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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AI(인공지능)를 이용해 자가 진단을 하거나 의학 보고서를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천문학적인 의료비 청구서에 맞서기 위해 AI를 쓰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챗봇에게 조언을 구해 의료기관의 부당 청구에 대응한다.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AI 조언에는 여전히 큰 결함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9일, 전 블룸버그 직원 재키 다워(Jackie Davoe)가 지난해 한 채권추심 기관으로부터 “2만2천 달러(약 3,266만 원)가 넘는 의료비를 연체하고 있다”는 통지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2년 전 그녀가 넘어져 다친 뒤 응급실에서 치료받았던 비용이었다. 조사 결과, 미국 의료 시스템이 그녀를 무보험자로 잘못 분류한 탓에 이렇게 높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보험사와 협의한 끝에, 보험사는 약값 일부만 감면하는 데 동의했고 여전히 큰 부분의 비용을 그녀가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권리 구제가 뜻대로 되지 않자 다워는 자신의 의료비 청구서, 진료 기록 등 문서를 대규모 언어모델 클로드(Claude) 에 업로드했다. AI는 법률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하며, 병원이 미납금 및 보험 관련 사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 법적 근거가 부족할 수 있다고 했다. 다워는 가족과 함께 AI가 제공한 논거를 정리해 서신 형태로 병원과 보험사 관리층에 제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 측은 그 청구서를 취소했다.

 

다워의 권리 구제 승리에는 어느 정도 ‘운’도 있었다. 사후에 되짚어 보니, 클로드가 인용한 법 조항은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분석가들은 AI 도구가 명백한 결함이 있는 조언을 내놓는 일이 잦아, AI 사용 경험이 없거나 미국 의료 체계를 전혀 모르는 이용자를 쉽게 오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이런 종류의 애플리케이션은 의료 프라이버시 보호법의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개인 의료 기록을 업로드하는 행위는 개인정보 노출로 이어지기 쉽다. 『뉴욕타임스』 등 언론도, AI 도구가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측면에서 여전히 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미국 의료기관이 권리 구제의 문턱을 높여 놓은 상황에서, AI는 최소한 일정 수준의 “문제 풀이(해결) 아이디어”는 제공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댈러스 주민 바네가스는 3,900달러가 넘는 의료비 청구서를 받았다. 한부모이자 지역사회 말단(기초) 커뮤니티 노동자인 그녀에게 이 금액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ChatGPT를 이용해 병원의 비용 감면을 신청해 보려 했다. AI가 조언을 주긴 했지만, 실제 절차는 여전히 매우 복잡했고 그녀는 감면 절차의 문서 조항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거의 포기하려던 순간, AI는 환자를 전문적으로 돕는 비영리 기관 하나를 알려 주었다. 그 기관의 도움으로 바네가스는 결국 해당 비용을 면제받는 데 성공했다.

 

최근 미국병원협회는 회원 기관들에 공지를 내려, 점점 더 많은 환자가 의료비 청구서 분쟁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미국 누리꾼들이 각종 AI 도구의 성능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열띤 토론을 벌이며, “미국에서 의료비 권리 구제는 어느 AI가 제일 강하냐”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상업 의료기관과 보험사도 AI 응용을 깊이 파고들고 있는데, 다만 그들의 목표는 “청구액의 극대화”와 “보험금 청구 거절”을 어떻게 실현할지에 맞춰져 있다.

 

미국 환자 집단이 AI에 크게 의존하는 모습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진료(의료) 불안을 반영한다. 갤럽이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16개 주요 국정 분야 가운데 민중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의료보건이었고, 응답자의 61% 가 진료 접근성과 의료비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폭스뉴스가 유권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1% 가 의료보건 문제에 대해 “극도로 우려” 또는 “매우 우려”한다고 답했다.

 

미국 NBC는 의료비의 고공행진이 미국인이 빚에 빠지고 사회의 빈부 격차를 확대시키는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민중의 의료비 증가 속도는 다른 어떤 경제 분야보다도 훨씬 빨랐다. 일부 의료 사례에서는 병원의 부당 청구가 “터무니없다(황당하다)”는 수준에 이르렀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향후 수년간 더 나쁜 의료 환경에 직면할 수 있다. 백악관이 추진하는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법안” 이 국가 의료보조 프로그램을 삭감하고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ACA)> 적용 대상 인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 추산에 따르면, 2034년까지 정책 변화로 인해 미국에서 수천만 명이 의료보험 보장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환구시보 특약기자 )

 

출처: 환구시보
20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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