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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거버넌스 제안: 다자주의를 통한 글로벌 질서 재편
1) 국제 거버넌스 제안의 배경
현재 인류는 기존의 거버넌스 모델로는 더 이상 전(全) 지구적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가을 유엔총회의 격렬한 토론 속에서 국제사회는 두 가지 거버넌스 이념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한쪽은 힘의 논리와 다자 기구를 순수한 도구로 보는 패권적·일방주의적 노선이며, 다른 한쪽은 주권 평등과 단결·협력을 중시하는 진정한 다자주의 노선이다.
2025년 9월 1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상하이협력기구+’ 회의에서 처음으로 국제 거버넌스 구상을 제시했다. 이는 그에 앞서 제시한 국제 발전 제안, 국제 안보 제안, 국제 문명 제안에 이어 중국이 제시한 또 하나의 중요한 구상으로, 각계의 높은 평가와 환영을 받았다. 국제 거버넌스가 역류에 맞서 전진하지 않으면 후퇴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시점에서, 이 제안은 시의적절하고 세계 대다수 국가의 공통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2) 현행 국제 거버넌스 체계의 세 가지 단점
중국의 《국제 거버넌스 제안 개념 문서》가 지적하고 있듯이, 현재 국제정세는 변화와 혼란이 교차한다. 유엔과 다자주의는 타격을 받고 있으며, 국제 거버넌스의 적자(赤字)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현행 국제 기제에는 다음 세 가지 주요 단점이 존재한다. (이하 “유엔총회 격론, 국제 거버넌스 구상의 시의성을 부각하다” , https://blog.naver.com/haidywang/224020840197 참조)
첫째, 글로벌 남방의 대표성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신흥시장 국가와 개발도상국의 집단적인 부상에 따라 글로벌 남방의 대표성을 높이고, 역사적인 불공정성을 바로잡을 필요가 절실히 요구된다. 글로벌 남방의 경제 총량이 세계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국제 평화와 발전을 지키는 핵심 세력이 되었다. 하지만 국제체계 내에서 대표성과 발언권은 여전히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이다.
둘째, 국제 거버넌스의 권위가 침식당하고 있다.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이 효과적으로 준수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이 거부되고, 일방적 제재 등의 행위가 국제법을 위반하여 국제질서를 파괴한다. 가자지구의 비극은 이 같은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렇듯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구인 유엔조차도 민간인 학살을 막지 못하고, 폭탄을 공급하는 국가들을 제약하지 못한다면, 기후 협력이나 디지털 거버넌스, 기아 퇴치 같은 행동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을까?
셋째, 효율성의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일례로, 유엔의 <2030 지속 가능한 발전 의제> 이행의 진전이 심각하게 지연되고 있다. 기후 변화, 디지털 격차 등의 문제가 날로 두드러지며, 인공지능, 사이버 공간, 우주 등 새로운 영역의 관리는 부재한 상태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제 거버넌스를 어떻게 개혁하고 개선할 것인지는 국제사회가 높은 관심을 가지는 문제이다.
3) 중국의 국제 거버넌스 제안의 다섯 가지 핵심
‘상하이협력기구+’ 회의의 연설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국제 거버넌스의 다섯 가지 핵심 이념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였는데, '어떤 국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 ’어떻게 국제 거버넌스를 개혁하고 개선할 것인가'는 시대의 중대한 명제이다.
(1) 주권 평등의 존중
주권 평등은 국제 거버넌스의 가장 중요한 전제이다. 세계 각국의 평등한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며, 더 많은 국가 특히 광범위한 개발도상국가 국제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인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 국제 자원 배분의 불공정과 발언권의 심각한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한다. 각국은 크고 작든 간에, 강하고 약함을 막론하고 모두 국제사회의 평등한 일원으로서 국제 공동 규칙의 제정과 완성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2) 국제 법치 준수
국제 법치는 국제 거버넌스의 근본적인 보장이다. 일부 서방 국가들이 제시하는 "규칙 기반 질서"라는 모호한 표현을 겨냥하여, 시진핑 국가주석은 규칙이란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 등 공인된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이라는 명확한 정의를 내렸다. ‘이중 잣대’를 적용하여 ‘집안 규칙’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서 "국제법과 국제 규칙이 평등하고 통일되게 적용되도록 보장한다"는 기본원칙을 강력하게 제시했다.
