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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일터의 안전판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처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하지만 현장의 시계는 거꾸로 흐르는 듯하다. 2025년 1~9월 산재 사고 사망자는 457명으로 전년 대비 오히려 증가했고, 법정은 여전히 경영책임자들에게 관대한 '면죄부'를 발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26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는 노동계, 법조계, 정치권이 모여 이 해묵은 과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이번 토론회에서 드러난 중처법의 현주소와 실질적인 작동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짚어보았다.
1. 숫자 뒤에 숨은 잔혹한 진실: 10%도 안 되는 기소율
토론회 자료집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여러 국회의원은 공통적으로 '법의 실효성 상실'을 우려했다. 자료집에 제시된 통계는 가히 충격적이다.
ㅡ 수사 대상 사건 중 기소는 단 9.6%
중처법 시행 이후 2025년 7월까지 발생한 중대산업재해는 총 2,886건에 달한다. 이 중 수사 대상이 된 1,252건 가운데 검찰이 실제로 기소한 사건은 121건, 즉 10% 미만에 불과하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실제 심판대에 오르는 경영자는 극소수라는 의미이다.
ㅡ 일반 형사사건보다 3배 높은 무죄율
더 큰 문제는 법원에 간 이후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중처법 위반 사건의 무죄 비율은 10.7%로, 일반 형사사건(3.1%)보다 3배 이상 높다. 집행유예율 역시 85.7%에 달해, '사람이 죽어도 감옥에 가지 않는다'는 인식이 경영계에 팽배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2. 법을 무력화시키는 '보이지 않는 손': 2단계 인과관계론과 CSO
발제를 맡은 손익찬 변호사와 하태승 변호사는 사법부와 검찰의 '소극적 해석'이 법의 취지를 어떻게 훼손하고 있는지 날카롭게 분석했다.
ㅡ '방패'가 된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많은 기업이 대표이사(CEO) 대신 안전 업무만을 전담하는 CSO를 선임하고 있다. 여주지원 판결(2025. 12. 19.) 등 일부 사례에서는 조직개편을 통해 CSO에게 전결권을 부여했다는 이유로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사실상 '처벌 회피용 경로'를 법원이 인정해 준 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ㅡ 검찰의 '2단계 인과관계론' 족쇄
검찰은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이 현장 소장의 과실을 유발하고, 그것이 다시 사고로 이어졌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소위 '2단계 인과관계론'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입증 책임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만들어 수사 역량을 분산시키고 기소를 어렵게 만드는 주범으로 지목되었다.
3. 사례로 본 양극화: '아리셀'의 엄벌 vs '여주'의 무죄
토론회에서는 최근의 주요 판결들을 비교하며 법 적용의 일관성 문제를 다루었다.

4. '산재 공화국' 오명을 벗기 위한 4가지 핵심 과제
참석자들은 중처법이 '선언적 법률'에 머물지 않고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실질적인 '안전망'이 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1) 엄격한 양형기준 신설
현재 법인에 부과되는 평균 벌금액은 약 7,500만 원(아리셀 등 대형 사건 제외 시) 수준이다. 기업 규모에 비하면 '껌값' 수준의 벌금으로는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영국의 사례처럼 기업의 재정 규모(매출액 등)를 고려한 징벌적 벌금과 실효성 있는 양형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2) 근로감독관의 전문성 및 인력 강화
2025년 기준, 퇴직한 근로감독관의 70.8%가 근속 5년 미만의 저연차이다. 복잡한 중대재해 사건을 수사하기에는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이 현장에서 '초짜' 소리를 듣지 않도록 체계적인 교육과 인력 확충이 병행되어야 한다.
3) 경제적 제재의 실질화
단순 형사 처벌을 넘어 영업이익에 따른 과징금 부과, 공공입찰 제한, 인허가 취소 등 기업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경제적 제재가 도입되어야 한다. "안전 투자가 벌금보다 싸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4) 피해 유가족의 참여 보장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피해 유가족의 목소리가 소외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유가족의 절규를 '생계유지를 위한 합의'로 치부하는 현재의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 맺음말: "출근한 그대로 퇴근하는 일터"를 향해
이번 토론회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4년간 거둔 성과보다는, 법의 틈새를 파고드는 기업의 전략과 이를 방조하는 사법 당국의 태도를 질타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이재명 정부(자료집 내 언급 기준)의 노동안전종합대책이 발표되었음에도 현장의 변화가 더딘 이유는 결국 '책임의 무게'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우문현답)"는 신장식 의원의 말처럼, 이제는 법전 속의 문구가 아니라 노동자가 매일 마주하는 작업장의 안전장치가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단순한 처벌법이 아니라, 이윤보다 생명을 우선시하겠다는 우리 사회의 '약속'이다. 그 약속이 솜방망이 처벌 아래 무너지지 않도록, 이제는 법 집행의 엄정함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 260127-토론회-자료집-중대재해처벌법4년-압축됨.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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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