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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진찬롱 교수가 서방 세계의 분열 가능성을 분석한 글이다. 미국의 "미국 우선" 정책이 국제질서와 동맹관계, 특히 미국-유럽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보고 있다. 중국 학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서방 내부의 균열과 그 지정학적 함의를 이해하는 데 참고할 만한 자료이다.[역자 주]
미국 현 정부는 집권 이후 "미국 우선" 원칙과 정책을 추구하면서 고립주의 경향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으며, 국제체제와 국제질서에 대한 파괴적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워싱턴이 유럽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고 대서양 관계의 균열이 깊어지는 배경 속에서, 미국과 유럽 내부에서는 만약 미국이 ‘퇴색’한다면, 하나의 전체로서의 서방은 "분열되고, 쇠퇴하며, 심지어 소멸"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ㅡ 대항해와 산업혁명을 통한 부상
본질적으로 "서방"은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 가치관 또는 지정학적 개념이다. 현대적 의미의 서방은 일반적으로 15세기부터 17세기의 지리적 대발견 또는 대항해 시대에 부상한 것으로 간주된다. 14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과 1522년 마젤란의 세계 일주 완성 등의 상징적 사건과 함께, 서방의 세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심화되었다. 이후 유럽 주요 강대국들은 대규모 해외 식민지화를 시작했고,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서방이 통제하는 지리적 범위를 10배 이상 확장했으며, 장악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크게 증가했다.
1872년, 리홍장은 청나라 황제에게 올린 상소문에서 아편전쟁 이후의 세계 구도 변화를 "3천년 미유의 대변국(3천년 동안 없었던 큰 변화)"이라고 칭했는데, 이에 대응하는 큰 배경 중 하나는 바로 당시 유럽 여러 국가들이 "백여 년 동안" 빠르게 발전하고, 중국을 포함한 세계 다른 국가와 지역에 대해 지속적으로 식민 확장을 진행한 것이었다. 그 이전 수천 년의 농경 문명 시대에, 중국은 오랫동안 세계 선두 위치에 있었다. 20세기 중국의 유명한 지리학자 후환용(胡焕庸)은 중국 인구 밀도에 관한 경계선, 즉 "후환용선"을 제시했다. 이 경계선은 중국의 400mm 강수량선과 기본적으로 일치하는데, 이를 통해 중국의 농경 지역 면적이 거대함을 알 수 있다. 이는 과거 수천 년 동안 중국이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농경 문명 시장을 보유했으며, 사회적 분업이 발달하고 부의 창출력이 강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항해 시대를 거치면서 유럽 강대국들은 상업 무역과 식민 확장 등의 방식으로 유라시아 대륙과 남북아메리카, 아프리카, 심지어 오세아니아를 연결했다. 그리하여 지식과 자원 등의 측면에서 점차 우위를 확보한 후, 서방은 시장 규모에서도 중국을 추월했다.
어떤 면에서 대항해 시대의 도래는 유럽 중세의 혼전 상태가 끝남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전 천 년 동안의 과학기술과 생산력 발전의 속박에서 벗어난 후, 유럽 사회는 점점 더 강력한 상인 계층과 부르주아지를 형성했다. 자본의 이윤 추구성과 확장성이 유럽 국가들의 해외 모험과 식민 확장을 추동하기 시작했고, 시장 확대로 인한 수요 증가로 유럽은 노동력부족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는 다시 유럽인들이 대규모 기계 생산을 선도적으로 습득하고 시작하게 함으로써 생산방식의 도약을 이루게 했다.
《과학혁명의 암호—총포, 전쟁과 서방 부상의 미스터리》라는 책에서, 경제학자 원이(文一)는 포연으로 가득 찬 유럽 중세를 회고하며, 13세기에 몽골인들이 중국에서 발명된 화약을 유럽에 가져왔고, 이후 유럽 대륙의 전쟁 형태를 크게 변화시켰으며, 유럽 주요 국가들이 화포를 연구, 생산, 개선하는 데 많은 인력, 물자, 재력을 투입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학계에는 "현대 과학의 기초를 닦은 사람"이라 불리는 갈릴레오와 뉴턴이 물리학, 특히 역학 분야에서 중요한 공헌을 한 이유가 그들이 탄도 포물선, 포탄 정확도 등의 연구에 참여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바로 유럽 중세와 대항해 시대의 복잡한 배경 속에서 서방 현대 과학혁명이 탄생했고, 앞서 언급한 대규모 기계 생산 등과 결합하여 제1차 산업혁명을 시작함으로써 유럽이 농업 문명에서 산업 문명으로의 업그레이드를 완성하고, 나아가 글로벌 패권 지위를 확립하게 되었다.