(3) 다자주의 실천
다자주의는 국제 거버넌스의 기본적 경로이다. 파벌을 만들어 ‘작은 서클’을 형성하는 ‘가짜 다자주의’에 대해 "유엔의 지위와 권위를 단호히 수호한다"는 기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엔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와 다자주의의 초석으로서 그 역할이 강화되어야지 반대로 약화되어선 안 되고, 그 지위는 반드시 지켜져야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는 없다.
국제사회는 '힘의 논리'에서 출발해 다자주의 메커니즘을 순수한 도구로 간주하는 패권적 입장과 일방적 행동을 경계해야 한다. 다자주의 외피를 쓴 '가짜 다자주의'와 '소집단 정치'는 특정 집단의 지정학적 목표에 봉사하며, 국제 규칙이 자신에게 유리하면 따르고 불리하면 버리는 식으로 국제질서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끊임없이 위협한다.

(4) 인간 중심주의 주창
인간 중심주의는 국제 거버넌스의 가치 지향성이다. 국제 거버넌스의 개혁과 개선은 각국 특히 개발도상국의 이익에 좀 더 잘 봉사하는 것이어야 한다. 각국 인민의 보편적 관심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인류가 직면한 공동 문제의 해결에 기여해야만 한다.
(5) 행동 지향의 중시
행동 지향은 국제 거버넌스의 중요한 원칙이다. 국제 거버넌스의 개혁과 개선은 현존하는 국제질서를 완전히 뒤엎자는 것이 아니고, 현행 국제체계의 외부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현행 국제체계와 국제메커니즘의 실행력과 효율성을 강화하여 급변하는 상황에 좀 더 잘 부합하고, 각종 국제적인 도전에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상, 다섯 가지 핵심 이념은 유엔헌장의 목적 및 원칙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 또한 국제관계 발전의 시대적 조류에도 부합하기에 깊은 역사적 의미 및 강한 현실적 적합성을 지닌다.
4) 중국 거버넌스 제안의 정당성ㅡ 전후 세계질서가 주는 역사적 교훈
상술한 ‘다섯 가지 핵심 이념’은 일종의 미래지향적 규범(prescriptive norms)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역사적 정당성(historical legitimacy)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 주어진다.
즉, 전후 세계질서의 주요한 내용은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의 '세계주의' 청사진*에서 비롯됐다. 유엔의 기본 틀을 설계할 때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체제의 전신인 미국·소련·영국·중국 4개국이 공동 책임을 지는 구상이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였다. 이는 전통적 강권 정치의 틀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다자간 협력을 추진하려는 노력이었으며, 전후 세계질서의 기초를 다졌다.
* 루즈벨트의 국제주의 청사진, 덤바턴오크스 회의, 4대국 구상, 유엔 안보 구조와 관련한 내용은 Townsend Hoopes & Douglas Brinkley, “FDR and the Creation of the U.N.”(1997) 참조. )
하지만 안타깝게도 루즈벨트의 주장과 관련한 전략적 유산은 미국 내에서 제대로 계승·발전되지 못했다. 미국은 곧 다시 강권 정치의 사고로 회귀했으며, 다자주의를 상당 부분 저버린 채 집단적 대립과 진영 대결의 낡은 길로 돌아가서 결국 냉전을 초래했다. 빈번한 대리전, 유엔헌장 취지와 원칙에 대한 공공연한 거부, 국제 협력 및 개발 의제의 왜곡은 냉전 시기에는 흔한 현상이었다.
