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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관계학계와 전략 분야에서 점점 더 피하기 어려운 핵심 의제가 하나 있다. 바로 미국 패권의 성격이 역사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문제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학계에서 한 가지 공감대가 대체로 형성돼 있다. 냉전 이후 공공재 제공을 특징으로 하며 어떤 “자비로운 패권”의 모습을 유지하려 했던 미국은, 강권에 기대 사익을 챙기고 국내법을 국제법 위에 올려놓는 “약탈적 패권”으로 빠르게 퇴행하고 있다.
미국의 “약탈적 패권” 전환은, 국력이 크게 증대한 뒤 여유 있게 짜는 포석이 아니라 인식의 깊은 엇박자와 국내 정치의 극단적 양극화에서 비롯된 전략적 오판이다. 그 심층 동인을 분석해보면, 주된 근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상대적 힘의 쇠퇴에서 비롯되는 심각한 인식적 불안이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은 여전히 강하다고 보는 것과 달리, 트럼프 정부는 미국이 “쇠퇴하는 국가”가 됐고 더 이상 예전처럼 유일무이한 패권국이 아니라고 본다. 새로운 현실을 인지했음에도, 단극 체제의 순간에 익숙한 미국 의사결정층은 다른 국가들의 집단적 부상을 평정심으로 바라보지는 못한다. 다만 지적해야 할 것은, 미국의 불안이 절대적 국력의 전면적 쇠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안은 상대적 우위가 압축될 때 생기는 공포감에서 나온다. 기존의 다자 메커니즘과 자유무역 규칙이 미국이 영원히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도록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미국의 전략 논리는 자국 경쟁력 제고에서 경쟁 상대의 잠재력을 억누르는 방향으로 퇴행한다. 정치·행정적 강제력으로 경제 법칙을 되돌리려는 이른바 “작은 마당, 높은 담장”은 본질적으로도 일종의 스트레스성 약탈이다.
둘째, ‘구질서가 미국을 손해 보게 했다’는 허구적 전략 상상이다. 최근 미국 국내에는 “피해자 서사(얘기)”가 넘쳐난다. 지난 수십 년의 경제 세계화가 미국을 “손해 보게 했고”, 기존 국제체제가 미국의 국익을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더 거시적인 역사적 시야로 보면 이런 인식은 터무니없다. 냉전 이후의 세계체제에서 미국은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큰 이익을 본 선진국이다. 냉전 말기인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 독일과 일본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두 나라 GDP를 합치면 한때 미국과 맞먹기도 했다. 당시 미국 전략계는 “일본 1위”를 외치며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냉전 이후 30여 년간의 세계화 ‘재편’ 속에서 미국은 금융·과학기술·디지털 경제 영역의 패권을 통해 세계 가치사슬의 최상단으로 올라섰다. 오늘날 미국의 GDP 총량은 일본과 독일 GDP 합의 2배를 넘으며, 과거의 두 경제적 도전자를 한참 따돌리고 있다. 세계화에서 막대한 이윤을 거둔 미국이 되돌아서 “현 국제질서의 피해자”를 자처하는 것은 역사 왜곡일 뿐 아니라, 약탈적 정책을 미화하기 위한 가림막에 불과하다.
셋째, 미국 극우가 세계를 주도하고 ‘제로섬 게임’을 재구성하려는 정치적 충동이다. 패권 정책의 전환은 국내 정치 토양의 변질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미국 사회의 분열이 깊어지고 빈부격차가 확대되면서, 강한 배타성과 극단적 민족주의를 띤 극우 사상이 미국의 대외정책을 역류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상은 포용적 국제질서를 구축할 인내가 없고, 국제관계를 난폭하게 홉스식 정글의 법칙으로 단순화한다. 극우의 전략 틀에서 동맹은 언제든 뜯어낼 수 있는 ‘현금인출기’로, 다자기구는 미국이 힘을 발휘하는 데 걸림돌로 간주된다. 그 결과 미국이 보는 패권은 더 이상 국제체제 안정 유지의 책임이 아니라, 전 세계 부를 마음대로 거둬들이는 특허 도구가 된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패권의 흥망사를 보면, 미국의 약탈적 패권 행태는 도덕적으로 파산했을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패권의 유지는 일정 수준의 정당성과 공공재 공급 위에 성립해야 한다. 순수하게 압박과 약탈로 “보호비”를 걷는 모델은 국제사회 이탈(원심력)의 급상승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미국의 현재 정책 실천은 2차대전 이후 축적해온 소프트파워를 전례 없는 속도로 탕진하고 있다. 그것은 경쟁 상대에게 자주 혁신을 더 빠르게 추진하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유럽·아시아의 동맹들로 하여금 미국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에 대비해 전략적 자율성과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미국의 약탈적 패권은 오히려 일종의 주기적 현상에 가깝다. 미국은 역사적으로도 유사한 충동을 여러 차례 보여왔다. 이런 변화는 구조적 모순에 직면한 패권이 보이는 응급 반응이다. 약탈적 정책이 가져오는 ‘역풍’이 단기적으로 거둘 수 있는 이익보다 커지고, 강권 유지를 위한 비용이 감내 한계를 넘어서면 이 정책 모델은 반드시 막다른 길로 향하게 된다. 미래의 어떤 역사적 시점에서, 외부 압력과 내부 비용이 미국으로 하여금 새로운 전략 전환을 강요할 것이다. 다음 전환이 더 고립된 수축으로 갈지, 혹은 뼈아픈 반성 끝에 이성과 다자주의로 돌아갈지는 미국 국내 정치와 국제 환경의 상호작용 상태에 달려 있다. (저자는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교수)
2026-03-12
출처: 환구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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