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급 대화', 기조 연설에서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 있다.png
2023년 3월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급 대화' 기조 연설에서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 있다.

 

1. 들어가며

 

중국이 2025년 9월 1일 상하이협력기구 확대회의에서 '국제 거버넌스 구상(Global Governance Initiative, GGI)'을 공식 제안하면서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 중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서 글로벌 발전 구상, 글로벌 안보 구상, 글로벌 문명 구상에 이어 중국의 '인류 운명공동체' 비전을 완성하는 핵심 제안이다.


 이 구상이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전쟁으로 국제 경제질서가 요동치는 시점에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중국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지나치게 단편적이다. 중국은 2013년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구상을 시작으로 지난 10여 년간 일관되게 기존 서방 주도 국제질서에 대한 대안적 비전을 체계적으로 제시해왔다.

 

예컨대,  ‘글로벌 발전 구상’(Global Development Initiative, GDI)을 통해서 남북 격차 해소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글로벌 안보 구상’(Global Security Initiative, GSI)을 통해 공동·포괄·협력·지속 가능 안보를, ‘글로벌 문명 구상’(Global Civilization Initiative, GCI)을 통해 문명 간 대화와 상호 존중을 강조해왔다. 이번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은 이러한 일련의 제안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메커니즘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국 외교 전략의 자연스러운 진화로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국제사회는 전례 없는 거버넌스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제80차 유엔총회에서 의장 벨베르크가 유엔이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에 있다고 경고했듯이, 가자 분쟁, 기후 위기, 식량 불안정 등 산적한 글로벌 과제 앞에서 기존 다자체제는 무력함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남방국가들의 대표성 부족, 국제기구의 권위 침식, 의사결정의 실효성 저하라는 삼중고 속에서 일부 강대국의 패권적·일방주의적 행동은 문제를 한층 악화시킨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의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은 단순한 정세적 대응을 넘어, 80년 전 유엔 창립 정신으로의 회귀를 촉구하는 시의적절한 제안이다. 주권 평등, 국제법 준수, 진정한 다자주의 실천, 인간 중심, 실천 지향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 원칙은 유엔헌장의 취지와 맥을 같이하면서, 현행 국제체제를 전복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하고 완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중국은 이를 브릭스 메커니즘과 상하이협력기구 등 다자 협력 플랫폼을 통해 실제 실천하고 있으며, 2035년 국가 자발적 감축 목표 발표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의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을 포함한 '인류 운명공동체' 제안에 대해서 이념적 편견을 넘어 21세기 국제관계에 던지는 근본적 질문들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2. 인류 운명공동체: 새로운 국제질서를 향한 중국의 비전 제시

 

 1) 제안의 배경

 

21세기 들어 세계는 전례 없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있다. 경제의 세계화와 정보화는 사회적 생산력을 크게 해방시켜 인류에게 사상 초유의 발전 기회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테러리즘, 금융 불안, 환경 위기 등 글로벌 차원의 문제들이 점점 더 두드러지면서,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글로벌 도전 앞에서 그 어떤 국가도 홀로 외면하거나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것이 중국이 새로운 국제관계 패러다임의 모색을 시작한 시대적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점점 더 긴밀하게 상호 연계되고 의존하면서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이제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는” 운명공동체로 변모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정세가 거대한 발전과 대변혁의 시기를 맞이하는 가운데 국제 질서의 다극화, 경제 세계화, 사회적으로는 정보화 및 문화의 다양화가 깊이 있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평화와 발전이라는 인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2) 제안의 과정

 

인류 운명공동체 제안은 처음에는 ‘운명공동체’라는 개념으로 2015년 3월 보아오(博鳌) 아시아 포럼에서 출현하였다. 이 행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운명공동체를 향해 나아가며 아시아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자>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서 아시아와 세계가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이 이념을 역설했다. 


2015년 9월 시진핑 국가주석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 일반 토론에서 ‘인류 운명공동체’ 개념을 처음으로 정식 제기했다. 이 역사적인 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오늘날 세계는 각국이 서로 의존하고, 희로애락을 함께합니다. 우리는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계승·발전시키고, 협력과 상생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국제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인류 운명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하고, 이 구상의 핵심 철학을 밝혔다.


