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철학
  • ㅡ 제3장 연관성과 발전의 법칙 (2)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등록일 : 20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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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과 보는 것.


사물의 발전과정에서는 우연적이고 순간적인 측면도 있고, 내재적이고 필연적이며 안정적인 측면도 있다. 법칙이라는 범주는 사물의 운동 발전 중에서 본질적이고 필연적이며 안정적인 연관성을 드러낸다.

 

ㅡ 법칙의 본질적 연관성


법칙은 본질적인 연관성이다. 현대 실증주의는 본질이라는 개념을 부정하며, 본질은 실증할 수 없기 때문에 본질과 같은 개념을 근본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확실히 본질 자체는 실증할 수 없다. 왜냐하면 본질은 하나의 연관성으로서 모든 현상에 스며들어 관통하기 때문에, 세상에는 고립되어 존재하는 순수한 본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증할 수 없다고 해서 본질적 연관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본질의 존재와 현상의 존재는 서로 다른 방식을 가지고 있다.

 

본질은 현상과 비교할 때 자체적으로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강물에 비유하자면, 현상은 물 표면에 떠 있는 거품과 같고, 본질은 바닥의 깊은 흐름과 같다. 현상은 개별적, 편면적, 표면적인 것으로, 사물 본질의 구체적 표현이다. 반면 본질은 같은 종류의 현상들의 공통성으로, 사물 내부에 깊이 숨겨져 있다. 현상은 변화가 많고 쉽게 사라지며, 큰 유동성을 가지고 있지만, 본질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현상은 본질보다 풍부하고 생동감 있으며, 본질은 현상보다 보편적이고 심오하다. "만약 사물의 표현 형식과 사물의 본질이 직접적으로 일치한다면, 모든 과학은  불필요할 것이다."(마르크스, <자본론>)

 

확실히 현상은 본질과 다르지만, 현상은 본질을 표현하는 것과 분리될 수 없으며, 본질은 현상의 근거이다. 사물의 본질적 연관성을 파악하면 사물 운동의 법칙을 밝혀내는 것이며, 이는 더 깊은 차원에서 사물의 현상과 그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변증법을 포함한 모든 과학은 사물의 본질적 연관성, 즉 법칙을 연구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마르크스가 비판했던 "모든 과학은 불필요할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며, 변증법도 당연히 불필요하게 될 것이다.

 

ㅡ 법칙과 필연성의 관계


법칙은 필연적인 연관성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의 발생과 발전은 원인이 있다. 우리가 인과관계를 깊이 살펴보면, 두 가지 다른 유형의 인과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사물 내부의 주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결과이고, 다른 하나는 사물 외부의 부차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결과이다. 이 두 가지 다른 인과관계는 필연성과 우연성의 관계를 형성한다. 필연적 연관성은 특정 조건 하에서 사물 발전의 불가피성과 확정성을 의미한다. 필연적 연관성과 반대로, 우연적 연관성은 사물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동요나 편차로, 이렇게 나타날 수도 있고 저렇게 나타날 수도 있다. 필연적 연관성과 우연적 연관성은 서로 다른 인과관계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에, 사물의 발전에 다른 작용을 한다. 필연적 연관성은 사물 발전과정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며, 사물 발전의 방향을 결정한다. 우연적 연관성은 사물 발전에서 일반적으로 종속적 위치에 있으며, 발전과정을 촉진하거나 지연시키는 작용을 하여, 발전의 확정된 경향이 이러한 혹은 저러한 특징과 편차를 갖게 한다.

 

우연적 필연(이경희 작, 2020).png
우연적 필연(이경희 작, 2020)

 

유물 변증법의 기본 범주로서, 법칙은 사물의 필연적 연관성을 밝혀내지만, 필연성은 많은 우연성을 통해 표현되며, 우연성은 필연성의 표현 형식이다.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우연성'이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는다면, 세계 역사는 매우 신비로운 성질을 띠게 될 것이다. 이러한 우연성들은 자연히 전체 발전과정에 포함되며, 다른 우연성에 의해 보완된다. 그러나 발전의 가속과 지연은 큰 정도로 이러한 '우연성'에 의존한다." (<루트비히 쿠그만에게 보내는 편지>, 1871)

 

ㅡ 법칙의 안정성과 반복성


법칙은 또한 안정적인 연관성이다. 법칙의 안정성은 그것의 반복성이기도 하다. 일정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어떤 법칙에 부합하는 현상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자연법칙의 반복성은 명백하다. 봄이 가고 가을이 오며, 꽃이 피고 지고, 생명이 태어나고 죽고… 그리고 자연법칙의 반복성은 특정 실험을 통해 계속 생성될 수 있다. 사회 법칙의 반복성은 표현이 복잡하지만,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모든 사회 형태에는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 운동 법칙이 존재한다. 가치 법칙은 모든 상품 생산에 공통적인 법칙으로, 상품 생산이 있는 한 상품의 가치는 필연적으로 그 상품을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사회적 필요노동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사회 법칙의 반복성이 자연법칙의 반복성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반복성 자체는 여전히 객관적으로 존재하며, 단지 표현 형식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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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순환

 

법칙은 사물의 본질적, 필연적, 안정적인 연관성으로, 사물 운동 변화 발전의 확정된 질서이며 항상 사물 발전의 현실 과정에 체현되고 관통된다. 법칙이 반영하는 연관성의 범위와 층위에 따라, 법칙은 일반 법칙과 특수 법칙으로 나눌 수 있다. 유물 변증법이 밝히는 법칙은 일반 법칙 또는 보편 법칙으로 자연계, 인류 사회와 사유 운동의 공통 법칙을 개괄한다. 자연과학, 사회과학과 사유과학이 탐구하는 법칙은 자연법칙, 사회 법칙과 사유 법칙으로, 이들은 특수 법칙에 속한다.

