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허영구(전민주노총 부위원장)
등록일 :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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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산행이다. 강원도 남한강변으로 이사 오고 두 번째다. 강원, 충북, 경기 3도에 3개의 강(천)이 만나는 지역이다. 오후 늦은 시간 집을 나섰다. 지역 학교 선생님이 등산로 입구까지 안내해 주기로 했다. 집을 출발해 남한강대교를 건너자마자 좌측 마을 입구에 주차한다. 개치나루터와 장안4리 마을회관 갈림길에서 여러 동의 비닐하우스밭을 지나자 여강길 꼬리표가 나무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등산로가 나타난다. 

 

능선까지는 약간 가파르고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지난 번 크게 내린 눈(습설)으로 부러진 소나무 가지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평일 오후이고 225m 높이 산에 등산객이 있을 리 없다. 능선에 올라서자 “자신과의 싸움” 반바지 ‘중간말고개(145m)’, 다시 몇 개 봉우리를 오르니 백두사랑산악회, ‘오갑지맥(204.8m)’ 표시가 붙어 있다. 전국 산의 지맥을 촘촘하게 걷는 사람들의 열정이 느껴지는 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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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나아가자 능선 오른쪽으로 남한강 푸른 물줄기가 위용을 드러낸다. 왼쪽으로는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청미천 물줄기도 보이고 섬강까지 합한 세물이 여주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도 시야에 들어온다. 드디어 정상이다. 바위틈에 ‘고향산’이라는 작은 표지석 하나 세워뒀는데 “남한강 흘러흘러 서해로 가고 내마음 흘러흘러 어디로 가나 아~ 그립다, 옛 동무가”(안평초고 29회, 2013.1.1.) 글귀가 정겹고 애잔하다. 안평초교는 경북 의성과 서울시 동대문구에 있다는데 어느 학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남한강 물처럼 흘러간 세월 속 그리운 옛 동무는 모두에게 같은 추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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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산은 고려 마지막 공양왕이 이성계에게 나라와 권력을 빼앗기고 잠시 원주로 귀향 왔을 때 고향(개성)을 바라보며 그리워했던 곳이라 한다. 그는 폐위 2년 만에 삼척에서 왕세자와 함께 교살당한다. 봉건왕조 시대에는 권력을 독점할 때는 서슬이 퍼렇지만 권력을 잃으면 자신의 목숨은 물론 삼족이 화를 당했다. 권력의 무상함이다. 공양왕릉은 삼척과 고양시 두 군데에 있는데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정상에서 남한강 물줄기와 원주시 부론면, 그리고 내가 이사 온 마을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따끈한 차 한잔 마시고 하산한다. 안내받을 때 왔던 길을 되돌아오라고 했는데 나는 궁금증이 발동했고 남한강을 따라 둘레길을 걷기 위해 봉우리를 넘었다. 그런데 등산로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나뭇가지를 헤치며 산을 내려와야 했다. 강가에 도착했는데  산위에 내려다보던 것과 달리 물줄기가 매우 빠른 속도로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다. 왼쪽 산모퉁이만 돌아가면 섬강을 만나는 곳이라 그런지 바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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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순리대로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물(水,氵)이 흘러가는(去) 것이 자연법(法)이다. 석양이 지는 강물 위로 청둥오리들이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고 있다. 남한강변을 따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올 한 해 마지막 달에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고 내년이다. 사람이 정한 시간이 흘러간다. 강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물이 흐르는 것처럼 시간 속으로 사람들이 흘러간다. 
(530회, 고향산, 남한강변(강원, 충북), 2024.12.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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