이후 시진핑 주석은 여러 중요한 국제 무대에서 이 이념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구체화해 나갔다. 2017년 1월 유엔 제네바 본부 연설을 계기로 이 구상은 점차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7년 10월 18일 제19차 당 대회 보고에서 시진핑 총서기는 인류 운명공동체의 구체적 내용과 실천 방안에 대해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각국 인민이 힘을 모아 인류 운명공동체를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 보편적 안전, 공동 번영, 개방 포용, 깨끗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건설할 것을 촉구합니다"라는 선언을 발표했다.


그 후 이 구상은 점차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는데, 유엔 관련 문서와 결의에 여러 차례 포함되면서 그 영향력이 점점 폭넓게 확산되었다. 인류 운명공동체 이념이 유엔 관련 문서와 결의에 포함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제2344호 (2017년)
2017년 3월 17일, 유엔 안보리는 아프가니스탄 문제 관련해 제2344호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국제사회에 아프간 원조 관련 합의에 힘을 모으자고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일대일로 건설 등을 통해 지역 경제협력을 강화할 것을 언급하며 ‘인류 운명공동체’ 이념을 그 안에 반영했다.


▶유엔총회 결의안 (2017~2025년, 8년 연속)
'인류 운명공동체'라는 이념은 2017년부터 2025년까지 8년 연속 유엔총회 결의안에 반영되었다. (https://korean.cgtn.com/2025/08/29/ARTI1756437954180227. “ '인류 운명공동체' 이념, 8년 연속 유엔 총회 결의안에 반영”, 2025.08.29. )    특히 2021년에 채택된 유엔총회의 우주에서 군비경쟁 방지 관련한 결의는 그 서문에서 "우주에서의 군비경쟁 방지 조약에 합의하여 인류 운명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그 밖에, 인류 운명공동체 이념은 유엔에서뿐만 아니라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선언에서도 8년 연속 반영되었으며, 브릭스 정상회의 선언문에는 이 이념이 8차례 포함되는 등 주요 국제기구와 다자협력체의 공식 문서에서 광범위하게 채택되었다.


이들 사례는 중국이 제시한 인류 운명공동체 구상이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이제 국제사회의 공식적인 규범과 원칙으로 점차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9월 1일 중국 톈진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플러스’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은 각국과 함께 정의를 실천하고, 바른길을 굳건히 걸으며, 국제 거버넌스 시스템 개혁과 인류 운명공동체 구축의 성과가 인류 전체에 더 큰 혜택을 가져오도록 하겠다"고 재확인하면서, 이 구상에 대한 중국의 지속적인 관심과 의지를 표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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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구체적 내용

 

그렇다면 ‘인류 운명공동체’ 구상은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을까? 그것은 이하 다섯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지속 가능한 평화이다. 이는 이 구상의 기반이다. 상호 존중과 평등한 협의를 견지하면서, 냉전적 사고와 강권 정치에서 벗어나 대화로 갈등을 풀고, 군사동맹이 아닌 동반자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 화목, 조화의 추구는 중화민족의 정신세계에 깊이 뿌리박혀 있음을 강조한다. 더불어 중국이 어떠한 발전 단계에 이르더라도 패권을 추구하지 않으며, 확장하지 않고, 세력권을 도모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


