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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등 여러 가지 일로 바빠 산에 다녀온 지 한 달도 더 지난 오늘 여주자산에 올랐다. 자산은 바위가 자주빛을 띤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 중엽 병자호란 당시 임경업 장군이 수련한 산이라고 한다. 원주시 부론면 흥원창-남한강과 섬강이 합류하는 지점, 고려시대 세금으로 거둔 곡식을 개경(개성)으로 운반하기 위해 설치한 창고가 있던 곳-에서 바라보이는 산이다. 행정구역상 여주시 강천면에 속한다.
부론면 법천리에서 영동고속도로와 국도가 지나는 섬강교를 건너 자산입구에 도착한다. 높이는 245m에 불과하고 정상까지 거리는 1.7km에 불과하지만 강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제법 가파르다. 정상에서는 강원도 횡성에서 문막을 거쳐 흘러내리는 섬강만 보인다. 별도 표지석은 없고 등산모임에서 개별적으로 높이를 써서 붙여 놓았다.
정상을 지나 오르락내리락 몇 개 봉우리를 따라 내려가니 나무들이 가려지지 않은 조망터가 나온다. 바로 건너편에 흥원창(興元倉)이 보인다. 왼쪽으로 섬강이 오른쪽에서 흘러 내려온 남한강에 합류하여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용인에서 흘러내린 청미천을 만나 여주방향으로 흐른다. 3개의 강과 하천을 만나니 ‘세물머리’라 불리고, 근처 마을 이름은 삼합리다. 이 지역은 강원, 경기, 충북 3도가 만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큰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라 넓은 모래톱이 있어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 여기서 합수한 물이 흘러내려 북한강과 만나는 곳이 두물머리(양수리)이다. 다시 해돋이산길을 따라 강쪽으로 내려간다. 강가에서 오른쪽으로 여강길 3코스 감천마을로 가는 곳이다. 나는 다시 주차한 곳으로 가야해서 자산강변을 따라 섬강쪽으로 올라간다. 바람이 부니 아래로 흐르는 강물이 마치 역류하듯 물결이 소리를 낸다. 강변은 깨진 바윗돌이 흩어진 곳도 있지만 상류에서 실려 온 흙이 쌓여 추위 속에도 버티고 있는 푸른 풀들이 보인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어디에서 떠내려와 뿌리를 내렸는지 냉이와 쑥도 있다. 이제 겨울이 시작됐는데 강가에는 벌써 봄을 준비하고 있다. 냉이도 한 줌 캔다. 섬강교에 가까워지자 강물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물도 우렁차게 소리를 낸다. 태기산 자락에서 발원해 횡성 금계천과 만나 ‘섬(두꺼비)강’이라는 이름을 얻고 한강의 제1지류로 합류하는 데 한시바삐 만나려는 듯 물살이 쏜살같이 달려가는 모양새다.
고양시 살 때는 가끔 행주산성 둘레길을 걸으며 덕양산과 한강의 느릿한 강물을 바라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곳으로 이사하고 나니 자산을 끼고 강물이 역동적으로 합류하여 멋지게 흐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
529회, 여주자산, 202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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