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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리 강천섬 주차장에서 자산방향으로 출발한다. 거리는 4.5km이다. 바람이 많이 분다. 강물이 출렁인다. 오리들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닌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강가에서 중앙으로 멀리 헤엄쳐 멀어진다. 위험을 직감한 모습이다. 강둑 도로를 따라 걷는다. 점동면 삼합리쪽에서 보던 강과 다른 풍경이다.
도로가 끝날 즈음 산길을 만난다. 구불구불 걷다보니 청미천이 건너다보이는 쉼터까지 왔다. 표시는 자산까지 2.2km남았다고 알려준다. 용인에서 흘러온 청미천이 남한강과 만나는 지점에 만든 하얀 모래턱이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푸른강물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강물은 서쪽으로 흐르는데 서풍이 물결을 동쪽으로 밀어내니 강 파도는 역류하는 모습이다. 세상살이도 가끔 이럴 때가 있다.
‘해돋이 산길’, “닷둔리는 과거 흥원창을 운행했던 배들의 닻을 두었던 마을이라는 설이 있다. 둔(屯)은 평평한 산기슭을 이르는 말로 닷둔리는 교동에서 풀무골로 넘어가는 고개다. 닷둔리를 지나면 해돋이 산길이 나온다. 이 길은 강을 보는 풍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으로 남한강의 흐름과 햇빛을 볼 수 있는 아늑한 길이다.” 걸어보니 딱 설명 그대로다.
산에는 택지를 분양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완전 숲세권’이라 한다. 강(江)세권도 괜찮을 것 같다. 대도시의 역세권과는 비교할 수 없이 평화스럽고 평온함이 느껴진다. 강가 평평한 구릉에 넓은 인삼밭이 펼쳐진다. 부드러운 모래밭이다. 여강길 2코스 세물머리길(2-39), 강으로부터 멀어져 마을로 들어왔다가 다시 강가로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산길을 따라 걸으니 바위가 자줏빛을 띤다는 자산(紫山)에 당도한다.
작년에 늦가을 이사온 뒤 처음 자산에 올랐다가 하산하면서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에 더해 청미천이 더해 세물머리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했었는데 다시 봐도 그러하다. 바람을 막아주는 아늑한 곳에 앉아 두 강물이 합하는 지점을 바라보며 차 한잔 마시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수도권과 크게 멀지는 않지만 그렇게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고 평일이라 아무도 없다. 그러니 나만의 정원이다.
여러 차례 눈이 내렸고 혹한의 추위가 있었지만 새싹들은 일찍부터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참새는 방앗간을 지나치지 않는 법, 강가 모래밭 여기저기 자리잡은 냉이를 캔다. 어린시절에 그랬듯 어른이 돼서도 이른 봄이면 들판에 나가 냉이와 쑥 캐는 것을 좋아했다. 다시 주차장까지 돌아가야 하는 둘레길이지만 냉이와 함께라면 지루하지 않다. 어떤 냉이는 푸른색을 띠기도 전에 작고 예쁜 꽃을 피웠다.
되돌아오는 길, 인삼밭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 참인데 마을 노인이 도끼로 큰 통나무를 쪼개고 있다. 슬그머니 지나치려는데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도끼질을 멈추고 지역의 내력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3개 도와 세 강이 만나는 ‘삼합리’인데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고 조상 묘소가 있는 곳이라 말한다. 지금은 이 근처에서 좋은 집 지어서 산다는 자랑까지 하신다. 이곳 어디든 집을 지으면 좋을 것 같다.
행정구역은 경기도 여주지만 거리가 멀어 강 건너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이나 문막으로 장을 보러다녔다고 한다. 충주댐을 막기 전 겨울에는 강물이 얼어서 걸어서 건너갔다고 한다. 흐르는 물이 더 차가운가 보다. 자연풍광은 그 지역에서 살아 온 사람들과 함께 펼쳐진 역사와 문화와 만나면 더 아름다운 법이다. 그게 융합 아닌가. 여강길 따라 펼쳐졌던 사람과 자연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그냥 강물에 흘러가지 말고 기록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2025.2.1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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