둘째, 보편적 안전이다. 이 구상의 보장과 관련되는 부분이다. 대화를 통한 분쟁의 해결과 협의를 통한 의견 조율을 강조한다. 전통 및 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대해 유기적으로 대응하고,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을 반대한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잠깐 여기서  평화와 안전의 관계를 언급하자면, 양자는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구분된다. 즉 평화가 목적이라면, 안전은 그 과정이자 방법을 다루는 개념이다. 평화는 국제관계의 이상적인 상태와 원칙을 제시하며, 안전은 그 평화를 실현하고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과 메커니즘을 제시한다. 평화 없이는 진정한 안전이 불가능하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한 지속 가능한 평화도 이룰 수 없다. 이는 중국이 제시하는 국제질서 구상이 추상적 이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까지 포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공동 번영이다. 이는 이 구상의 핵심이다. 함께 힘을 모아서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 및 편리화를 촉진한다. 경제 세계화가 더욱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공평하고 균형 잡힌 상생의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한다. 일부 국가만의 번영이 아닌 모든 국가가 함께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넷째, 개방과 포용이다. 이는 이 구상의 특징이다. 세계 문명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문명 교류를 통해 문명 간 장벽을 넘어선다. 문명 상호 학습으로 문명 충돌을 극복하고, 문명 공존을 통해 문명 우월주의를 뛰어넘도록 한다. 서구의 패권적인 '일치점 추구'와는 달리, 세계 문명의 다양성과 발전 모델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인류 전체의 발전과 각국 이익의 최대 공약수를 찾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섯째, 깨끗하고 아름다운 세계이다. 이는 이 구상의 바탕 부분이다. 환경친화적 방식을 견지하고, 기후 변화에 협력적으로 대응하도록 한다. 인류 생존의 터전인 지구 환경을 잘 보호하자는 생태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상 다섯 가지 요소는 상호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즉, 세계의 운명을 각국이 함께 결정하고, 국제 규칙을 각국이 함께 만들며, 글로벌 사안을 각국이 함께 다스리고, 발전의 성과 또한 각국이 함께 나눈다는 원칙 위에 서 있다.

 

4) 의미와 전망

 

‘인류 운명공동체’ 제안은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이 제안은 오늘날 세계의 평화와 발전 문제에 대한 중국식 해답을 제공한다. 역사적 합리성 측면에서 볼 때, 이 이념은 평화, 발전, 협력, 상생의 시대적 흐름에 부합한다.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고, 각국의 공감을 모아 인류 사회의 공동 발전, 지속적인 번영, 장기적 안정의 총체적인 청사진을 그려준다. 도덕적 정당성 측면에서, 인류 사회의 오랜 평화 염원과 발전의 비전을 반영하고 있으며, 기존 국제관계와 구조를 뛰어넘어 인류에게 좀 더 아름다운 미래를 열어준다.


둘째, 이 구상은 차이 속의 공통점 추구(求同存異) 및 개방, 포용의 정신을 담고 있다. 인류 문명의 다양성은 세계의 기본적 특징인데, 각국의 발전 수준이 다르고 각국의 사회제도와 문화 발전은 각기 장단점이 있다. 인류 운명공동체 구축은 이러한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인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의 틀을 제공한다. 서로 다른 문명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서로 보완하면서, 인류 발전에 정신적 힘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세계평화와 발전을 촉진하는 실천적 방안이다. 이 구상을 제안한 중국은 급속한 경제 발전과 종합 국력의 지속적인 향상에 따라 점점 세계 무대의 중심에 다가서고 있다. 그리고 그에 상응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역할을 고려하게 되었는데, 이 지점에서 중국은 세계적 시야를 갖고 국내 발전과 대외 개방을 잘 통합하고, 중국의 발전과 세계의 발전을 연결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중국 인민의 이익과 각국 민중의 공동 이익을 결합하여 각국과 상호 이익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상, 다음 글을 참고함. 《国家治理》 2023년 9월호: 〈三大全球倡议的理论境界与深远意义〉,  https://www.rmlt.com.cn/2023/0922/683607.shtml)


물론 이 같은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인류 운명공동체 구축은 그 실천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과 장애에 직면할 수밖에 없으며, 이 구상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 세계는 아직 평온하지 않고, 무력 충돌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강권 정치의 그림자 또한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각국의 발전 격차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각국이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소통을 강화한다면, 새로운 국제관계의 기반 위에 차이 속의 공통점을 추구하고 상호 존중의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중국은 인류 운명공동체 구상을 제시함을 통해 앞으로도 국제 거버넌스 시스템 개혁과 건설에 적극 참여하고, 중국의 지혜와 힘으로 인류 운명공동체 구축을 꾸준히 추진함으로써 인류의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약속하고  있다. (계속)

 

※ 이 글은 필자가 <사월혁명회보> 제139호에 기고한 글을 수정 보완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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