1990년대 초 냉전이 끝나면서 인류는 평화와 발전의 새로운 희망을 맞이하는 듯 했다. 그러나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과 소수의 서방 국가는 이 기회를 진정한 다자간 협력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오히려 냉전 승리의 '배당'을 과도하게 소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단극적 패권 질서를 추진했다. 냉전 이후 미국은 한때 '세계 지도자'임을 자처하고 '규칙 수호'라는 명분 아래 '가짜 다자주의'를 펼쳤으며, 실제로는 '소규모 그룹'을 통해서 유엔을 무력화했다.
우선 안보 분야에서, 냉전 이후 나토가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해체와 함께 해산되지 않고 오히려 동쪽으로 계속해서 확장되었는데, 그와 함께 냉전적 사고를 유럽 밖의 지역까지 연장했다. 미국은 이를 빌미로 전 세계에 군사동맹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민주주의'라는 명분으로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여 전후 질서의 합법성과 신뢰성을 크게 약화시켰다. 그 결과, 세계 안보 거버넌스의 적자는 확대되고, 관련 국가들의 국방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며,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안전의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경제 분야에서는, 미국과 서방이 신자유주의 색채가 강한 '슈퍼 글로벌화'의 물결을 주도했다. 하지만 자본과 시장의 자유로운 이동만을 추구하고, 글로벌 남방국가들의 이익과 각국 내부의 사회적 공정 문제를 간과했다. 금융위기 발발, 빈부격차 확대 등의 문제로 인해서 세계 각국은 이러한 불균형적 경제 글로벌화를 반성하기 시작했는데, '역글로벌화'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80년이 지난 오늘날, 이제 각국은 2차 대전 승리의 성과로 구축된 국제체제와 그 기본원칙을 굳건히 수호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아래 내용은 “ '다자주의의 빛'으로 국제 거버넌스의 새로운 미래를 밝힌다” https://blog.naver.com/haidywang/224025246423 참조.)
첫째,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제와 국제법을 기반으로 한 국제질서를 확고히 지켜야 한다. 유엔 체제는 2차 대전 승리의 집약적인 성과로서, 전후 국제질서의 공정과 정의의 기본적 구도를 떠받친다. 이는 국제 평화와 안전의 중요한 버팀목이기에, 유엔의 권위를 약화시키거나 새로운 체제를 만들려는 시도는 반드시 경계하고 저지해야 한다. 유엔 창립 회원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각국과 함께 유엔의 지위와 권위를 지키고,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수호하며, 유엔이 개혁을 통해 효율성과 직무 수행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둘째, 진정한 다자주의를 견지하고, 국제문제는 모든 국가가 함께 논의해서 결정해야지 특정 국가나 소수 국가가 좌지우지해선 안 된다. 개발도상국의 국제문제에 대한 대표성과 발언권을 높여, 국제 거버넌스 체계가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 세계의 평화를 사랑하는 민중들이 피와 생명으로 쓴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하며, 2차 대전 승리의 성과를 굳게 지켜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협의·공동 건설·공유의 글로벌 거버넌스 이념을 실천해야 한다.

