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철학
  • ㅡ 제1장 마르크스주의 철학은 과학적 세계관과 방법론
김정호 (편집위원)
등록일 : 202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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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시대의 관계에 대해서 헤겔은 다음과 같은 주목할 만한 주장을 했다.  "철학은  시대 밖에 서 있지 않으며, 그것은 그 시대의 본질에 대한 지식이다", "모든 사람은 그의 시대의 산물이다. 철학도 마찬가지로 그것은 사상 속에 파악된 그 시대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헤겔의 이 심오한 견해에 동의했다. 마르크스는 [라인 신문]에 발표한 논문 《179호 '쾰른 일보'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철학자들은 봄비 후의 죽순처럼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자신의 시대, 자신의 인민의 산물이며, 인민의 가장 정교하고 가장 귀중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정수가 철학 사상에 집중되어 있다", "모든 진정한 철학은 자기 시대 정신의 정수이다".  엥겔스 또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철학은 단지 사상 속에 반영된 시대의 내용일 뿐이다."

 

이는 철학이 시대의 산물이며 철학은 그것이 생겨난 시대의 경제, 정치, 문화와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철학은 시대성과 민족성을 지니고 있다. 계급사회에서 철학은 또 계급성을 지닌다.

 

ㅡ 철학의 시대성

 

철학적 사고는 고도로 추상화되고 이론화된 사고로서, 사변적 특징을 지닌다.

철학이 사용하는 보편적 범주와 개념은 종종 철학이 단지 ‘정신 왕국’ 내에서만 활동한다는 착각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실제로 철학 체계가 생겨난 배경과 그 내용 및 가치 지향을 보면 철학은 매우 현실적이다. 철학은 마치 천국에 높이 솟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철학자들은 여전히 속세에서 살고 있다. 철학자들이 창조한 철학 체계는 그 외형이 아무리 추상적이라 할지라도 철학자가 속한 시대와 분리될 수 없다. 철학은 열정과 충동, 애증이 없는 평온한 사색의 결과가 아니라, 그 반대로 시대의 요구가 명백하게 또는 은밀하게 추동하는 하나의 추구이다. 즉, 철학적 방식으로 시대가 사람들에게 제기한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따라서 철학 체계는 종종 철학자 개인의 이름으로 명명되지만, 그것은 단지 개인에게만 속하는 것은 아니다. 칸트 철학은 단지 칸트의 철학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그의 시대의 것이다. 각 철학 체계는 자신만의 개성을 지니지만, 이러한 개성은 시대에 의해서 제약된다. 프랑스 계몽철학의 명쾌함과 활달함, 독일 고전철학의 난해함과 모호함은 그들의 시대적 배경을 떠나서는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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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칸트 (1724~1804)
 

모든 철학은 각자의 시대에 의존하지만, 그중에서 진정한 철학은 시대 정신의 정수이다. 철학은 다양하며, 시대 정신의 정수가 될 수도 있고, 시대의 찌꺼기가 될 수도 있다. 철학자는 시대의 총아가 될 수도 있고, 시대의 버림받은 자식이 될 수도 있다. 진리의 발견자가 될 수도 있고, 잘못된 이론을 전파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시대의 어떤 측면을 반영하느냐에 달려있다. 진정한 철학이 시대 정신의 정수인 이유는 그것이 시대의 진보적 요구에 부합하며, 시대의 주제를 포착하고 시대가 제기한 긴요한 문제에 답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시대에 등을 돌린 철학은 죽은 교조적인 철학이다. 자신 시대의 긴급한 문제에 무관심한 철학자는 공허한 철학자이다. 한 철학자가 더 많은 재능으로 기여한다는 것은, 그가 더욱 그의 시대에 의존하고 그의 시대를 반영하면서, 철학으로 그의 시대의 진보를  위해서 봉사한다는 것이다.

