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채윤 대표이사, 이제는 직접 대화하라”…금속노조, 노동환경 개선·성실교섭 촉구
등록일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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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리노공업지회는 25일 오전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과 함께 ‘리노공업 노동환경 개선 및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부산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꼽히는 리노공업에서 장기 노사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금속노조 리노공업지회 노동자들은 36일째 전면파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 8월 13일부터 노조 간부들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은 이채윤 리노공업 대표이사가 직접 교섭에 나서고, 장기간 누적된 노동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리노공업지회는 25일 오전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과 함께 ‘리노공업 노동환경 개선 및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리노공업 현장에서 주 6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과 강제 연장근무, 연차휴가 제한, 점심시간 외출 통제, 사유서 작성 강요, 현장 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감시와 통제 등이 반복돼 왔다고 주장했다. 산재와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보호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리노공업은 반도체 검사 분야의 핵심 부품인 테스트 핀과 소켓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최근 반도체 산업 호황 속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기업의 성장과 수익성이 높아지는 동안 정작 생산현장의 노동조건과 노동자에 대한 존중은 뒤처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ㅡ “회사는 성장했지만 노동자의 존엄도 함께 성장했는가”

현장 노동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리노공업의 노동환경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제조파트 노동자 대표는 지난 4월 30일 작업 중 오른쪽 손목에 심재성 2도 화상을 입었지만 성과급에 불이익이 생길까 우려해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밝혔다. 두 달 가까이 병원을 다니면서도 출근했고, 작업할 때는 부목을 풀고 화상 부위에 붕대를 감은 뒤 고무장갑을 끼고 일을 계속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회사에서 일하다 다친 노동자가 치료보다 성과급이 깎이는 것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일터냐”고 되물었다.

 

현장에서는 위험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정의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질산과 염산, 황산 등을 취급하는 표면처리 공정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작업환경에 대한 불안을 호소해 왔으며, 임신을 준비하면서 부서 이동을 요청했지만 결국 회사를 떠난 사례도 있었다고 노조는 밝혔다.

 

휴대전화 사용 제한으로 가족의 긴급한 연락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지 못하거나, 집 근처 화재나 자녀의 사고 사실을 제때 알지 못한 노동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노조는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하다 다치면 불이익 걱정 없이 치료받고, 위험한 작업에서는 제대로 보호받으며, 관리자와 노동자에게 공정한 기준이 적용되는 일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ㅡ “불량 나면 실명 공개하고 반성문까지…주 52시간도 종잇조각”

가공파트 노동자 대표 송석민 씨는 현장의 강압적인 관리 실태를 폭로했다.

 

송 씨는 회사가 현장 노동자를 사실상 ‘버튼맨’이라고 부르며 대체 가능한 인력처럼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제품에 불량이 발생하면 사내 게시판에 제품 사진과 함께 작업자의 실명을 공개하고, 해당 노동자가 게시판에 직접 사과와 반성의 글을 작성해야 했다는 것이다.

 

사유서 작성 역시 일상적으로 이뤄졌으며, 노동자들은 사유서가 임금과 성과급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노동시간 문제도 제기됐다. 송 씨는 “주 52시간을 다 쓴 노동자들이 먼저 퇴근 지문을 찍은 뒤 다시 일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를 현장에서는 ‘무료봉사’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이어 “법정 노동시간은 끝났지만 회사가 요구하는 생산과 노동자의 책임은 끝나지 않았다”며 “주 52시간은 법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노동자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특히 화재 당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 씨는 야간근무 중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유독가스가 가득 찼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위험성을 이유로 진입을 통제했음에도 회사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에게 마스크 등 적절한 보호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현장에 들어가 환기를 시키고 기계를 가동하도록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사람의 목숨보다 기계를 돌리고 제품 하나를 더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냐”며 “노동자의 인권을 짓밟고 목숨을 담보로 짜내는 성장은 잔인한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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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공업 노동자들과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고용노동부에 리노공업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ㅡ 노동자들 “임금이 아니라 존중과 노동인권의 문제”

노조는 이번 파업의 핵심이 단순한 임금인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리노공업 노동자들은 지난 3월 20일 금속노조에 가입한 뒤 회사와 교섭을 요구했지만, 이채윤 대표이사는 한 차례도 직접 교섭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노조는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경영지원실을 신설해 교섭에 대응하면서 일정 조정 등을 이유로 교섭을 지연해 왔으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복귀를 압박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노조는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유지하기 위해 특수건강진단과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노동자를 유해인자 취급 공정에 투입하거나 외부 인력을 이용한 대체근로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관련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노조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이유는 더 많은 돈을 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랜 기간 누적된 노동환경과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고 노동자가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ㅡ “이채윤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야”…국회·정부에도 해결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리노공업의 문제가 한 기업 내부의 노사갈등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7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삶터인 리노공업에서 장기간 노사갈등이 지속되고 노동자들이 자신의 몸을 걸고 호소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국회와 정부,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특히 이채윤 대표이사가 직접 노동조합과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날 ▲이채윤 대표이사의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교섭 참여 ▲리노공업의 노동환경과 노동조건 전면 점검 및 개선 ▲노동인권 침해와 부당한 노동관행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정부와 국회의 장기 노사분쟁 해결 및 노동3권 보장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권이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을 권리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의 성장이 노동자의 희생과 침묵 위에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리노공업에 필요한 것은 힘의 대결이 아니라 대화와 교섭”이라며 “이채윤 대표이사가 직접 교섭에 나와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36일째 이어지고 있는 전면파업과 노동조합 간부들의 무기한 단식농성이 장기화하면서 리노공업 노사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노동자들은 “건강하게, 안전하게, 공정하게, 사람답게 일하고 싶다”며 회사가 이제라도 대화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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