12.

(원문보기)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P6U5Pdad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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