 

철학이 시대에 의존하기 때문에 철학은 영원불변일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철학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철학에 역사가 있다는 것은 철학이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철학 체계가 끊임없이 교체되는 과정임을 뜻한다. 역사상 많은 철학이 한때 크게 유행했지만, 곧 점차 쇠퇴하여 역사에 흔적만 남겼다. 과학은 항상 불완전하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이미 해결된 문제 속에서 열 개의 문제가 다시 나타난다. 철학도 마찬가지이며, 그 때문에 계속해서 발전하고 갱신되어야 한다. 가장 생명력이 없는 철학은 스스로  그 시대를 초월한다고 여기는 철학이다.

 

철학의 이 같은 시대적 특징은 진정한 철학으로 하여금 시대에 직면하고, 항상 시대와 긴밀한 연결을 유지하고 시대의 맥박을 포착하도록 한다. 그 철학의 가치를 판단하고 그것이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이 점은 핵심이다.  마르크스는 일찍이 시대 정신의 정수로서 진정한 철학은 "내부적으로, 즉 그 내용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 즉 그 표현에 있어서도 자기 시대의 현실 세계와 접촉하고 상호 작용해야 한다"라고 단언했다.

 

문제는 모든 철학자가 철학의 시대성을 인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철학적 특성으로 인해서 철학은 종종 시대를 초월하고 역사를 초월한 '영원한 왕국'으로 간주된다. 이것은 철학자의 철학적 관념과 철학의 시대적 특성 간의 모순이다. 이러한 모순은 철학에 대한 관념주의적 해석으로 이어져서, 많은 철학자로 하여금 절대적 진리와 같은 모든 시대를 초월하는 철학 체계를 창립하려고 시도토록 하였다. 역사는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음을 증명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생각은 철학의 시대적 제약성과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ㅡ 철학의 민족성

 

철학은 또한 민족성을 지닌다. 공통된 지역과 혈연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서로 다른 민족 공동체는 각자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다. 분명히 동양 철학은 서양 철학과 다르며, 동양 철학에 속하더라도 한국 철학은 일본, 인도, 중국 철학과 다르다. 마찬가지로 고대 그리스 로마 철학을 기원으로 하면서 서양 철학에 속하더라도, 유럽 대륙의 철학은 영•미 철학과 다르며, 독일 고전 철학은 또한 자신만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철학의 민족성은 서로 다른 민족의 철학 간에 어느 정도 공통성이 존재함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각 민족의 철학이 유물론과 관념론, 변증법과 형이상학, 무신론과 유신론 등에서 많은 유사하거나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철학 연구에서 비교 연구를 진행할 수 있으며, 플라톤과 노자, 헤겔과 주희, 버클리와 왕양명을 비교할 수 있다. 그러나 각 철학 체계는 또한 자신만의 민족적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사고방식, 범주 사용, 가치관, 작품 스타일 모두에서 각자의 특색을 지닌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로마 철학으로 대표되는 서양 철학과 유가, 묵가, 도가, 법가로 대표되는 동양 철학은 완전히 같지 않다.

 

철학의 중점 즉 각자가 주목하는 중심을 보자면, 고대 그리스 로마 철학은 순수 객체로서의 자연에 더 많이 주목함으로써 존재에 관한 학설로서의 자연철학이 좀더 발달했다. 동양 철학,  그중에서도 중국의 유학은 인륜, 즉 인간관계 속의 윤리와 도덕을 중시했다. 한국과 중국의 고대 철학도 자연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도덕경》과 《장자》가 그것이다. 하지만 노장 철학이 말하는 '자연'은 인간 외부의 자연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인간 자신의 자연, 즉 인간의 자연적 본성이다. "자연에 순응한다"는 원칙은 인간의 본성이 외부 사물에 의해 구속받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조선 유학자 퇴계 이황의 '이기호발설'은 인간의 본성과 우주의 이치(리)가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강조하였는데, 이는 노장 철학의 자연 순응 사상과 유사하다. 화담 서경덕은 자연 현상을 관찰하여 우주적 원리를 탐구한 점에서 외부 자연과 내재적 본성의 통합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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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기원전 369년?~기원전 286년)