셋째, 신냉전과 집단적 대립의 조짐을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구화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각국이 제로섬 게임을 하게 되면 앞길이 없고, 군사적 집단 대립을 하면 세계의 안전만 위태로워진다. 중국은 평화·발전·협력·상생의 시대적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본다. 세계는 다시 패권주의 시대로 돌아가서는 안 되며, 정글의 법칙으로 끌려가서도 안 된다. 최근의 일련의 경험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동맹을 만들거나, 경제 디커플링과 기술 봉쇄를 조장하는 것은 모두 낡은 냉전적 사고의 재현일 뿐, 결코 인심을 얻지 못하고 반드시 실패하고 만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중국의 국제 거버넌스와 관련한 구상은 '다섯 가지 핵심 이념'을 통해 미래지향적 규범을 제시하고, 전후 세계질서의 역사적 교훈을 통해 이 제안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논리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서 미국은 자국 대통령인 루즈벨트의 다자주의 유산을 스스로 배신하고, 냉전과 패권주의로 역사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이와 비교할 때, 중국이 제출한 다섯 가지 이념은 종전 후 질서의 본래 정신(유엔헌장)으로 돌아가자는 것이고, 역사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4. ‘인류 운명공동체’ 구상과 ‘4대 글로벌 제안’의 관계: 비전과 실천의 통합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이 제시한 ‘인류 운명공동체’ 구상과 발전·안보·문명·거버넌스 제안은 그때그때의 정세적 대응이라기보다는, 자국의 오랜 실천 경험과 현 국제질서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나온 전략적 구상임을 알 수 있다. 이들 상호 간에 긴밀한 연관이 존재하며, 그것은 전체적으로 ‘비전’과 ‘실천’의 통합적 구조를 형성한다. 이하 다섯 가지의 각도에서 그 구체적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1) 구조적 관계: 목표와 수단의 유기적 통합
인류 운명공동체 구상과 네 가지 글로벌 제안(발전, 안보, 문명, 거버넌스)은 중국 외교 사상의 핵심을 구성하며, 양자는 비전(vision)과 실천 경로(pathways)의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인류 운명공동체는 중국이 제시하는 국제질서의 최종 목표이자 이상적 청사진이며, 네 가지 글로벌 제안은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영역별 실천 방안이다.
이러한 관계는 건축학적 비유로 설명할 수 있다. 인류 운명공동체가 완성된 건축물의 전체 설계도라면, 네 가지 제안은 각각 기초(발전), 구조(안보), 내장(문명), 시공 관리(거버넌스)에 해당한다. 발전 제안은 경제적 기반을 다지고, 안보 제안은 평화로운 환경을 보장하며, 문명 제안은 정신적·문화적 내용을 채우고, 거버넌스 제안은 이 모든 것을 조율하고 실행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류 운명공동체 구상이 2015년 유엔총회에서 처음 제시된 이후 네 가지 제안이 순차적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발전 구상(2021년), 글로벌 안보 구상(2022년), 글로벌 문명 구상(2023년), 국제 거버넌스 구상(2025년)은 각각 그 자체로 시대적 필요에 따라서 제시되었지만, 모두 인류 운명공동체라는 큰 틀 안에서 그 정당성과 방향성을 부여받고 있다. 이는 중국이 처음 ‘인류 운명공동체’라는 추상적 이념을 제시한 후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점진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전략적 접근을 보여준다.
(2) 내용적 상응: 다섯 가지 요소와 네 가지 제안의 매핑(Mapping)
인류 운명공동체 구상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ㅡ 지속 가능한 평화, 보편적 안전, 공동 번영, 개방 포용, 깨끗하고 아름다운 세계—는 네 가지 글로벌 제안과 명확한 대응 관계를 형성한다.
우선, 공동 번영은 글로벌 발전 구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발전 구상이 강조하는 혁신 주도, 인민 중심, 녹색 지속가능성은 모두 경제적 번영이 소수의 독점이 아닌 전 인류의 공유물이 되어야 한다는 운명공동체의 핵심 가치를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브릭스 신개발은행(NDB) 등은 발전 구상의 실천적 플랫폼이자 운명공동체 구축의 물질적 기반이다.
다음으로, 지속 가능한 평화와 보편적 안전은 글로벌 안보 구상의 직접적 대상이다. 안보 구상이 제시하는 공동·종합·협력·지속 가능한 안보관, 특히 "안보 불가분리" 원칙은 운명공동체의 평화 이념을 작동이 가능한 안보 메커니즘으로 전환한다. 한 국가의 안보가 다른 국가의 불안을 대가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운명공동체가 제로섬 게임이 아닌 상생의 논리 위에 서 있음을 명확히 한다.
