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철학
  • : 제3장 연관성과 발전의 법칙 (6)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등록일 : 202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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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겔스는 <자연변증법>에서 "이른바 객관적 변증법은 전체 자연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이른바 주관적 변증법, 즉 변증법적 사유는 자연계에서 도처에 성행하는 대립 속의 운동을 반영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객관적 변증법과 주관적 변증법, 외부 세계(자연과 사회)의 운동의 일반 법칙과 인류 사유 운동의 일반 법칙이 서로 연관되면서도 구별되며, 본질적으로 주관적 변증법은 객관적 변증법의 반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ㅡ  변증법의 기초로서의 인간 사유
변증법은 인간의 사유 활동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야 한다. 사람들의 가장 간단한 언어 표현에서도 변증법의 요소와 "싹"이 있다. 예를 들어, "나뭇잎은 녹색이다", "김씨는 사람이다"와 같은 일상적 표현에서도 이미 개별과 일반의 관계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개별 속에 일반이 포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주관적 변증법은 언어 표현 속의 변증법적 관계와 동일하지 않다. 주관적 변증법은 개념, 판단, 추리 및 이론체계 등의 형식으로 나타나는 사유 발전의 변증법으로, 주관적 변증법을 개념 변증법이라고 부를 수 있다. 또는 주관적 변증법은 개념의 변증법적 본성을 기초로 전개된다고 할 수 있다.

 

ㅡ  주관적 변증법과 개념의 역할
개념이 주관적 변증법의 기초가 되는 이유는 개념이 인류의 인식 성과를 응축하고 있어서 인류 사유사의 결정체일 뿐만 아니라, 개념이 또한 인간 사유의 ‘세포’이며, 개념의 내재적 모순 속에 이후 판단, 추리 및 이론체계 발전의 ‘싹’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유가 객관 세계를 반영하고 파악하는 것은 바로 "개념의 망" 또는 "범주의 망"을 통해 이루어진다. 레닌은 "인간 앞에는 자연 현상의 망이 있다. 본능적 인간, 즉 야만인은 자신을 자연계와 구분하지 않지만, 자각적 인간은 구분한다. 범주는 구분 과정에서의 단계, 즉 세계를 인식하는 과정에서의 단계로, 자연 현상의 망을 인식하고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망 위의 매듭이다"라고 지적했다(<헤겔 '논리학' 발췌>).  주관적 변증법은 바로 인류의 "개념의 망"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밝히는 변증법이다.

 

역사적 개념 발전 타임라인.png
역사적 개념 발전의 타임라인

 

"자연 현상의 망"이 인간의 인식 속에서 승화된 것으로서 "개념의 망"은 상호 연관된 개념 시스템으로 나타나며, 그 안에는 "중심 개념", "종속 개념" 등의 구별이 있다. 서로 다른 시대에, 개념 체계는 서로 다른 "중심 개념"을 가지고, 개념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인류가 사용하는 "개념의 망"은 시대적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고대에는 ‘실체’ 개념을 중심으로 "실체 중심론"의 개념 구조가 형성되었고, 근대에는 ‘힘’ 개념을 중심으로 기계론적 개념 구조가 형성되었으며, 현대에는 ‘시스템’ 개념을 중심으로 ‘시스템론’의 개념 구조가 생겨났다. 개념에서 개념 체계로의 발전은 개념을 기초로 한 사유의 볍증법적 운동 과정으로, 낡은 개념이 도태되고 새로운 개념이 생겨나며, 새로운 개념 체계를 형성하는 볍증법적 운동 과정이다.

 

ㅡ 주관적 변증법과 실천적 변증법의 연결
비록 개념의 운용은 자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스스로 자신을 구성"하지만, 궁극적으로 주관적 변증법은 객관적 변증법의 반영이며, 실천적 변증법은 이 둘을 연결하는 기초이자 매개체이다. 주관적 변증법이 객관적 변증법의 반영인 이유는 주관적 변증법의 기초가 되는 개념 자체가 객관적 내용을  가지고 있으며, 객관 세계의 현상, 관계, 과정에 대한 일종의 추상이다. 또한 하나의 개념 체계에서 다른 개념 체계로의 변혁도 임의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며, 그 자체가 사람들의 새로운 실천이 도달한 광범위함과 심도의 반영이다. 엥겔스가 말했듯이 "인간 사유의 가장 본질적이고 가장 가까운 기초는 바로 인간이 야기한 자연계의 변화이지, 단지 자연계 자체만이 아니다. 인간이 어느 정도로 자연계를 변화시키는 법을 배우는가에 따라, 인간의 지력도 그만큼 발전한다." 사유 방식은 실천 방식에 의해 결정되며, 인간의 실천 활동 자체가 일종의 객관적 실재이다.