 

사고방식을 보자면, 서양 고대 철학은 주체와 객체의 대립과 구분을 강조하였다. 그들은 하늘과 인간의 구분을 명확히 하며 관찰, 실험, 이성의 방법을 추구하고, 일반적으로 분석에 능했다. 반면 한국과 중국 고대 철학은 천인합일(天人合一) 방식으로 표현되는 주객체 통일의 사고방식이다. 주체를 강조하고, 주체의 내재적 의식과 도덕적 실천에 의존하여 주객체의 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강조하였다. 자기 자신에게 구하는 내성(內省) 방법을 즐겨 사용하고, 일반적으로 종합에 능하였다. 철학 범주도 각각 특징이 있다. 한국과 중국 철학은 이기(理氣), 유무(有無), 동정(動靜), 형신(形神), 지행(知行)을 말한다면, 서양 철학은 모순, 일다(一多), 감성과 이성, 질량, 긍정과 부정을 말한다. 이러한 특징들은 각각 장단점이 있으며,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고 절대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철학은 이처럼 민족성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 철학은  서로 흡수되고 전파될 수 있다. 동양 철학은 서양 철학을 받아들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중국의 명•청 교체기 특히 청나라 말기에는 서양 문화와 철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동양 철학이 서양과 주변 국가에 미친 영향은 더욱 크다. 특히 자본주의 시대에 들어선 후, 역사는 "세계 역사"로 전환되어 상호 영향을 미칠 조건은 더욱 많아졌다. 철학의 발전과정에서 상호 흡수와 융합 작용은 진보적인 추세를 형성해 간다. 마르크스주의 철학은 독일 고전 철학에서 직접 유래했을 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문화유산을 비판적으로 계승했다.

 

ㅡ 철학의 계급성

 

계급사회에서 철학은 자연히 계급성을 가진다. 러시아의 유명한 철학자인 플레하노프는 "각 계급의 인생관과 세계관은 서로 다르며, 각 계급의 지위, 요구, 의도, 그리고 각 계급 간의 상호 투쟁 과정에 따라서 변화한다."고 지적했다. 철학자들이 서로 다른 계급적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그들의 세계관의 근본 문제에 대한 견해와 사물에 대한 태도 및 가치관은 모두 분명하게 계급적인 낙인이 찍혀 있다.

 

어떤 철학 체계의 계급적 속성은 철학자 본인의 계급적 출신에 의해 완전히 좌우되지는 않는다. 철학자 본인의 출신에 입각해서 철학의 계급적 속성을 판단하는 것은 속류적인 생각이다.  물론 모든 철학자가 의식적으로 자기 계급의 필요에 따라서 자신의 철학 체계를 세운다는 것도 아니다.  많은 철학자는 종종 자신이 속한 계급을 초월하며, 비공리주의적이고 모든 물질적 이익에서 벗어났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점이 철학의 계급성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나의 철학 체계의 계급적 성질을 판단하는 것은 철학자의 출신성분이나 그들이 자신의 체계에 대해 가지는 견해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현실의 투쟁 속에서 이러한 철학 체계와 그로부터 도출되는 정치적 결론이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유리한지를 따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마르크스는 어떤 계급의 사상가와 그가 대표하는 계급의 관계에 대해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했다. 

 

"모든 민주파 대표자들이 소상인이거나 소상인을 숭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받은 교육과 개인적 지위로 볼 때, 그들은 소상인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들을 소부르주아 대표자로 만드는 것은 다음과 같은 상황이다. 즉, 그들의 사상은 소부르주아의 생활이 넘어설 수 없는 한계를 넘어설 수 없으며, 따라서 그들이 이론적으로 도출한 과제와 해결책은 소부르주아의 물질적 이익과 사회적 지위가 실제 생활에서 그들을 이끌어 도출한 과제와 해결책이다. 일반적으로, 한 계급의 정치적 대표자와 저술 대표자들이 그들이 대표하는 계급과의 관계는 모두 이와 같다."
 

