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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직접고용 이주노동자 216명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에 집단 가입했다. 국내 대형 제조업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대규모로 노동조합에 집단 가입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사내하청지회, 울산이주민센터는 14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들의 역사적인 노동조합 집단가입이 시작됐다"며 "HD현대중공업은 부당한 근로계약을 철회하고 이주노동자 차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에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직접고용 E-7-3 비자 이주노동자들이다. 이들은 회사가 최근 새 근로계약 체결을 강요하면서 기본급 삭감과 성과차등임금제, 저성과자 계약종료 조항 등을 도입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부터 새 근로계약을 적용하면서 기본급을 월 17만~20만 원 삭감하고, 인사평가에 따라 기본급과 상여금을 차등 지급하며, 저성과자의 계약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노동자들은 재계약 거부와 귀국을 암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계약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현재까지 직접고용 이주노동자 320여 명이 '강압에 의한 근로계약서 서명 사실 확인서'에 서명했다. 확인서에는 "관리자들이 재계약이 불가능하고 다른 회사 취업도 어렵다고 압박해 본인의 의사에 반해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임금과 복지에서의 차별도 집단 행동의 배경이 됐다. 노조는 2022년 회사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원·하청 노동자 모두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기로 합의했지만, 회사는 직접고용 이주노동자에게만 식대를 임금에서 공제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사내 협력업체 소속 이주노동자들이 465만~520만 원의 성과금을 받은 반면,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은 성과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발이 커지자 HD현대중공업은 지난 3일 새 근로계약 서명 여부와 관계없이 식비 공제를 중단하고, 2023년 1월 이후 공제한 식대를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사평가와 무관한 성과금 제도를 신설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러나 노조는 "식비 반환은 당연히 했어야 할 조치일 뿐"이라며 "가장 큰 문제인 기본급 삭감과 성과차등임금제를 담은 나쁜 계약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과금 제도 역시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기본급 삭감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에게도 협력업체 노동자와 동일한 수준의 성과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이번 집단 가입이 단순한 조직 확대를 넘어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의 주체로 나선 역사적인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소모품처럼 취급받던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선언하기 시작했다"며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진원지였던 현대중공업에서 이주노동자의 집단 노조 가입이 시작된 것은 전국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확대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결국 정주노동자의 노동조건 후퇴로 이어진다"며 "이번 투쟁은 국적을 넘어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앞으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를 통해 교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본급 삭감과 성과차등임금제를 담은 근로계약 철회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노조와의 성실한 교섭 ▲임금·복지·인사 전반의 차별 철폐 ▲안정적인 고용과 노동조건 개선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실시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필요할 때는 이주노동자를 불러놓고 임금과 복지, 인사에서 차별하는 현실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며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함께 단결해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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