 

ㅡ 논리 형식과 실천의 관계
개념과 개념 체계가 객관적 근거를 가질 뿐만 아니라, 심지어 과학적 추리가 엄격히 준수해야 하는 추리 형식, 즉 논리의 ‘형식’도 실천의 기초 위에서 정형화된 것으로, 실천 활동 자체의 보편성의 사유 정형이다. 레닌은 《철학 노트》에서 "인간의 실천 활동은 수억 번이나 인간의 의식이 각종 다양한 실천의 형식을 반복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논리의 ‘형식’이 추리의 형식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형식’들이 이미 행위의 ‘형식’, 실천의 ‘형식’으로서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논리의 ‘형식’은 실천의 ‘형식’에서 비롯되며, 이것이 논리적 추리의 힘의 원천이다.

 

한가지 예로, “만약 비가 오면 우산을 쓴다”라는 논리적 생각의 근거를 살펴보자. 우리는 “비가 오면 우산을 쓴다”는 조건문, 즉 논리적 형식을 매우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그런데 이런 논리적 형식은 단순히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비가 오면 우산을 쓰는 행동”을 수없이 반복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다시 말해, 실생활에서 반복된 행동, 즉 실천이 논리적 사고의 틀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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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로, “A이면 B다”라는 논리적 추리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A이면 B다”라는 논리적 추리 방식을 배운다. 하지만 이런 추리 방식 역시 실제로 우리가 “불이 뜨거우면 손을 뗀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다”처럼 일상에서 조건과 결과를 수없이 경험하고 행동한 결과, 머릿속에서도 이런 형식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즉, 논리의 ‘형식’은 실천(행동)의 ‘형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은 것이다.

 

이렇듯 논리적 사고의 틀, 즉 형식은 인간이 실제 삶 속에서 행동하고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힌 것이다. 그래서 논리의 ‘형식’은 실천의 ‘형식’에서 비롯되며, 논리적 추리의 힘은 바로 이 반복된 실천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ㅡ  변증법, 인식론, 방법론의 일치
주관적 변증법과 객관적 변증법의 일치는 변증법, 인식론, 방법론 세 가지의 일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변증법, 인식론, 방법론 세 가지를 관통하는 근본적 내용에서 볼 때, 이들이 일치하는 기초는 객관적 변증법이다. 변증법, 인식론, 방법론 세 가지가 어떻게 통일될 수 있는지를 볼 때, 이들이 일치하는 기초는 사회적 실천이다.

 

변증법과 인식론은 일치한다. 이는 변증법의 법칙이 인식의 전 과정에 관통되어 있고, 변증법이 밝혀낸 일반 법칙이 또한 인식 발전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변증법의 정확성과 생명력도 인류의 인식사, 과학사, 실천사에 의해 검증되어야 하며, 변증법의 발전 및 그 새로운 범주의 생성도 새로운 인식에 의해 끊임없이 풍부해지고 보충되어야 한다. 따라서 변증법 자체는 인식론을 포함하고 있으며, 또는 변증법이 곧 인식론이라고 할 수 있다.

 

변증법과 방법론은 일치한다. 한편으로, 사유 방법은 공허하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변증법이 밝혀낸 법칙과 관계가 인간의 뇌 속에서 내면화된 것이다. 변증법은 모든 사유 방법의 ‘원형’이며, 그 모든 법칙과 범주는 방법론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변증법이 방법론이 될 수 없고, 현실을 인식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면, 그것은 생성의 필요성과 가능성도 없고, 존재의 가치도 없다. 변증법이 밝혀낸 법칙과 범주의 중요한 의의는 그것이 객관 세계의 법칙성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세계를 인식하고 변화시키는 과학적 방법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유물 변증법은 과학적 세계관이자 과학적 방법론이다. 변증법은 동시에 방법론으로서만 이론적 의의뿐만 아니라 실천적 의의도 가질 수 있다.

 

사유 방법은 주체가 관념적으로 객체를 파악하는 일종의 인식 도구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방법론에 매우 관심을 기울였으며, 유물 변증법이라는 방법의 제정은 "유물론의 기본관점의 성과에 못지않은 의의를 가진다"고 보았다. 이는 우리가 변증법을 인식론과 방법론으로, 변증법적 사유 방법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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