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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가 곤돌라 작업 중 숨진 가운데, 노동계가 원청의 안전관리 부실과 고용노동부의 제한적인 작업중지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울산운동본부는 21일 울산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곤돌라와 족장 사이에 끼여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것은 명백한 인재"라며 "안전을 외면한 원청과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노동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지난 18일 오후 4시 40분께 HD현대중공업 8도크 3481호선 B54×55(P) 블록에서 발생했다. 건조3부 협력업체 성우산업 소속 우즈베키스탄 국적 노동자 오모(2000년생) 씨는 곤돌라를 이용해 사상 작업을 하던 중 곤돌라 본체와 족장 사이에 목이 끼인 채 발견됐다.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질식으로 숨졌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입사한 지 약 7개월 된 이주노동자로, 오는 24일 고향으로 휴가를 떠나기 위해 항공권까지 예매해 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원청이 사고 전날 작업구간에 족장을 추가 설치하면서도 이에 따른 안전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점을 지목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17일 별도 족장 설치 공사를 긴급 진행했지만 정식 작업의뢰서 없이 담당자 간 메신저로 발주를 진행했다. 이후 작업환경이 변경됐음에도 수시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았고, 곤돌라 과상승 방지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구조가 됐지만 별도의 방호장치나 작업계획 변경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 당일 작업자들은 족장이 추가 설치됐다는 사실조차 전달받지 못한 채 기존 방식대로 작업에 투입됐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항도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곤돌라 이동 반경 내 구조물이 추가 설치됐음에도 충돌 방지조치나 감시인이 배치되지 않았고, 작업환경 변경에 따른 수시 위험성평가도 실시되지 않았다. 또한 위험표지와 안전안내는 한국어로만 작성돼 있어 이주노동자가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지적이다.
작업계획서 역시 형식적으로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조는 사고 당일 작성된 작업지시서에 실제 작업과 무관한 위험요인이 기재되는 등 '복사·붙여넣기식 위험성평가'가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곤돌라 탑승자 명단에는 사고 이후 날짜의 서명이 남아 있어 대리서명 의혹도 제기했다.
노조는 이번 사고가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원청의 안전관리 체계가 무너진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한 HD현대중공업에는 현재 1만 명 이상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지만 다국어 안전표지와 모국어 작업표준, 위험성평가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안전 사각지대가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고용노동부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렸다.
노동부는 사고 이후 LNG 호선에서 이뤄지는 곤돌라 작업에 대해서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노조는 같은 방식의 곤돌라 작업이 다른 선종에서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자체 특별점검 과정에서 곤돌라의 안전상 문제를 다수 확인했다며 "곤돌라 작업 전체에 대한 전면 작업중지와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노동부는 회사 측 설명만 듣고 제한적인 작업중지 명령만 내렸다"며 "생산보다 안전을 우선해야 할 노동부가 사실상 회사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울산운동본부는 노동부에 ▲원·하청 노조가 참여하는 곤돌라 작업 전수조사 ▲작업중지 범위 확대 ▲특별근로감독 및 안전진단 실시 ▲곤돌라 탑승명단 대리서명 책임자 처벌 ▲원청의 족장 추가 설치 과정 조사 ▲이주노동자 모국어 안전교육 확대 ▲곤돌라 작업 신호수 배치 등을 요구했다.
HD현대중공업에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원·하청 공동 사고조사 ▲하청노동자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여 보장 ▲고소작업 안전장치 전수조사 ▲이주노동자 안전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노조는 "올해 HD현대중공업과 자회사 HD현대M&S에서만 세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생산을 우선하는 구조와 외주화·이주노동자 의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같은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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