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허영구(전민주노총 부위원장)
등록일 : 20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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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겹쳐 매우 무더운 날씨다. 흥원창에서 바라만 보던 삼합2리 대오마을 봉우리를 향했다. 현재 살고 있는 곳에 이사오고 나서 흥원창으로 산책 다니며 항상 바라보는 산이다. 그 동안 이름도 몰랐고 크게 높지 않은 동네 산이라 등산로가 제대로 없을 것 같아서 시도하지 못했다. 이사 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려 마지막 공양왕이 이 지역에 유배와 있을 때 그리운 고향(개성)을 바라보기 위해 올랐다는 고향산에 간 적은 있다. 당시에도 봉우재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알 수 없었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에서 차를 몰고 남한강대교(강은 ‘한강’)를 건너면 바로 충북 충주시 앙성면 단암리(丹岩里)다. 원래 두 자연부락이었던 검단(劍丹)과 말암(末岩)을 합쳐 붙인 이름이다. 말암은 세곡을 운반하던 작은 항구 창고, 앙암창(仰巖倉)이 있었던 곳이다. 검단에서 우회전하여 경사진 도로를 올라서면 고개가 나오는데 닭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닭의 머리고개가 나온다. 한티고개라고도 부른다. 

 

그 고개를 넘으면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삼합리다. 고개를 조금 내려가면 저수지가 나오는 데 이름도 ’삼합지‘다. 3개 도가 만나는 지점이라는 의미다. 3개 도를 넘는데 차로 딱 5분 걸린다. 삼합지를 지나자마자 우회전 하여 삼합2리 대오마을로 향한다. 남한강, 섬강, 청미천이 만나는 삼합 즉 세물머리 지역이다. 건너편 자산과 흥원창은 각각 여주시 강천면과 원주시 부론면에 위치하고 있다. 흥원창에서 바라보던 풍경과는 꽤나 다르고 멋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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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둑을 따라 끝까지 가면 옛 창남나루터가 나온다. 여주의 12개 나루터 중 부론면 흥호리에 있었던 흥원창 남쪽에 위치한 나루라는 의미로 ’창남(倉南)‘나루라 불리었다. 1996년까지 부론면을 오가는 나룻배가 있었다. 당시 대오마을 학생들은 10km에 달하는 경기도 점동면보다는 강만 건너면 되는 부론면에 위치한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이곳 충북, 강원, 경기 3개도 접경지역에는 ’삼도‘라는 상호가 많다. 내가 거주하는 부론면에도 아직까지 ’삼도다방‘이 있다. 

 

대오마을 창남나루터에는 집이 몇 채 있다. 포장된 산길을 따라 한 참 올라 간다. 야트막한 고개가 나온다. 등산로 표시는 없지만 우측으로 산길을 오른다. 소나무를 비롯해 우거진 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이 쌓여 푹신푹신한 느낌이다. 대략 산의 높이를 가늠하면서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반가운 꼬리표 글씨, ‘무한도전클럽, 오갑지맥’을 만난다. 이름 없는 작은 산에서 가끔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많은데 안도감이 생긴다. 

 

드디어 20여 개의 산악회 꼬리표가 달려 있는 지점에 도착한다. 주로 지맥을 타는 등산객들이 지나가면서 붙여놓은 것 같다. 처음 출발할 때는 지도상에 있는 빈양산(155m)을 목표로 올랐는데 막상 정상에 서니 봉우재(산)(225.2m)다. 그것도 ‘백두사랑산악회’가 표시를 해뒀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확하게 알 수도 없었을 것이다. 봉홧불을 피웠던 높은 봉우리라는 의미의 ‘봉우재’, 군사적 요새로서 ‘봉우재보루’가 있었다고 하고 이에 대한 설명이나 유적은 없었다. 다만 봉우재는 오갑지맥에 위치하고 있는 하나의 봉우리라는 점이고 지맥을 주로 걷는 산악회나 등산동호인들에게는 조금 알려진 것 같다.  

 

오갑지맥은 한남금북정맥에서 부용지맥을 거쳐 음성 수리산(599m), 행덕산(447m), 원통산(656.6m), 오갑산(609.4m), 마골산(224m), 닭의머리고개, 고향산(‘고양산’으로 기록된 자료도 있음, 204.8m), 봉우재를 거쳐 청미천, 남한강에 합수(合水)하기까지 34km(자료에 따라 차이 있음)를 내달린다. 봉우재는 오갑지맥의 꼬리부분이다. 능선 서편에 오리골, 중간말, 단진개 마을이 있다. 최근 장맛비가 내렸을 때 남한강이 온통 붉은 황톳물로 가득했는데 이를 보고 단강(丹江)이라 불렀다. 실제 부론면에는 ‘단강리’라는 마을이 있다.  

 

마찬가지로 청미천의 붉은 물이 남한강에 합류하는 아랫마을을 단진(丹津)개라 불렀던 것이다. 산, 강, 마을 이름도 자연을 닮았다. 나는 조선 영조시대 신경준이 쓴 백두대간-정맥(正脈, 13개)-지맥(支脈, 30km 이상 작은 산줄기)을 설명하고 있는 복잡한 산경표(山經表)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산맥이 강과 천을 나누면서 함께 흐르고 내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물이 합수하듯이 결국 산도 강물에 합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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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섬강, 청미천이 만나는 세물머리

 

아쉬운 점은 봉우재(산)에서 숲에 가려 흥원창 주변의 세물머리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자산이나 용마산에서 바라보는 세물머리 풍경은 멋지다. 흥원창의 석양은 매우 인상적이다. 만약 봉우재(산)에 전망대가 있다면 새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흥원창에서 강 건너 바라보이는 산이 봉우재(산)이고 그 산에 올랐으나 앞으로 바라볼 때마다 느낌이 다를 것이다.

- 560회, 봉우재(225.2m), 2026.7.1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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