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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최근 발표한 '민사네 시국논평 32호'를 통해 검찰개혁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25일 국회를 통과한 검찰청법 폐지법안과 공소청 신설법안, 중대범죄수사처 신설법안으로 일단락된 검찰개혁의 성과를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본질적 과제들을 짚어내며 개혁의 완성을 위한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ㅡ"검찰개혁 담론, 갈수록 왜소해져"
곽 전 교육감은 논평에서 "한국 사회에서 검찰개혁은 지난 수년간 가장 뜨거운 정치적 화두였으나 그 담론과 실천의 폭은 갈수록 왜소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본령이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해체, 재편해서 형사사법 절차에서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게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하면서, 검찰개혁 논의가 초기 정치검찰의 통제와 해체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수사·기소 분리' 혹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프레임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곽 전 교육감은 이러한 검찰개혁 담론의 빈곤화와 파편화가 "정치권의 편의주의와 검찰의 생존전략, 학계의 직무 유기와 언론의 무관심이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 결과 검찰개혁의 실천적 한계가 필연적으로 설정되었다는 것이다.
ㅡ 검찰개혁의 여섯 가지 본질적 과제
논평에서 곽 전 교육감은 검찰개혁 담론에서 놓친 여섯 가지 본질적 과제를 제시했다.
1. 대통령의 검사인사권 독점 문제
곽 전 교육감은 대한민국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도마 위에 오르는 근본 원인으로 "대통령이 2,300여 명에 달하는 모든 검사의 임용과 승진, 보직 경로를 100% 장악하고 있는 비정상적 인사구조"를 지목했다. 이는 민정수석실의 관여를 통해 대통령 1인의 의중이 검찰 조직 전체의 목줄을 쥐는 결과를 낳으며, '해바라기성 줄 세우기' 문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사권이라는 뿌리가 대통령에게 종속되어 있는 한 수사권을 박탈하고 기소권만 남겨두더라도 기소권의 정치적 오남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독일, 헝가리,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사례를 들며 검찰총장 임명 시 의회나 독립적 헌법기관의 동의를 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2. '법무부의 검찰화'와 문민 통제의 상실
두 번째 과제로 곽 전 교육감은 법무부가 검찰을 감독하고 견제하는 문민 통제의 본산이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 등 요직을 현직 검사들이 독점해 온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이를 "감독기관을 피감독기관의 구성원이 장악하는 기형적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 결과 "법무부가 검찰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법무부를 통해 조직 이익을 관철하는 '역전 현상'"이 초래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법무부의 인적 구성을 변호사나 법학교수 등 검사를 대체할 법전문가들로 탈검찰화해서 법무부를 실질적인 검찰 통제기관으로 세우는 작업"을 제안했다.
3. 기소배심제 도입 필요성
세 번째 과제는 검찰의 기소 독점권을 견제할 시민적 통제 장치인 '기소배심제'의 부재다. 곽 전 교육감은 "수사권이 분리되어도 검찰이 기소 여부와 기소 혐의, 기소 시점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한, 검찰은 여전히 보완수사요구권을 통해 특정 표적을 향한 '먼지털이식' 압박을 가하거나 정권 실세를 보호하는 권한을 여전히 유지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수사기소심의위원회는 "검찰총장이 위촉한 전문가들이 권고 의견만 내는 방식"으로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며, "무죄 주장 사건,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 대기업의 ESG 책임 위반사건, 정무직과 판검사의 독직비리 사건 등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에 대해 시민들이 직접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배심제 도입을 주장했다.
4.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권 문제
네 번째 과제로 곽 전 교육감은 행정부 소속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권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2만 명에 달하는" 특사경이 "검찰에게 권력과 네트워크, 이권을 보장하는 황금거위"였다고 표현했다.
