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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조용하다. 가끔 차가 지나가지 않으면 적막함 그대로다. 집에서 출발해 길따라 걷다가 개치나루를 지난다. 사람들은 휴일을 맞아 강가에서 차박캠핑을 한다. 남한강대교를 건넌다. 강원도 원주 부론면에서 다리를 건너 충청북도 충주 앙성면에 당도한다. 조금 더 가면 경기도 여주 점동면이다. 이곳이 3도가 만나는 삼합지(역)이다. 흐린 날씨에 바람이 분다. 밤에는 눈이 내린다는 예보도 있다.
자전거도로 충주시작점을 출발해 둑길을 걷는다. 건너편에서 바라다보는 강변과 또 다른 모습이다. 위치가 다르면 시야가 달라진다. 인간 세상사 많은 일들도 그럴 것이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르고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비약일지 모르지만 그래서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고 했던가?
아직 나무나 풀은 갈색이지만 뭔지 모르게 봄기운이 스멀스멀 올리오는 기분이다. 수도권에서 멀어서 그런가,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자전거는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한강 89km, 팔당대교 기점(충주노선)’, 서울에서는 약 300백리가 되는 셈이다. 둑을 높게 쌓아 조성한 자전거길이 왼쪽 강변과 오른쪽 논밭을 갈라놓은 모습이다. 둑이 없던 때에는 풍광이 참 멋있었겠다.

언 땅이 녹아 촉촉한 밭에 트랙터가 연기를 뿜으며 움직인다. 겨우내 묻혀 있던 흙이 용솟음치듯 땅 위로 올라온다. 나는 경비행훈련 활주로가 있는 강변으로 내려간다. 모래밭 속 붉은색 냉이가 초록색으로 변하기 위해 비를 기다리고 있다. 성급한 냉이는 작은 꽃을 피웠다. 사진을 확대해보니 암술, 수술, 꽃받침까지 완벽한 모양을 갖추었다. 그리고 지난 겨울 추위를 이겨내느라 붉은색을 띠고 있는 잎과 달리 초록 송이에 흰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경이로움 그 자체다. 냉이도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건만.

강변에 큰 느티나무 한 그루가 보이는가 싶더니 가까이 다가가니 세 그루다. 가로등 위에 앉아 있던 맹금 한 마리 후다닥 산 근처로 날아간다. 그리고 정지비행을 하는가 싶더니 먹잇감을 발견했는지 급강하한다. 매의 시력은 9.0으로 사람보다 4~8배 멀리 볼 수 있다고 한다. 비가 후두둑 내리기 시작한다.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우산을 펼치고 남한강대교를 건너는데 강바람이 거세다. 강물은 유유히 흘러간다.
(2025.3.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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