ㅡ 패권 모델은 변화를 겪었지만 이미 지속하기 어려워짐
세계를 오랫동안 주도하는 과정에서 서방 내부의 힘의 균형은 지속적으로 조정되고 변화했다. 유럽 강대국들 간의 정복이 계속되면서 전체적인 힘이 어느 정도 약화되었고, 미국은 19세기 말 영국을 추월하여 세계 제1의 산업 강국이 되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종합적인 역량 측면에서 세계 제1의 강국으로 더욱 성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세계는 곧바로 미국과 소련 두 초강대국이 주도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전통적으로 식민주의를 추구했던 유럽 강대국들과 비교하여, 미국과 소련의 국제적 행동 방식은 달랐다. 직접적인 식민지 약탈이 아니라 세력범위를 구분하고 상응하는 규칙 체계를 구축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결 초기, 세계가 유럽 대륙에서 수백 년 동안 계속 반복되던 전쟁 충돌 상황에 다시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국제 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 성과를 기반으로 유엔을 설립하여 세계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한 국제 협력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이것이 미소 패권 경쟁과 세계를 냉전 시대로 끌어들이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냉전 기간 미국은 대서양 동맹을 주도하고 의지하여 서방 진영을 형성했으며, NATO 등 ‘서방’ 개념을 더욱 구체화하는 조직을 설립했다.
1991년 소련 해체로 냉전이 종식되었다. 이후 30여 년 동안 미국은 상당히 오랜 기간 냉전의 혜택을 누렸으며, 군사, 경제 등 분야에서 자국의 글로벌 패권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그러나 미국은 경제 세계화와 무역 자유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는 동시에, 미국 국내 경제 운영과 정책 실행에서 점점 더 많은 문제가 나타났다. 금융자본 이익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의지한 결과, 제조업이 대량으로 해외로 이전되고 산업공동화가 심화되었다. 부의 분배 불균형으로 국내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이 축소되었다. 정부부채와 재정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정치, 경제, 사회 등 분야의 문제가 쌓이고, 결국 선거 차원의 포퓰리즘적 반발을 초래했다. 이러한 여러 요소가 중첩되면서 "트럼프 현상"이 탄생했고, 이는 미국 내정과 외교의 운영 논리와 행동 방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현재 우익 보수주의를 고수하고 "미국 우선" 기치를 내건 미국 정부는 서방 자유주의 전통의 일부 기본 이념과 사고에 대한 비판과 거부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내부의 인종 다양성, 문화 포용성, 그리고 국제무역 차원의 자유화, 세계화 등이다. 미국 국내 정치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동시에, 워싱턴의 언행과 입장은 서방 주류 가치관과 행동 방식을 좌에서 우로, 세계주의에서 고립주의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현재 변화는 지난 30여 년 동안 전반적으로 우세했던 서방 신자유주의 통치 철학에 충격을 주며, 나아가 80년 동안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제와 국제법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질서에 충격을 가하고, 심지어 1648년 베스트팔렌 체제에서 확립된 "주권 지상" 원칙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충격의 강도가 얼마나 클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ㅡ 미국의 동맹체제 재편이 서방의 기반을 흔들다
미국은 현재 많은 외교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는 글로벌 동맹체제를 정비하는 것도 포함된다. 미국이 이 방향으로 취하는 행동의 폭과 실제 효과, 특히 유럽과의 게임과 상호작용 속에서 대서양 관계를 어디로 이끌 것인지는 서방이 완전한 분열에 빠질 것인지, 심지어 "서방" 개념이 묻힐 것인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서방 내부의 힘의 균형이 복잡한 변화를 겪었지만,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항상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했다. 결국 유럽은 서방 문명과 현대 국제질서의 발원지이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구도의 중요한 한 축이었다.