이번 검찰개혁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막판 지시로 검찰의 특사경 수사지휘권이 삭제된 것은 "전관 비리를 포함한 검찰 비리의 거대한 황금어장을 걷어냈다는 점에서 아주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특사경이 실질적 수사 주체가 되고 검찰은 법률검토와 자문에 집중하는 정교한 협력 시스템 설계와 특사경의 전문 수사역량 강화 방안 마련"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5.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문제
다섯 번째 과제는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문제다. 곽 전 교육감은 1961년 군사쿠데타 이후에 삽입된 이 규정이 "사전 영장실질심사제도가 없던 시절에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검찰의 경찰수사 지휘권을 전제로 만들어진 헌법적 대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전 영장실질심사제와 사후 구속적부심제가 확립된 지금의 사법체계에서, 더욱이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내려놓을 것이 확정된 상황"에서는 "개헌을 통해 영장청구의 주체를 법률로 정하도록 유연화함으로써 검사는 본연의 기소 및 공소 유지 기능에 집중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 전관 비리 근절
여섯 번째 과제는 검찰 권력의 사유화를 막기 위한 전관 비리의 근절이다. 곽 전 교육감은 "전관 비리의 몸통은 판사보다 검사"라며, "퇴직 검사들이 재직 시 쌓은 공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수사와 기소 축소 은폐, 형벌 감경과 가석방 편의 등으로 막대한 수임료를 챙기는 행태는 사법 정의를 뿌리째 뒤흔드는 범죄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관 비리 근절이라는 공익은 일부 퇴직 검사의 직업의 자유보다 훨씬 중대하다"며 "상당 기간의 변호사 개업 금지나 관련 기업 취업 금지 등 현행보다 훨씬 강력한 수준의 규율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ㅡ "검찰은 '검찰부'의 위상과 권력을 향유했다"
곽 전 교육감은 검찰이 그동안 "검사동일체의 강고한 위계질서 아래 무제한적 수사(지휘)권과 헌법상의 영장청구권, 독점적이고 편의적인 기소권한을 행사하며 국가 내부의 국가로서 거대한 특권 조직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검찰은 법무부의 외청을 훌쩍 뛰어넘어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3부에 비견할 만한 '검찰부'의 위상과 권력을 향유했다"며, "오직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척하며, 국가권력의 꼭대기에서 정치권, 관계, 재계, 언론계 등 국가와 사회의 중요부문 위에 군림해 왔다"고 비판했다.
곽 전 교육감은 "지금의 수사-기소 분리로 검찰개혁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몽과 환상에 가깝다"며 "간신히 가장 중요한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목표는 검찰의 견제 없는 집중 권력을 해체하여 민주적 통제시스템 속으로 되돌려놓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무부, 의회, 법원, 시민, 언론이 각기 다른 층위에서 검찰권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촘촘한 그물망을 완성할 때, 비로소 검찰개혁은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곽 전 교육감은 논평 말미에 "이제는 검찰 수사권 논란에서 벗어나 우리가 놓쳤던 좀 더 본질적인 개혁 과제들을 공론화의 장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그래야만 수사-기소 분리 개혁이 뿌리내리고 기대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에 유례없이 견제 없는 집중 권력을 누렸던 한국의 정치검찰을 민주사회의 인권검찰로 정상화하고, 진정한 법치주의의 기틀을 세울 수 있다"며 "윤석열의 망나니 검찰정권을 3년이나 경험하고 나서도 검찰 권력이 정권의 주구로 전락하거나 마구 날뛰는 꼴을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으로 논평을 마무리했다.
ㅡ 검찰개혁 담론이 왜소화된 이유
곽 전 교육감은 이번 검찰개혁 법안이 통과되기까지의 과정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정부안 성안 과정과 당정청 협의 과정이 모두 순탄치 않고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다"며 "기대를 모았던 두 차례의 정부안은 개탄스럽게도 누가 봐도 검찰기득권 수호법안이었다"고 비판했다.
곽 전 교육감은 검찰개혁의 본질적 의제들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그는 "정치검찰 해체가 검찰개혁의 첫 번째 목표였는데도 정치검찰을 낳는 대통령의 인사 전권 문제는 논의 밖이었다"며 "여당은 대통령 권한이라 입을 다물었고, 야당은 지리멸렬해서 생각 자체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권력에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해야 할 책임을 지닌 언론과 복잡다단한 진실을 해명해야 할 책임을 지닌 관련학계도 제 역할을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수사권 박탈'이라는 선명한 구호는 시민 설득과 지지층 결집에 유리해서 정치 가성비가 높았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수사-기소 분리의 문제점을 과장하고 수사-기소 분리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반발하기만 하면 됐다"며 "외부의 이목을 자연스럽게 그리로 유도하며 인사제도 논의나 시민 통제 논의, 특사경 논의를 성공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곽노현 전 교육감의 논평은 검찰개혁이 단순히 수사-기소 분리에 그쳐서는 안 되며, 검찰 권력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추가적인 개혁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검사인사권 독점, 법무부의 검찰화, 기소배심제 부재, 특사경 수사지휘권,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전관 비리 문제 등 검찰 권력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짚어내며 검찰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이러한 과제들이 어떻게 공론화되고 정책으로 구체화될지, 그리고 이번 검찰개혁의 성과가 실제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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