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실장)
등록일 : 202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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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첫 국제무대에 데뷔한 장소는 6월 15일~17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였다. 그때 이 대통령은 주최국인 캐나다의 초청으로 참석했다. 이때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도 참석했다. 

캐나다 G7 정상회의 때 벌어진 장면 중에 이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이 걸어가면서 어깨에 손을 두르고 다정함을 과시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전까지 한 번도 교유가 없었던 두 사람이 왜 오래된 친구처럼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을까? 당시 매우 의아했다.

하지만 페트라 코스타 감독이 만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열대의 묵시록>(2025년 개봉)을 보고 그 의문이 풀렸다. 바로 동병상련이 아니었을까?

코스타 감독은 룰라를 감옥에 보내고 시우바 대통령을 탄핵하는 배경을 그린 다큐 <위기의 민주주의>(2019년 개봉)를 이미 만든 바 있다. 그 다큐를 보고 한국의 검찰이 브라질 검찰처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법살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치를 떤 바 있다.

코스타 감독이 이번에 만든 <열대의 묵시록>은 룰라가 옥에서 풀려나와 다시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이 극우 정치인 보우소나루와 손을 잡고 깽판을 부리는 이야기를 전한다. 마치 한국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이 전광훈, 손현보, 김장환 등의 극우 목사들과 손을 잡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의 브라질 판이라고 보면 된다. 아니 그 역이다. 윤석열과 한국 극우 기독교 세력의 준동이 브라질에서 벌어진 일의 한국판이다.

 

열대의 묵시록.png
<열대의 묵시록> 포스터

우리는 보통 브라질을 가톨릭 국가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다큐를 보면 브라질은 이미 가톨릭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최근 10년 동안 브라질의 기독교 복음주의가 5%에서 30%로 세를 불렸다. 그리고 이들이 이런 조직력을 활용해 정치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실상을 보면 보우소나루가 그들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이 보우소나루를 앞세워 정권을 좌지우지하려고 했다.

나는 이 다큐를 보면서, 극우가 기승을 부리는 한국의 정치 상황을 떠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룰라와 겹쳐 보였고, 복음주의 목사 말라파이아는 전광훈과 손현보 이상의 인물이었다. 보우소나루가 대선 유세 때 옆에 있는 말라파이아를 쳐다보며, '신은 나에게 싸워라. 그러면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마치 내가 룰라와 맞짱을 뜨면 말라파이아 당신이 함깨해줄 거죠라고 애원하는 듯이 보였다.

보우소나루는 2022년 대선에서 패한 뒤에도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을 믿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극우 복음주의 신자들은 군대 앞에 몰려가 연좌를 하면서 군이 개입하기를 요구하고 곳곳에서 폭동을 벌였다. 급기야 2023년 1월에는 복음주의 극우 세력이 주도하는 폭도들이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이 있는 3부 청사를 점거했다. 이때 모습은 마치 윤석열의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해 전광훈, 손현보 졸개들이 서울서부지법 청사를 습격했던 1.19 폭동과 흡사하다. 아니 훨씬 더 과격하고 규모가 컸다. 청사 유리문을 철제 기구로 깨는 모습, 부서져 흩어진 대법원의 집기와 명패, 건물 안에서 벌이는 광란 행위가 서부지법 폭동의 확대판이었다.

이 장면을 보면서 트럼프가 대선에 진 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국 의사당 점거, 2023년 1월 8일 브라질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의사당·대통령궁·대법원 점거, 2025녀 1월 19일 한국 윤석열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점거가 한 줄로 이어졌다. 극우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이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브라질에 반공을 앞세운 기독교 복음주의가 뿌리내린 계기도 브라질의 해방 신학에 대항하려는 미국의 개입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의 지금 상황이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는 자신이 지지하는 보우소나루가 체포돼 중형을 선고받았다는 이유로 브라질에 과대한 관세를 물리는 등 보복을 가하고 있고, 룰라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미국이 주권에 대해 부당한 간섭을 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일이 윤석열을 둘러싸고 한-미 사이에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벌써 그 한미 정상회담 때 조짐이 있었다.

내란 수괴가 옥에 갇혀 재판을 받고 있다고 결코 안심할 수 없다. 트럼프를 비롯한 미국 극우 세력을 동원해 이재명 대통령을 공격하려는 국내의 내통 세력이 여전히 암약하고 있고, 여차하면 트럼프 쪽도 이에 가세할지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권자 시민의 힘이다. 브라질 시민이 미국을 등에 업은 극우주의자들의 발호 속에서 룰라를 선택하고 그를 강고하게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룰라가 미국의 압박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시민도 브라질 사태를 타산지석 삼아 절대 경계를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긴 추석 연휴에 이 다큐를 볼 것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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