미국과 유럽 관계에 대해, 현재 국제 여론이 극도로 주목하는 한 가지는 바로 양측이 많은 이슈에서 의견 차이와 균열이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안보 측면에서, 미국 현 정부는 집권 이후 러시아와 양자 관계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등의 문제에 대해 회담을 진행했는데, 이는 유럽이 "배신"당한 느낌을 갖게 했다. 현재 유럽 주요 국가들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저항을 고수하고 있으며, 대러시아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와 이란 핵 문제에서도 유럽과 미국의 입장 차이가 매우 뚜렷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유럽 내부의 반성이 늘어나고, 자주적 방위 체제 구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음으로 경제무역 측면이다. 이미 3년 이상 지연된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은 유럽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부추긴 목적 중 하나는 유럽을 붙잡아두고, 이를 기회로 유럽 경제의 부를 지속적으로 빼앗으며, 유럽의 미국에 대한 안보와 에너지 등의 의존도를 높이는 동시에, 경제 경쟁력 측면에서 유럽과 미국 간의 격차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미국 정부는 지금 관세라는 무기를 휘두르며, 새로운 라운드의 소위 "상호 관세" 조치에서도 유럽 동맹국들에게 ‘예외’를 두지 않아, 미국과 유럽 간 경제무역 측면의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셋째, 이데올로기와 가치관 측면이다. 미국 부통령 밴스는 올해 뮌헨 안보회의에서 유럽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며, 후자가 직면한 진정한 위협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미국과 유럽이 공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관"에 대한 퇴보라고 말했는데, 이는 유럽 여론에 큰 충격을 주었다. 전반적으로 현재 미국 국내 정치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우익 민족주의로, 반체제와 반엘리트 포퓰리즘, 반경제 세계화와 고립주의 등으로 나타난다. 이는 바로 유럽 주요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난제로서, 유럽 전통 주류 정당들이 "극우 방화벽"을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로 급진 우익 세력이 더 강화되고 더 큰 정도로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넷째, 미국과 유럽은 새롭게 등장한 "기술 가속주의(加速主义)“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 실리콘밸리 기술 엘리트들이 미국 정치에 더 직접적이고 더 큰 정도로 참여하면서, "기술 가속주의"의 이념과 실천이 미국 국내에서 성행하고 있다. 즉, 과학기술 분야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확대하며, 더 많은 기술적 수단에 의존하여 미국이 현재 직면한 정치, 경제, 사회 등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서양 건너편에서 유럽은 미국과 같은 기술적 우위를 갖고 있지 않으며, 미국 기술 거인들의 유럽 내 확장과 첨단기술 윤리 문제에 대해 계속 경계해왔기 때문에, "기술 가속주의" 문제에 대해 더 망설이고 있으며 미국의 발걸음을 따라가기 어렵다.
이렇게 볼 때, 현재 미국과 유럽의 관계 균열은 확실히 심각하다. 그러나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미국의 글로벌 동맹체제 정비는 대서양 관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지만, 워싱턴이 어느 정도까지 유럽과의 소원함, 심지어 결별을 감수할 의향이 있는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 미국이 현재 필사적으로 유지하려는 글로벌 패권은 여러 기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군사적 우위, 과학기술 선도, 달러 체제, 그리고 국제 담론권에 대한 장악 등이다. 이러한 패권 기둥들은 모두 동맹국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만약 전 세계에 퍼진 800개 이상의 군사기지가 없다면, 미국은 자신의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발휘할 수 없다. 또 만약 동맹국들의 자발적 협력이나 수동적 추종이 없다면, 미국의 과학기술, 달러, 담론 패권도 모두 지속되기 어렵다.
바로 이 때문에, 미국 동맹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 부분으로서, 미국과 유럽 관계의 향방은 하나의 전체로서 서방이 정말로 "역사적 결렬"에 빠질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 관계의 미래는 대서양 양안의 게임과 양방향 조정, 특히 유럽이 전략적 자주성을 실현하려는 결심과 진도에 크게 달려 있다. (저자는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2025.04.22
(원문보기)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MNBmIVjl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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