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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20대 이주 하청노동자가 작업 중 곤돌라와 구조물 사이에 끼여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지난 4월 잠수함 공장 화재로 협력업체 노동자가 사망한 지 석 달 만으로,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둘러싸고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18일 오후 4시 40분께 울산조선소 8도크에서 건조 중인 LNG 운반선(3481호선) 화물창 내부에서 발생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20대 협력업체 노동자는 곤돌라를 타고 선체 내부 사상(연마) 작업을 하던 중 곤돌라 본체와 상부 족장(비계 구조물) 사이에 몸이 끼였다.
노조가 공개한 사고보고서를 보면 오후 4시 55분께 최초 신고가 접수됐고, 심폐소생술(CPR)이 실시됐지만 노동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뒤 오후 5시 37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추정 사인은 질식사다.
노동부는 사고 직후 해당 작업을 중지시키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도 곤돌라 운행 과정과 작업 절차, 안전장치 작동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0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고를 "자본의 생산 최우선 경영이 부른 명백한 기업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노조는 "곤돌라에는 과상승 방지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사고 당시에는 장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는 위치에 족장이 설치돼 있었다"며 "곤돌라 이동 범위 안의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안전조치인데도 회사는 이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 평가와 안전조치를 실시했어야 함에도 생산 우선 경영과 안전 불감증으로 기본적인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고 이후 회사가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해 현장을 찾은 노조 간부들의 출입을 막았다고도 비판했다.
노조는 "동료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도 업체는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표준작업지도서와 곤돌라 이용 허가서 등 관련 자료 확보를 막았다"며 "산재 은폐와 책임 회피에 급급한 파렴치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주노동자, 노동권·인권 사각지대"
노조는 숨진 노동자의 동료 이주노동자들과 긴급 간담회를 진행한 결과, 현장의 열악한 노동환경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와 부실한 안전교육, 안전관리 부재 속에서 생산 일정 단축 압박을 받아왔으며, 연이은 중대재해로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사고 이후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의 경우 계약기간 중 퇴사하거나 사업장을 옮길 경우 본국에서 거액의 벌금을 부담해야 하는 계약 조건 때문에 사실상 이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노조는 전했다. 여기에 한국 취업을 위해 브로커 비용까지 부담하면서 경제적 압박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주노동자들은 노동권과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인간다운 삶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원청에서 하청으로, 다시 이주노동자로 이어지는 위험의 외주화 구조가 이번 비극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중대재해…"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이번 사고는 올해 들어 HD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잇따른 중대재해 가운데 하나다.
노조는 지난 4월 잠수함 공장 화재 사망사고를 비롯해 블록 낙하, 블록 전도, 지게차 충돌, 트레일러 사고 등 중대성 재해가 이어졌고, 올해 산업재해가 약 380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내국인과 이주노동자를 가리지 않고 끼임과 추락, 충돌, 화상 등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예견된 재해를 방치한 결과가 또 한 명의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자는 생계를 위해 일터로 가는 것이지 기업의 이윤을 위해 목숨을 바치러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HD현대중공업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유가족과 이주노동자들에게 책임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HD현대중공업은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관계기관과 함께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사고 당시 작업지시서와 CCTV, 곤돌라 운행 기록 등을 확보해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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