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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횟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25년에도 이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미사일은 동해로, 서해로, 때로는 일본 상공을 넘어 태평양으로 날아간다. 그중 상당수는 주한미군 기지가 밀집한 평택, 오산, 군산 인근 해역을 겨냥한 훈련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공개적으로 "남조선 내 미제 침략군 기지"를 타격 목표로 명시한다. 한국 정부는 이를 도발로 규정하고, 한미 연합훈련으로 대응하며, 동맹 강화를 강조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주한미군은 한국을 보호하는 것인가, 아니면 주한미군 기지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인가?
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 중동에서 벌어진 미국-이스라엘-이란 충돌은 걸프 아랍 국가들에게 뼈아픈 교훈을 주고 있다. 이란의 보복 미사일과 드론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미군 기지가 주둔한 걸프 국가들을 집중 타격했다. 이들 국가는 전쟁을 시작하지도 않았고, 확전을 원하지도 않았지만, 자국 영토에 있는 미군 기지 때문에 가장 먼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걸프 국가들의 여론은 충격에 빠졌다. "우리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유지해 온 미국-아랍 안보 동맹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질문은 이제 한반도에도 던져져야 한다.
ㅡ 억제력에서 위험 자석으로: 동맹의 역설
한미동맹은 70년 넘게 한국 안보의 핵심 축으로 기능해왔다. 주한미군 2만 8천여 명,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를 비롯한 대규모 기지, 최첨단 무기 체계, 연합 지휘 구조. 이 모든 것은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되어 왔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패턴을 분석하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북한이 가장 집중적으로 겨냥하는 목표는 주한미군 기지다. 평택, 오산, 군산은 북한의 타격 시뮬레이션에서 1순위 목표로 반복 등장한다.
걸프 사태는 이 역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군 기지는 억제력의 상징이 아니라 '위험 자석'이 되었다.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의 83%가 걸프 지역을 향했다. 이스라엘 본토가 아니라, 미군이 주둔한 아랍 국가들이 주요 타격 대상이 된 것이다. 이들 국가는 전쟁 결정권이 없었지만, 전쟁 비용은 가장 먼저 지불해야 했다. 항만 시설 파괴, 에너지 인프라 타격, 민간인 사상자…. 억제력은 작동하지 않았고, 오히려 미군 기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은 전쟁의 최전선에 내몰렸다.
한반도 상황도 다르지 않다. 북한은 한국을 직접 위협하기보다는, "남조선 내 미제 기지"를 타격 명분으로 내세운다. 북한의 논리에서 한국은 공격 대상이 아니라 미군 기지가 위치한 '장소'일 뿐이다. 하지만 미사일은 국경을 구분하지 않는다. 평택 기지를 겨냥한 미사일이 오발되거나 요격에 실패하면, 피해를 입는 것은 한국 민중이다. 억제력을 위해 배치된 미군 기지가, 역설적으로 한국을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키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ㅡ 권한 없는 책임: 전쟁 비용은 누가 지불하는가?
걸프 아랍 국가들이 느끼는 두 번째 충격은 '권한과 책임의 단절'이다. 이들은 전쟁을 시작할 권한도, 확전을 결정할 권한도 없다. 하지만 전쟁 비용은 고스란히 떠안는다. 미국은 언제, 어디를, 어떻게 공격할지 결정한다. 이란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군 기지가 있는 걸프 국가들을 공격한다. 걸프 국가들은 이 과정에서 아무런 발언권이 없지만, 경제적 손실, 인명 피해, 정치적 불안정이라는 대가를 치른다. 사우디, UAE, 카타르 3개국만 한 달간 200억~25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도 비슷한 구조에 놓여 있다. 한미 연합 작전 계획에서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은 여전히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 유사시 한국군은 미군의 지휘 아래 작전을 수행한다. 즉,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확전되며, 어떤 목표를 타격할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있다. 하지만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는 한반도이고, 피해를 입는 것은 한국 민중이다. 서울은 북한 장사정포 사거리 안에 있고, 수도권에는 2천5백만 명이 살고 있다. 전쟁이 시작되면 한국은 '전쟁 비용'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지불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이 이 비용을 사전에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결정하면, 한국은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북한이 주한미군 기지를 보복 타격하면, 한국 영토가 전장이 된다. 한국은 체스 플레이어가 아니라 체스판이다. 손을 들어 투표한 적이 없지만, 가장 먼저 입장권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 이것이 바로 걸프 국가들이 경험하고 있는 '권한 없는 책임'의 한국판이다.
ㅡ 안보 거래의 함정: 보호비를 내면 안전한가?
걸프 아랍 국가들은 수십 년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미국-아랍 안보 동맹을 유지해왔다. 미군 주둔 비용, 무기 구매, 군사협력, 그 대가로 이들이 기대한 것은 억제력, 보호, 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이란 충돌은 이 거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전쟁은 걸프 밖에서 막히지 않았고, 오히려 걸프 국가들은 자신들이 시작하지도 않은 보복 사슬에 갇혔다. 매년 수백억 달러를 지불했지만, 안전은 보장되지 않았다. '보호비로 안전을 교환한다'는 논리는 완전히 무효화되었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2024년 기준 약 1조 4천억 원(약 11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에 지불한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 금액을 5배 이상 인상하라는 압박을 가한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 미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한다. F-35 전투기, 패트리어트 미사일, 사드(THAAD) 배치 비용. 이 모든 것은 '안보 비용'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한국이 이 비용을 지불하면, 미국이 한국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걸프 사태는 이 믿음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 보호비를 낸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군 기지가 있다는 이유로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의 전략적 목표와 한국의 생존 이익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중국 견제, 인도-태평양 전략, 대북 압박이라는 자신의 전략적 목표를 추구한다. 한국은 전쟁 방지, 평화 유지, 경제 발전이라는 생존 이익을 추구한다. 이 두 가지가 충돌할 때, 과연 누구의 이익이 우선시될까? 걸프 국가들의 경험은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 보호자의 전략적 목표가 우선되고, 피보호자는 그 비용을 떠안는다.
ㅡ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걸프 아랍 국가들의 경험은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안보 동맹은 무조건적인 보호막이 아니다. 보호자의 전략적 목표와 피보호자의 생존 이익이 일치하지 않을 때, 동맹은 보호 메커니즘이 아니라 위험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이제 냉정하게 질문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한국을 보호하는가, 아니면 주한미군 기지 때문에 한국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되는가? 한미동맹은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는가, 아니면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위해 한국이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인가? 방위비 분담금과 무기 구매로 안전을 살 수 있는가, 아니면 그것은 끝없는 안보 비용의 시작일 뿐인가?
걸프 아랍 국가들은 지금 뼈아픈 교훈을 얻고 있다. 안보는 돈으로 살 수 없고, 동맹은 무조건적 보호를 의미하지 않는다. 위험은 누가 부담하는지, 권력은 누가 장악하는지, 비용은 누가 지불하는지. 이 세 가지 기준으로 안보를 재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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