동시에, 철학의 계급성은 철학 전체 체계에 관한 것이지 그 안의 모든 명제, 범주 또는 철학적 판단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사실, 하나의 철학 체계 내에서 보면 어떤 논술은 정치성이 강하고, 어떤 것은 학술성이 강하다. 이는 이 철학적 판단이나 명제가 그들의 경제적, 정치적 이익과 맺는 관계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와 정치적 이익에 직접 관련되고 격렬한 투쟁의 중심에 있는 문제일수록 계급성이 더욱 뚜렷하다. 

 

철학의 계급성은 어떤 철학 체계에 포함될 수 있는 진리적 요소와 인류 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기여를 배제하지는 않는다. 철학자는 철학적 방식으로 어떤 계급의 이익에 봉사한다. 그들의 계급적 입장과 정치적 태도는 철학적 문제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그리고 굴절되어 표현되며, 종종 철학적 천재성의 불꽃을 발산한다. 철학사에서 많은 뛰어난 철학자들은 어떤 계급의 철학적 대변인이면서 또한 인류 문화의 적극적인 창조자였다. 이런 상황은 철학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ㅡ 철학의 문화적 위치

 

발달한 민족은 찬란한 물질적 기술적 성과뿐만 아니라, 광대하고 심오한 문화적 축적을 가지고 있다. 철학은 한 민족 문화의 살아있는 영혼이다. 철학은 문화에 의존하면서 그 세계관과 인생관, 사고방식과 가치관으로 다양한 문화 형태의 정수와 발전 방향의 안내자가 된다.

 

철학은 문화의 다양한 형태를 토양으로 삼는다. 그 자체로는 고립되어 존재하고 발전할 수 없고, 항상 그 시대의 과학, 문학예술, 종교, 도덕 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철학과 종교의 관계를 보면, 철학은 신화에서 점차 발전해 왔다. 인류 최초의 동굴 벽화, 신상, 조각 중 일부는 종교 신화를 주제로 삼았다. 이는 인류가 일찍부터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현실 세계와 내세의 상호관계 문제를 해결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인류가 원시적이고 유치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신화적 방식이 아닌 개념, 범주, 명제의 형식으로 이러한 문제를 탐구하기 시작했을 때, 이는 철학의 맹아와 탄생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철학은 다양한 문화 형태와 정신의 응결체이며, 다양한 문화 형태를 관통하여 하나의 유기적 전체로 통합하는 연결선이다. 철학은 민족정신의 전통, 내재적 응집력, 인생의 경지로 표현되며, 한 민족이 특정 시기에 도달한 문명 정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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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벽화

 

인류의 문화사는 비교적 발달한 문화 형태는 모두 상응한 발전된 철학 수준을 가지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서양의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든, 동양의 인도와 중국 문화든 모두 그러하다. 각 시대의 자연과학과 문학예술은 모두 그 시대의 철학 사상의 영향을 받았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는 오래전부터 유럽 문명의 요람이면서, 유럽 더 나아가 전체 서양 철학의 고향으로 여겨져 왔다. 기원전 6세기경의 탈레스부터 시작하여 점차 고대 그리스·로마의 철학 사상이 형성되었으며,  그 최초의 철학 형태는 자연철학, 즉 주변 세계와 전체 자연계의 구성 문제를 탐구하는 것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기, 흙, 불, 물, 또는 그중 하나가 세계의 기본 물질을 구성한다고 생각했는데, 예컨대 데모크리토스는 원자와 공간의 문제를 제기하여 세계가 원자와 원자가 그 안에서 운행하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고대 그리스·로마 철학에서 프로타고라스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는 철학의 중점을 자연 연구에서 인간 자신으로 옮겼으며,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유명한 명제를 제시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이 방향을 따라서 계속 나아가 인간, 인간의 자아의식, 인간의 생명과 가치, 진리와 정의, 선과 미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철학의 내포(內包)를 크게 확장했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기는 인류 문명의 조숙기였다. 밀레토스 학파, 에페소스 학파, 그리고 피타고라스, 플라톤 등 유명한 철학자들이 고대 그리스·로마 문명을 찬란하게 빛냈다.

