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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법원 앞에서 불법파견 판결의 부당한 축소와 장기 지연을 규탄하며 신속하고 일관된 판결을 촉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불법파견 부당 축소·지연 판결 중단 촉구 현장 대표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대제철·현대자동차·동희오토·한국타이어·현대위아 등 제조업 현장에서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노동계 법률가들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할 때 도급계약서의 형식이나 하청업체의 외형적 독립성보다 원청의 실질적인 지휘·명령 관계와 생산체계 편입 여부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송이 수년에서 십수 년씩 이어지는 동안 노동자들은 해고와 생계 위협에 시달리지만, 기업은 직접고용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현장인데 엇갈리는 판결…“불법파견 법리 후퇴”
최명식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2022년 1심은 사내협력업체 노동자 전원의 불법파견을 인정했지만, 2025년 11월 항소심은 890여 명 가운데 566명만 인정하고 324명은 기각했다고 밝혔다.
최 지회장은 같은 사업장과 생산체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법적 지위가 공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부당하다며 대법원에 기존 판례에 따른 판단을 요구했다.
백명일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장도 동일 공정에서 일한 노동자들에게 서로 다른 판결이 내려지는 현실을 지적했다. 불법파견은 계약서가 아니라 실제 노동현장에서 누가 지휘·명령하고 생산을 통제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역시 최근 불법파견 판결에서 기존 법리가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며, 대법원이 현장의 실질에 근거해 일관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기 재판에 해고와 생계 위협까지
심인호 동희오토분회장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이 1·2심에서 패소한 뒤 2024년 7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2년 넘게 판단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급심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증거를 충실히 심리하고 기존 판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현규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장은 지난 7월 24일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에서 승소한 사례를 소개했다. 법원이 계약서의 명칭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실제 업무와 원청 생산체계와의 연관성을 살펴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김진형 현대위아창원비정규직지회장은 부제소 합의를 거부한 노동자 42명이 2024년 2월 해고됐으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도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판이 지연될수록 해고 노동자들의 생계 고통이 커진다며 신속한 재판을 촉구했다.
“불법파견 근절하고 원청 사용자 책임 명확히 해야”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불법파견 문제가 개별 사업장의 분쟁을 넘어 제조업 전반의 간접고용 구조와 원청의 사용자 책임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법원에 ▲불법파견 축소 판결 바로잡기 ▲장기 지연 사건의 신속한 판결 ▲형식적인 도급계약 뒤에 숨은 원청의 실질적 지휘·명령 관계 인정 ▲원청의 사용자 책임 명확화를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불법파견을 문제 삼은 노동자들이 해고와 생계 위협을 감당하는 동안 기업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불법파견이 근절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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