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전국 노동청 앞 동시다발 기자회견…“원청은 교섭에 나서고 정부는 적극 행정 나서야”
등록일 :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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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가 19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지역 노동청 앞에서 ‘
원청교섭 성실 이행 촉구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교섭 요구가 곳곳에서 가로막히고 있다. 금속노조가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노동위원회 결정에도 원청 자본이 교섭을 거부하거나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금속노조는 19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지역 노동청 앞에서 ‘원청교섭 성실 이행 촉구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 및 노동청장 면담’을 진행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2만 명이 넘는 금속노동자가 원청교섭을 요구했지만 대부분의 원청 사용자가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며 “원청교섭이 사실상 집단적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한화오션,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25개 원청 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상당수 원청 기업은 교섭 자체를 거부하고 있으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사건에서도 원청 자본이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동희오토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집행정지까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는 “행정기관의 판단을 부정하고 개정 노조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에도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고 있으며,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 등 일부 원청은 교섭을 시작하기도 전에 의제를 제한해야 한다며 교섭 개시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 금속노조의 설명이다.

 

“원청은 교섭 거부, 정부는 수수방관”

금속노조는 원청 자본의 교섭 거부뿐 아니라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원 금속노조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에서 “교섭을 요구한 지 다섯 달이 지났지만 금속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은 재벌·대기업 대부분이 아직 교섭장에 나오지 않았다”며 “원청 기업들이 사용자 책임을 거부하고 교섭 거부·해태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는데도 정부는 참담한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정 노조법의 목적과 취지가 정당하더라도 일정 규모 이상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죽은 법과 같다”며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사에 대한 노동부의 적극적인 지도·감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특히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음에도 교섭을 거부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인 행정지도와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에서도 “원청교섭 길을 터놓았다고 끝이 아니다. 누군가 그 길을 지날 수 없다면 그 길은 무용지물”이라며 “지금 길을 막고 있는 것은 원청 사용자, 재벌 대기업이며 이를 시정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진짜 사장과 교섭해야 현장이 바뀐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교섭이 안전과 임금 등 하청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통로라고 호소했다.

 

김태훈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장은 “법이 바뀌면 진짜 사장과 마주 앉아 현장을 바꿔 갈 수 있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원청인 한국지엠은 하청업체 뒤에 숨어 교섭 요구 사실조차 공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한국지엠 부평공장에 약 8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지만 안전 문제를 비롯한 현장의 주요 문제에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화재 위험물질과 고장 난 시설물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원청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청업체에 아무리 개선을 요구해도 움직이지 않던 문제들이 노동부에 진정을 넣고 원청이 지시하자 단숨에 고쳐졌다”며 “누가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지 노동부 역시 알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청업체의 임금체불 문제도 원청교섭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했다. 김 지회장은 지난 2월 약 8억1천만 원 규모의 임금체불 사태가 발생했다며 “하청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벼랑 끝에 내몰렸지만 한국지엠과 공식적으로 대화할 통로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편향적인 행정지침 시도를 중단하고 교섭 회피 사업장에 대한 강력한 행정지도에 나서야 한다”고 노동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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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가 19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지역 노동청 앞에서 ‘
원청교섭 성실 이행 촉구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자동차판매 노동자 “20년 투쟁으로 만든 원청교섭, 다시 막혀”

김선영 금속노조 서울지부 자동차판매연대지회장은 원청교섭을 요구해온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오랜 투쟁을 언급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했다.

 

김 지회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도록 노조법을 개정하라고 20년 넘게 요구해왔다”며 “수많은 노동자가 죽고 구속되고 해고되면서 싸운 끝에 개정 노조법이 시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수백 개가 넘는 노동조합이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대부분 거부당하고 있다”며 “노동위원회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라는 판정을 했는데도 이를 무시하는 자본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 지회장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지금 노란봉투법이 입법 취지에 맞게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정부가 원청교섭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기자회견 이후 전국 각 지역에서 원청교섭 요구 당사자들이 관할 노동청장 및 지청장 면담을 진행했다. 서울고용노동청을 비롯해 대전·충북, 충남, 전북, 광주·전남, 경남, 울산, 서산 등 전국 각지에서 원청교섭의 성실한 이행과 정부의 적극적인 행정 역할을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원청교섭 집단 지연 국면에서 각 노동청이 적극적인 행정 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가 원청교섭 촉진 역할을 거부한다면 대자본 투쟁은 물론 올 하반기 대정부 투쟁에 힘차게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 지 5개월. 법이 열어놓은 원청교섭의 문 앞에서 원청 자본은 법적 대응과 교섭 거부로 버티고 있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하청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특혜가 아니라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사용자와 마주 앉을 권리다. 원청교섭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가 향후 노조법 개정의 실효성을 가르는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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