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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시행 15년을 맞아 전국금속노동조합이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의 전면 폐기를 촉구하며 대규모 집회에 나섰다. 금속노조는 해당 제도가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기는커녕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며 정부가 즉각 제도 폐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1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어 약 700명이 참가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집회 이후 서울고용노동청까지 행진하며 노동부에도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폐기를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2011년 복수노조법이 전면 시행될 당시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함께 도입된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민주노조를 합법적으로 탄압하는 무기가 됐다"며 "이제 교섭창구단일화를 악용한 노동탄압은 사용자들의 기본 매뉴얼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15년은 노동자의 권리가 확장된 시간이 아니라 자본이 노조탄압 무기의 위력을 확인해온 시간이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복수노조 허용은 오랜 투쟁의 성과였지만, 노동자의 권리는 더 두터워지지 못했다"며 "사용자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활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노조를 지원하고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금속노조에는 150곳이 넘는 복수노조 사업장이 있으며, 이 가운데 100곳이 넘는 현장이 교섭권조차 없이 투쟁하고 있다"며 "노동3권을 무력화하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폐기하는 것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근 원청 사용자 교섭을 가능하게 한 노조법 개정 이후 마련된 시행령을 비판했다.
권 부위원장은 "20년을 싸워 원청교섭 권리를 쟁취했는데, 시행령은 다시 교섭창구단일화를 적용하라고 한다"며 "이는 교섭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를 상대로 교섭창구단일화 폐기와 산별교섭 법제화를 요구해야 하며, 중앙교섭을 확대해 원청 사용자들이 책임 있게 교섭에 나서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실제 사업장에서 노조 탄압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지난 4월 해고된 전일영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APTIV충주지회 지회장은 "조직형태 변경으로 금속노조에 가입한 이후 회사와 어용노조가 결탁해 간부들을 집중적으로 탄압했다"며 "부당징계와 차별, 희망퇴직 강요 끝에 결국 자신도 해고됐다"고 말했다.
전 지회장은 "정부와 자본은 교섭창구단일화가 사용자들의 노조파괴 전술로 변질된 사실을 알면서도 15년 동안 방관해 왔다"며 "노동3권이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 한 오늘의 저와 같은 해고자는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지부 대양판지지회 윤상한 지회장도 "노동부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노사갈등을 줄이고 선진적인 노사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장기교섭과 노노갈등, 부당노동행위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양판지에서는 국가기관의 처벌과 법원의 유죄 판결 이후에도 차별과 부당노동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는 복수노조 사업장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와 공개적인 노정 협의체를 구성해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원지역 한라시멘트 하청업체 아우라지회 민영범 지회장은 원청교섭 과정에서도 교섭창구단일화가 새로운 장벽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 지회장은 "원청과 하청 사용자의 노조 탄압으로 금속노조가 소수노조가 됐고, 원청교섭을 위해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원청교섭 요구마저 교섭창구단일화라는 덫에 걸려 봉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원 수가 한 명만 적어도 교섭권과 쟁의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현실은 자본에만 유리한 제도"라며 "하청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와 교섭권을 되찾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날 청와대에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폐기 요구안을 전달한 뒤 서울고용노동청까지 행진하며 노동부를 향해서도 제도 폐기를 촉구했다.
노조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복수노조 제도의 보완장치가 아니라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를 제약하는 장치"라며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전면 폐기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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