셋째, 개방 포용은 글로벌 문명 구상의 핵심 정신이다. 문명 구상이 강조하는 문명 다양성 존중, 문명 간 대화와 상호 학습, 인문 공동체 구축은 운명공동체가 단일 문명의 패권이 아닌 다원적 공존을 지향함을 보여준다. "문명 교류로 문명 간 장벽을 넘어서고, 문명 상호 학습으로 문명 충돌을 극복하며, 문명 공존으로 문명 우월주의를 뛰어넘는다"는 시진핑 주석의 말은 운명공동체의 문화적·정신적 기반을 명확히 한다.
넷째, 깨끗하고 아름다운 세계는 발전 구상과 문명 구상 모두에 걸쳐 있다. 발전 구상의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생" 원칙과 문명 구상의 생태 문명 강조는 운명공동체가 단순히 인간 사회의 연대를 넘어 지구 생태계 전체를 포괄하는 비전임을 보여준다.
끝으로, 국제 거버넌스 구상은 이 모든 요소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절차적 틀을 제공한다. 주권 평등, 국제 법치, 진정한 다자주의, 인간 중심, 행동 지향이라는 다섯 가지 원칙은 운명공동체 구축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국제관계와 제도 속에서 작동하도록 하는 메커니즘이다. 특히 글로벌 남방의 대표성 확대, 유엔 중심 체제 강화, 가짜 다자주의 반대 등은 운명공동체가 기존 패권 질서의 재생산이 아닌 진정한 구조적 변화를 지향함을 명확히 한다.
(3) 전략적 의의: 중국 외교 사상의 체계화와 국제적 확산
인류 운명공동체와 네 가지 제안의 관계는 중국 외교 사상이 추상적 이념에서 구체적 정책으로, 국내 경험에서 국제 공공재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글로벌 발전 구상은 중국의 " 새로운 발전 이념"(혁신·조화·녹색·개방·공유)의 국제적 확장이며, 글로벌 안보 구상은 "총체적 국가 안보관"의 국제화된 버전이다. 이는 중국이 자국의 성공적 경험을 보편적 원칙으로 제시하되, 강요가 아닌 공유의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패권국의 접근과 차별화된다.
네 가지 제안이 유엔 결의안, 상하이협력기구 선언, 브릭스 정상회의 문서 등에 반복적으로 포함되는 것은 이러한 이념이 이제 단순한 중국의 일방적 주장이 아닌 국제사회, 특히 글로벌 남방국가들의 공감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류 운명공동체 이념이 8년 연속 유엔총회 결의안에 반영되고, 상하이협력기구와 브릭스 선언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 구상이 점차 국제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4) 역사적 맥락: 전후 질서의 원칙 회복과 새로운 질서의 창출
국제 거버넌스 구상이 강조하는 "전후 세계질서와 다자주의의 역사적 교훈"은 네 가지 제안 전체의 역사적 정당성을 제공한다. 루즈벨트의 세계주의 청사진이 냉전과 탈냉전 시기에 패권주의로 왜곡되었다는 주장은, 중국의 제안이 혁명적 변화가 아닌 배신당한 원칙의 회복이라는 논리를 구축한다.
이는 매우 전략적인 고려이다. 중국은 스스로를 "현상 변경 세력(revisionist power)"이 아닌 "원칙 수호 세력"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오히려 미국과 서방의 일방주의, 가짜 다자주의, 군사동맹 확장이야말로 전후 질서를 위협하는 ‘수정주의’라고 주장한다. 인류 운명공동체와 네 가지 제안은 이러한 맥락에서 "유엔헌장 원칙의 21세기적 재해석"이자 "진정한 다자주의로의 회귀"로 정당화될 수 있다.
(5) 실천적 과제: 이념과 현실의 간극
물론 인류 운명공동체 구상과 네 가지 제안이 직면한 현실적 장애 또한 분명하다. 구상 자체가 인정하듯이 세계는 아직 평온하지 않으며, 무력 충돌이 수시로 발생하고, 강권 정치의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았다. 가자지구 사태에서 드러나듯 유엔 체제의 무력함, 안보리 거부권의 남용, 강대국의 이중 잣대는 여전히 국제 거버넌스의 현실이다.
