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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코스를 끝내고 바쁜 일정에 밀려 시간을 지체하다가 오랜만에 치악산 둘레길 마지막 11코스, 한가터길을 걷는다. 당둔지승강장에서 국형사까지 7.7km 거리다. 정식코스는 공사중이라 오늘은 원주혁신도시를 통과하ᅟᅳᆫ 임시코스를 따라 걸었다. 당둔지는 원주시 관설동 원주천 둔치에 성황당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당둔지는 ‘당평지(堂平地)’를 의미한다.
호젓한 마을로 접어든다. 멀리 백운산을 바라보며 치악산을 품은 마을이다. 마을길 따라 논과 밭이 있다. 주변 혁신도시 아파트와 함께 전원주택도 있다. ‘큰숯둔길’, ‘섭재삼보길’ 등 알 듯 모를 듯한 지명이다. 예전에는 치악산 자락에 살던 화전민들이 숯을 구워 내다팔았다. 여기저기 숯터이름이 남아 있다.
길가에 반곡관설동(盤谷觀雪洞) 명의로 ‘삼보골’은 세 가지 보물(좋은 산, 물, 인심)이라는 설명이 있어 이해를 돕는다. 조그마한 ‘삼복골 저수지’도 지났는데 세 가지 ‘복(福)’이라는 뜻인가 추측해 본다. 마을회관 앞에는 ‘가난 속에 끼니를 거르면서 모은 재산’을 회관 터 마련에 헌납한 분의 공덕비가 서 있다. 오랜만에 관료나 양반의 찬양이 아닌 공덕비를 만난다.
걷다보니 코스 중 하나인 섭재수퍼와 옛 반곡역사 지나쳐서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반곡역은 예전에 경주에서 중앙선 타고 원주 오갈 때 지나치던 역이라 기억에 새롭다. 반곡역은 일제강점기 벌목을 목적으로 설치되어 1941년에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했는데 80년만인 2021년에 종료했다. 그 후 원주등록문화재 165호로 지정되었다.
혁신도시로 접어든다. 서울에서 이전한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관광공사 등 고층건물들이 아파트단지를 거느리고 있는 모습이다. 전원주택단지를 지나자 산을 끼고 있는 아파트단지를 만난다. 예전 중앙선 철로가 지나다녔던 곳으로 보이는 언덕 굴다리 벽에 글씨가 걸려 있다. “수십년 동안 다녔던 답답한 일제터널을 넓혀주세요”(주민대책위원회 일동), “원주시에 요청합니다. 아이들이 위험합니다.”(원주민 일동) 신도시 개발과 역사의 흔적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혁신체육공원을 지나면서 산업도로 교각 아래 ‘무네미마을’ 표지석에는 ‘물 너머에 있는 마을이라 물넘이라 부르다 무네미가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시 치악산쪽으로 올라가 한가터주차장에 도착한다. 정식코스가 개통되면 혁신도시를 거치지 않고 섭제슈퍼에서 바로 산길을 따라 연결되는 지점이다. 날씨도 더운데 아스팔트 길을 걷는 것은 매우 지치고 따분한 일이다.

한가터는 ‘골짜기에 있는 넓고 큰 터’를 말한다. 산 입구에서 보면 좁은 계곡만 있을 것 같지만 들어가면 넓은 평지가 보이는 곳이다. 치악산 둘레길 11코스 한가터길은 원주소풍길 2코스 ‘한가터잣나무숲길’과 겹치는 구간이다. 국형사까지는 2.8km다. 1960년대 화전민들을 이주시킨 뒤 심은 잣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치악산 국립공원 경계를 지나 조금 오르니 안오릿골 정상(560m)이다. 마을 앞 무성한 오리나무숲 때문에 마을이 안 보일 정도로 안쪽에 자리잡고 있어서 불린 지명이라 한다.
다시 몇 구비 걷다보나 휴식터를 만나는데 국형사를 200m 앞 두고 있다. 오래되어 굽은 소나무 아래 데크를 따라 걸어 국형사에 도착한다. 신라 경순왕 때 승려 무착이 창건하여 고문암, 보문암으로 불렸는데, 조선 태조 때는 산신각 동악단을 세워 제사를 지냈다. 숙종(1680년) 때부터 국형사라 불렀다. 그러나 여러 차례 폐사되면서 유물이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사찰 내 건물이나 탑 등이 대부분 최근에 만들어졌다. 건물 특징으로는 대웅전이 매우 작다.
절 아래 주차장으로 내려오는데 치악산 둘레길 ‘⇠1코스•11코스⇢’표지판이 보인다. 국형사가 1코스 출발점이자 11코스 도착점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치악산 둘레길은 원주, 횡성, 영월 3개 시군에 걸쳐 있는 11개 코스 140km다. 올해 1월 중순 시작해 4개월 동안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치악산 둘레길을 걸었다. 한 코스를 2~3번 나눠서 간 적도 있고, 교통편의 어려움이 있어 총 14회에 걸쳐 160km를 걸어 전체 코스를 마무리했다. 시작할 때는 추운 겨울이었고 눈이 쌓여 있었지만 마무리하는 오늘은 5월의 푸르름이 더해가고 있었다.
(2026.5.15.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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