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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5년 4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철강산업 안전 시스템 연구 발표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철강업계의 산업재해와 그 근본 원인, 그리고 현장의 안전 시스템 문제점이 집중 조명됐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노동자에 대한 통제 강화만으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민주적이고 근본적인 안전 시스템 개혁을 촉구했다.
ㅡ 반복되는 죽음,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
지난 3월 14일,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쇳물 포트에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철강산업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현대제철 사업장에서는 2022년 이후 8번째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과 연구진은 “사고가 계속되는 것은 곧 안전 시스템의 치명적 결함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현대제철의 경우, 2010년부터 2025년까지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54명(과로사 포함), 이 중 비정규직이 42명에 달한다. 이는 철강산업 내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특히 더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ㅡ 통제적 안전시스템의 한계
이번 발표회와 연구보고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기업들이 안전 시스템을 강화한다며 각종 제도와 규칙(SCR, 소규모 안전활동 인증제 등)을 도입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노동자 통제’에 치중된 방식이 사고 예방에 실패하고 있음을 꼬집는다.
● SCR(Safety Core Rule)
현대제철 등에서 시행 중인 SCR은 핵심 안전수칙을 어긴 노동자에게 징계 등 처벌을 강화하는 제도다. 그러나 연구진은 “SCR이 실제 사고의 근본 원인(구조적·관리적 결함)을 규명하지 못하고, 노동자 개인의 과실로만 귀결되는 ‘징벌적 안전관리’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SCR 위반 시 징계 대상이 될 수 있어, 노동자들은 산재신청을 기피하거나 사고 은폐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 소규모 안전활동 인증제
이 역시 사고 예방보다는 무재해 실적 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동료의 사고가 곧 ‘내 포상금 박탈’로 이어지는 등 현장 내 불신과 경쟁만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연구팀은 “현장의 실질적 위험요소 개선보다, 형식적 절차와 통제적 규율만 강화된 안전 시스템은 오히려 안전에 대한 불신과 피로도만 높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ㅡ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노동조합의 역할, 여전히 미흡
연구보고서에서는 금속노조 철강분과 각 지회의 단체협약과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록을 5년치에 걸쳐 분석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 단체협약의 한계
금속노조 모범단협에 비해, 실제 사업장 단체협약에는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유해위험업무 도급 금지, 위험의 외주화 금지 등 핵심 조항이 빠져 있거나 약하게 규정되어 있었다.
또한, 사고조사 시 노동조합의 실질적 참여 권한이 명확히 보장되지 않고, 사고 재발방지 대책도 형식적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의 문제
회의록 작성이 형식에 그치거나, 필수 심의·의결 사항이 실질적으로 논의되지 않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특히, 사고조사와 재해 예방 대책이 ‘노동자 문책’ 위주로 이루어지고, 구조적 원인에 대한 심층 논의와 개선이 부족했다.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 문제는 원청 중심의 위원회 구조로 인해 소외되거나, 부분적으로만 다루어지는 한계도 확인됐다.
ㅡ 비정규직·하청 노동자, 가장 취약한 고리
철강산업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자회사 설립, 하청 구조의 복잡화로 인해 오히려 위험이 중층화되고, 비정규직·하청 노동자들은 안전 시스템에서 배제되거나 선별적으로만 포함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청노동자 사망사고가 반복될수록, 하청노동자에 대한 통제와 선별·배제(건강인증제 등)만 강화되는 악순환도 지적됐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일부 사내하청지회에서는 노동안전 활동이 강화되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의 하청노조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독립적 안전보건활동이 어렵고, 원청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고 있다.

ㅡ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기업들은 법 시행 이후 안전인력과 투자, 각종 제도 도입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통제만 강화됐을 뿐, 위험의 근본적 해결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연구팀은 “대기업일수록 형식적·절차적으로 안전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만, 중소사업장일수록 안전시스템 자체가 부재하거나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안전’이라는 명분 아래 노동자에 대한 감시(CCTV 증가), 징벌적 규제, 작업중지권 행사 시 불이익 등 통제적 안전관리만 강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노동조합의 대응도 개별 사업장별로 분절되어 있어, 공동의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ㅡ 현장 사례와 정부·노동계의 입장
이날 발표회에서는 현대제철, 포스코, 현대IMC 등 각 현장의 노동조합 대표들이 직접 나서 현장 사례를 발표했다.
비정규직·하청 노동자들은 “현장에서는 여전히 위험 작업이 반복되고, 작업절차 미준수 등으로 사고 책임이 노동자에게 전가된다”며, “실질적 안전권 보장과 원하청 공동 산보위 설립, 사고조사 참여 확대 등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정부 측(고용노동부 산재예방지원과)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장 노동자들과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과 집행력 담보, 노동자 참여 확대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ㅡ 결론 및 제언
연구팀과 금속노조는 이번 연구와 발표회를 통해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1. 통제적 안전제도(SCR 등) 폐지 및 민주적 안전시스템 구축
- 사고조사, 안전제도 설계·운영에 노동자 집단적 참여 보장
- 하청·비정규직 포함, 원하청 공동 산보위 도입
2. 노동조합의 역할 강화
- 단체협약에 하청·비정규직 보호, 사고조사 참여·권한 명확화
- 작업중지권 등 실질적 권한 확대
3. 중소사업장 안전시스템 지원 강화
- 금속노조 차원의 노동안전담당자 회의, 정보공유·교육 확대
4. 사고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의 실질화
- 구조적·관리적 원인까지 심층 분석, 현장 의견 반영
- 사고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5. 사회적 연대와 공동 대응
- 사고 책임의 노동자 전가를 넘어, 안전권 실현을 위한 노동계·시민사회 연대
- 제철업 전체(포스코, 현대제철 등) 차원의 정보공유와 협력 필요
ㅡ 마치며
“노동자를 통제해도 사고는 반복된다.”
철강산업의 현실은 제도와 규정, 통제만으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노동 현장의 목소리와 참여, 그리고 민주적 의사결정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때에만,
더 이상 죽음이 반복되지 않는 일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문의: 전국금속노동조합 정책국 010-2605-7296
[자료첨부] 철강 노동안전 최종보고서(외부용)1_표지포함.pdf
※ 본 기사는 2025년 4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철강산업 안전 시스템 연구 발표회’와 전국금속노동조합·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에서 발표한 ‘철강산업 안전 시스템 실태와 대안마련 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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