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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전 대표 (사진=KT)

 

KT 전직 경영진의 불법 정치자금 조성과 비자금 의혹에 대해 대법원이 주주 손해 책임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반복돼 온 경영진 비리에 사법부가 제동을 건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법원 3부는 최근 KT 소액주주 35명이 제기한 76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황창규 전 회장과 구현모 전 대표의 배상 책임을 부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환송했다.

 

“비자금 조성, 이사로서 임무 해태”…감시 의무 위반 판단

이번 소송은 KT 전직 경영진이 이른바 ‘상품권 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대법원은 비자금 조성이 회사와의 위임계약에 따른 임무를 저버린 행위에 해당하며, 이사로 선임된 시점부터 비자금 조성이 종료될 때까지 감시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다시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KT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부과받은 630만 달러(약 90억 원) 규모의 과태료·추징금 역시 경영진의 위법 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인지 재심리 대상이라고 봤다.

 

노동·시민단체들은 “KT 경영진의 반복된 부정부패가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주주와 회사에 실질적 손해를 끼친 행위임을 사법부가 명확히 한 것”이라며 “향후 기업 이사의 책임 범위를 강화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찰 봐주기 수사로 책임 회피” 비판도

시민사회는 이번 판결이 더욱 주목받는 배경으로 검찰 수사 과정을 지적했다. 황 전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의 정점에 있었음에도 기소되지 않았고, 구 전 대표 역시 불법 정치자금 송금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기소가 지연되는 사이 차기 대표이사로 취임했다는 비판이다.

 

KT는 과거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미르재단 출연, 정치권 쪼개기 후원 등 각종 의혹에 연루돼 왔다. 그러나 경영진에 대한 사법적 책임은 제한적으로만 물어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노동계 관계자는 “정권 교체 때마다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고, 내부 이사회는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검찰의 소극적 수사와 이사회의 무력화가 결합해 책임 구조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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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노동·시민사회 “지배구조 개선이 재발 방지의 출발점”

KT새노동조합과 약탈경제반대행동은 3일 공동 논평을 내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전직 경영진의 손해배상 책임을 철저히 심리해 주주와 회사에 끼친 피해를 빠짐없이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검찰의 과거 수사 관행에 대한 재검토 ▲기소되지 않은 관련자에 대한 추가 수사 여부 판단 ▲낙하산 인사 차단과 실질적 이사회 독립성 확보 등 지배구조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단체들은 “경영진의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는 결국 노동자와 주주,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된다”며 “KT가 특정 권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책임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감시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파기환송심에서 경영진 개인의 배상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될지에 따라 국내 기업 지배구조와 이사 책임 법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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