 

고대 그리스·로마 철학은 미학, 문학예술, 조각 등 많은 영역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러한 영역의 창조를 위한 사상적 촉매제가 되었다. 예를 들어 피타고라스학파의 미(美)는 조화라는 관점, 그리고  유명한 "황금분할" 법칙은 그들의 수에 관한 철학 사상과 분리할 수 없다. 헤라클레이토스의 "조화는 차이와 대립에서 생긴다"는 관점은 그의 모순과 투쟁을 중시하는 철학 사상과 일치한다.

 

고대 그리스·로마 철학이 14세기에 일어난 인문주의 사조에 미친 영향은 잘 알려져 있다. 인문주의의 발흥은 고대 그리스 철학, 윤리학, 문학 연구와 분리할 수 없다. 초기 인문주의자들은 잊혀진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에 시선을 돌렸는데, 그들은 고대 작품의 필사본, 훼손된 예술 조각과 회화, 그리고 로마 폐허 아래 묻혀 있던 문물들을 수집했다. 그중에서도 주도적 위치를 차지한 것은 철학 사상이었다. 그들은 고대·그리스 로마 철학의 인간과 인간에 대한 찬미에서 "인간 중심"의 역사적, 이론적 근거를 찾고자 했다.

 

동양 철학은 동방 문화에 있어 세계관의 기초이자 가장 중요한 구성 부분이다. 예컨대 중국 철학에 있어 《주역》의 팔괘 관념에는 이미 소박한 변증법과 유물론 사상이 포함되어 있다. 춘추전국 시기에 이르러 중국 철학은 제자백가가 출현하여 철학 사상의 번영기를 이루었다. 이 시기에 유가, 묵가, 도가, 법가, 명가, 음양가 등 6개 학파가 있었으며, 그중에서 유가와 묵가는 현학(顯學)으로 불렸다. 도학은 현학은 아니었지만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졌다. 한무제가 백가를 폐지하고 유가만을 존중한 이후, 유학은 오랜 기간 지배적인 위치에 있었다. 

 

 한국 역사에서도 철학이 민족정신의 형성과 개인의 수양에 깊이 관여한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고려말 정몽주(1337~1392)는 '주자가례'를 최초로 실천하고 "충효(忠孝)는 만덕(萬德)의 근본"이라는 유교적 가치관을 확립하였다. 퇴계와 율곡은 성리학을 인성 교육의 핵심으로 삼아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실천 철학을 강조하였다. 일제하 독립운동 속에서 구현된 민족정신도 엿볼 수 있다. 조선말 신규식(1880~1922) 선생은 대종교를 통해서 "단군 숭배 사상"을 민족정신의 근간으로 삼고 <동명성왕실기> 편찬으로 역사의식을 고취하였으며, "조국광복은 민족적 의무"라 선포하며 철학적 신념을 실천으로 연결시켰다. 한용운의《님의 침묵》은 불교적 공(空) 사상과 독립 의지를 융합하여 "죽음보다 더 큰 사랑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라는 경지를 표현했다.

 

철학은 문화의 살아있는 영혼이자, 그 자체 문화의 한 형태다.  철학 전통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허무주의와 복고주의를  선택할 수는 없다. 우리의 전통 중에서 우수한 것들을 현대사회에서도 발양되도록 해야 하며,  현대가 전통에서 자양분과 영양을 얻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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