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원린(田文林)/ 김정호 번역
등록일 : 2026.03.07
공격받은 미군기지.jpg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파괴된 중동 내 미군기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파급 효과가 번졌고, 여러 걸프 국가들이 피해자가 됐다. 한편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걸프 국가들의 대외 원유 수출 전략 통로가 사실상 차단되어, 석유·가스 수출에 의존하는 걸프 산유국들의 경제적 이익이 크게 훼손됐다. 다른 한편으로 이란이 걸프 지역에 주둔한 미국의 군사 기지들을 파괴적으로 타격하면서, 걸프 국가들의 안보 환경은 급격히 악화됐고 사업 환경도 크게 손상됐다. 이들 국가는 대체로 금융, 부동산, 무역 환적 등 서비스 중심 경제에 의존하는데, 서비스형 경제가 존속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안보 환경이다. ‘평화의 오아시스’라는 안전 신화는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으며, 전쟁의 외연 확대는 걸프 각국의 근본적·장기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를 낳은 직접적 원인은 걸프 국가들 영토 내에 대규모 미국 군사기지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오만에는 시브(Sib) 공군기지가 있고, 카타르 영내에는 미군 중부사령부 전방 지휘부가 있으며, 바레인은 미 제5함대의 본부 소재지다. 그동안 걸프 국가들은 이러한 미국 군사기지를 미국의 안보 ‘보호막’을 상징하는 핵심 징표로 여겨 왔다. 그러나 이번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가져온 중요한 결과 가운데 하나는, 바로 걸프 국가들 영내에 미국 군사기지가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가 이란 미사일 공격의 표적이 됐다는 점이다.

 

더 깊게 보면 걸프 국가들의 안보 전략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스스로의 안보를 패권 국가인 미국에 의탁해 온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걸프 국가들은 스스로를 영토가 작고 힘이 약해 자력 방위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기며, 외부에서 안보 보호를 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걸프 국가들은 잇따라 미국과 안보 협정을 체결하고 미국을 최대의 안보 우산으로 여겨 왔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동시에, 세계 최대의 패권주의 국가이기도 하다. 미국이 중동에서 갖는 최우선 이익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유지하는 데 있으며, 이스라엘의 안보감이 커지기 위한 전제는 아랍 세계가 분열되고 약화되며 빈곤해지는 것이다. 이로부터 미국의 중동 정책 본질이 아랍 국가들의 총체적·장기적 이익을 끊임없이 훼손하고 잠식해 왔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걸프 국가들이 미국과 긴밀히 결속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미국의 패권 전략에 봉사해 왔다. 예컨대 2011년 중동의 격변 이후 일부 걸프 국가들은 서방 국가들과 함께 시리아, 리비아 등지에서 정권 교체를 부추겼다. 주관적으로는 서방의 힘을 빌려 역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였지만, 객관적으로는 아랍 세계의 분열을 심화시켜 미국이 중동을 더 편리하게 좌우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2020년 트럼프가 ‘아브라함 협정’을 제안해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 목적은 이스라엘의 외교 환경을 개선하는 데 있었다. 그런데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이 이스라엘과 수교한 뒤, 이스라엘은 외교 환경이 개선된 틈을 타 어느 정도까지는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이런 점에서 걸프 국가들이 미국에 기대어 안보 보호를 얻고 미국에 협력하는 것은 사실상 ‘살을 도려내 상처를 막는 격’으로, 단기 이익을 위해 장기 이익을 희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안보 전략은 분명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책적 관점에서 걸프 국가 안보 전략의 실패는 미국 패권주의 정책의 역풍과도 관련이 있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믿고 중동과 세계 다른 지역에서 힘으로 약자를 괴롭히고, 걸핏하면 이중 기준을 들이대 왔다. 그 결과 중동 지역에서는 갈수록 강한 반미 정서와 운동이 촉발됐다. 이번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선전포고도 없이 전쟁을 벌이고, 심지어 이란의 최고 지도자를 직접 암살하면서, 이란은 ‘바닥선이 없는’ 강력한 보복에 나섰다. 걸프 국가들은 미국과 너무 단단히 묶여 있었기 때문에 타격의 대상이 됐다. 이는 패권주의 국가에 의존해 자국 안보를 지키려 할 경우, 결국 불을 제 몸으로 끌어들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군사적 관점에서 걸프 국가들의 친미 안보 전략이 실패한 것은 미국 군사 패권의 가속화된 쇠퇴와도 관련이 있다. 걸프 국가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미국이 세계 1위 군사 강국이므로, 외부의 안보 보호를 구한다면 자연히 미국에 의존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냉정하게 분석해 보면 미국이 해양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제패해 온 것은, 항모 전단을 골간으로 하는 해·공군 우위에 주로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사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뚜렷한 해상 우위를 갖지 못한 국가(예: 이란)도 사거리·살상력·돌파 성능이 강화된 미사일을 통해 미국의 해·공군 우위를 억제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미국의 걸프 지역 군사 기지들이 이란의 공격을 계속 받으며, 여러 대의 전투기가 파괴됐다. 2025년 초 미국은 예멘 후티 무장세력과 정면으로 군사 충돌을 벌였고, 쌍방이 치고받는 국면 끝에 결국 휴전에 들어갔다. 일부 평론은 이 충돌이 사실상 ‘미국판 보어 전쟁’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일정 부분 미국의 군사 패권이 이미 점차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상황에서 걸프 국가들이 여전히 자국 안보를 미국에 맡긴다면, 진정한 안전감을 얻기 어렵다.

 

이제는 뼈저리게 되짚어 봐야 한다. 걸프 국가들이 가장 해야 할 일은, 안보를 미국에 맡기는 것이 과연 믿을 만한지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많은 사실은 의존적 발전의 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으며, 전략적 자율이 출구임을 보여 준다. 걸프 국가들은 연합해 자강(自强)해야 하고, 외래 간섭에 반대해야 하며,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들과 동행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중국인민대학 지역·국별연구원 중동연구소 소장)

 

 

2026-03-05 

출처:  환구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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