 

ㅡ 유물 변증법의 법칙들


유물 변증법이 보여주는 것은 하나의 법칙 군(群)으로, 이는 변증법의 기본 법칙과 범주로 구성된 논리 체계이다. 유물 변증법의 기본 법칙은 주로 대립물의 통일 법칙, 질량의 상호전화 법칙, 부정의 부정 법칙이다. 이 세 가지 법칙은 각각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하나의 통일된 논리적 전체를 형성한다. 대립물의 통일 법칙은 모순이 사물 발전의 원천과 동력임을 밝혀낸다. 질량의 상호전화 법칙은 사물 발전의 두 가지 기본형식을 밝혀낸다. 부정의 부정 법칙은 사물 발전의 과정과 방향을 밝혀낸다. 유물 변증법의 법칙은 또한 원인과 결과, 필연과 우연, 가능과 현실, 형식과 내용, 현상과 본질과 같은 범주들로 구성된 본질적 연관성을 포함한다. 이러한 범주들은 연관성과 발전의 기본 고리를 반영한다. 변증법의 법칙과 범주는 사람들의 세계에 대한 인식이 깊어짐에 따라 계속해서 발전한다.

 

ㅡ 법칙의 객관성과 사회 발전

 

법칙은 객관적이다. 즉, 법칙의 존재는 인간의 의식에 의존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의 의식 활동 자체가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자연법칙의  객관성을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자연계의 운동이 자체적(自在的)인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계에는 목적성이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맹목적인 상호작용 속에 있다. 법칙은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고 그 작용을 한다. 사회에서 활동하는 것은 모두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사고를 거치거나 감정에 따라 행동한다. 그들은 어떤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들로서, 어떤 일의 발생도 자각적인 의도나 예상된 목적 없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자연계 운동의 자발성과는 달리, 사회 발전은 자기 의식적이다. 그러나 사회 발전의 자기 의식성과 사회 발전 법칙의 객관성은 모순되지 않으며, 이들은 하나의 과정의 두 측면이다. 엥겔스는 다음과 같이 심오하게 지적했다.

 

 "역사는 이렇게 창조된다: 최종 결과는 항상 많은 개인 의지들의 상호 충돌에서 생겨나며, 그 각각의 의지는 다시 많은 특수한 생활 조건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이렇게 무수히 교차하는 힘들, 무수한 힘의 평행사변형이 있고, 이로부터 하나의 합력, 즉 역사적 결과가 생겨나며, 이 결과는 다시 전체로서 무의식적이고 비자발적으로 작용하는 힘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의 바람은 다른 모든 사람에 의해 방해받고, 마지막에 나타나는 결과는 누구도 바라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역사는 마치 자연 과정처럼 진행되어 왔으며, 본질적으로도 동일한 운동 법칙에 따르고 있다."(<콘라트 슈미트에게 보낸 편지>, 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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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력(合力)

 

사회 발전의 객관성은 "역사적 합력(合力)"으로 나타나며, 이는 어떤 사람의 의지에 의해서도 바뀌지 않는다. 사회 법칙의 특수성은 그것이 인간의 활동 속에서 형성되고 실현된다는 점에 있지만, 일단 형성되면 인간의 의지에 의해 바뀌지 않으며, 오히려 역으로 인간의 활동을 제약하고 사회 발전의 전체적 경향을 결정한다.

 

ㅡ 현대 서구 역사철학과 법칙성 논쟁


현대 서구 역사철학은 사회 발전의 법칙성을 강하게 부정하며, 사회 역사에서 모든 것이 '일회성'에 불과하고 반복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칼 포퍼는 모든 역사적 사건이 "정확히 유사한 조건 하에서 반복될 수 없다"고 보며, 사회 운동에는 "원형과 동일한 반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역사에는 법칙이 없다"고 주장한다. 확실히 역사적 사건들은 모두 유일무이하며 반복 불가능한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역사적 사건의 반복 불가능성이 사회 발전의 법칙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역사 법칙의 반복성은 역사적 사건의 반복성과 동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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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포퍼(1902~1994)

 

모든 역사적 사건의 발생은 필연성과 우연성이 함께 작용한 결과이며, 바로 그 속의 우연성 때문에 역사적 사건들은 각기 고유한 특색을 가지며 반복될 수 없다. 그러나 법칙이 반복하는 것은 그 속에 내재하는 필연성이다. 가장 엄격한 과학적 관점에서 보아도, 자연계의 사건 역시 완전히 반복될 수는 없다. 이는 자연 또한 ‘역사’ 속에 있으며, 자연 사건이 100% 반복성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일찍이 두 개의 절대적으로 동일한 나뭇잎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자연법칙이 반복성을 가지듯, 사회 법칙 또한 반복성을 가진다.

 

사회 발전 법칙의 반복성은 같은 유형의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공통된 본질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사회의 경제 구조가 사회의 정치 구조, 관념 구조, 그리고 문화 구조를 결정한다는 사실은 사회 발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이는 서로 다른 사회 형태에서도 계속해서 그 반복성을 드러내며, 사회 발전의 법칙성을 증명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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