그러나 네 가지 제안은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점진적 변화의 경로를 제시한다. 거버넌스 구상이 강조하듯이 "현존하는 국제질서를 완전히 뒤엎는 것도 아니고, 현행 국제체계 외부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기존 체제의 효과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남방의 대표성을 높이며, 새로운 영역(AI, 사이버, 우주)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점진적 접근 방식이다.
5. 결론
인류 운명공동체 구상과 네 가지 글로벌 제안은 단일한 비전 아래 다층적 실천 경로를 제시하는 통합적 체계이다. 인류 운명공동체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방향을 제시한다면, 네 가지 제안은 "어떻게 갈 것인가"라는 구체적 경로를 제공한다. 발전은 물질적 기반을, 안보는 평화로운 환경을, 문명은 정신적 공감대를, 거버넌스는 제도적 틀을 각각 담당하고, 이들은 전체적으로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체계의 핵심 강점은 보편성과 특수성의 균형에 있다. 평화, 발전, 공평, 정의, 민주, 자유라는 전 인류 공동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각국의 발전 모델의 다양성을 존중한다. 국제법과 유엔헌장이라는 기존 규범을 수호하면서도, 글로벌 남방의 목소리를 반영한 개혁을 추구한다. 이는 패권적 단일 모델 강요도, 상대주의적 무원칙 공존도 아닌 "차이 속의 공통점 추구(求同存异)"라는 중국 외교의 핵심 철학과 맞닿아 있다.
21세기 국제질서의 향방이 불확실한 지금, 인류 운명공동체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네 가지 제안은 단순한 중국의 일국적 국익 추구를 넘어서, 패권 질서나 무정부 상태가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하는 지적·실천적 시도라 평가할 수 있다. 그 성패는 궁극적으로는 이 구상이 얼마나 많은 국가의 실질적 이익과 공명하고,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는가에 달려있다. 다른 한편, 국제 진보 역량의 주체적인 노력 또한 결코 빠트릴 수 없는 요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끝)
(※ 이 글은 필자가 <사월혁명회보> 제139호에 기고한 글을 수정 보완하였습니다)
■ 참고 자료
1. "다자간 협력"은 전후 체제에서 가장 지켜야 할 가치
https://blog.naver.com/haidywang/223995911092 (2025년 9월 3일)
2. ‘운명공동체’ 속에서 평화 발전의 불씨를 이어간다
https://blog.naver.com/haidywang/223995936007 (2025년 9월 3일)
3. [환구 원탁대화] 샹산(香山)포럼에서 보는 중국의 거버넌스 지혜
https://blog.naver.com/haidywang/224022140444 (2025년 9월 22일)
4. 유엔총회 격론, 국제 거버넌스 구상의 시의성을 부각하다
https://blog.naver.com/haidywang/224020840197 (2025년 9월 25일)
5. 영국 학자: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주목받고 있다
https://blog.naver.com/haidywang/224029389820 (2025.09.28.)
6. '다자주의의 빛'으로 국제 거버넌스의 새로운 미래를 밝힌다
https://blog.naver.com/haidywang/224025246423 (2025년 9월 28일)
7.保建云, 〈三大全球倡议的理论境界与深远意义〉, 『国家治理』 2023년 9월호, 인민포럼·국가치리망(人民论坛网·国家治理网) https://www.rmlt.com.cn/2023/0922/683607.shtml
8. Townsend Hoopes & Douglas Brinkley, “FDR and the Creation of the U.N.”(1997)
[울산함성 무료구독 신청] https://t.me/+ji13hLs-vL83ZTBl
[21세기 사회주의 경제학 9회] 노동에 따른 분배를 주체로 하고, 생산요소에 따른 분배와 결합한 다양한 분배방식
: 제3장 사회주의 초급단계의 개인소득 분배와 소비(3)
202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