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철학
  • : 제4장 인식의 본질과 과정(5)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등록일 : 202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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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의지의 인식 조절 기능

 

ㅡ 인간 인식에서 이성과 비이성의 관계

 

인간의 인식 과정은 매우 복잡하기에, 이성적 요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인간을 이성적인 사회적 존재라고 말할 때는, 인간이 주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성적이라는 의미이며,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한 점이다. 따라서 인식 활동과 인식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이성적 요소다. 


그러나 이는 인식 과정에서 비이성적 요소의 역할을 부정하거나, 비이성적 요소가 인식 형성에 방해나 파괴적 역할만 한다고 여기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로 인식의 주체로서 인간은 의지와 감정을 가지며 인지 능력을 갖춘 통일된 전체이다. 인간의 모든 심리적, 의식적 체계는 인식 활동에 참여하여 인식의 형성과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인간의 인식 활동의 내적 메커니즘을 깊이 연구하고, 인간의 비이성적 요소가 인식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인간이 어떻게 이성적 요소를 위주로 삼고 그 지배하에서 비이성적 요소의 역할을 발휘하도록 해야 하는지에 관해 연구해야 한다.

 

ㅡ 비이성적 요소의 두 가지 유형

 

인간의 이른바 ‘비이성적’ 요소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협의와 광의 두 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협의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의 지(知), 정(情), 의(意) 이 세 가지 의식 요소 중에서, ‘지(知)’는 주체의 이성적 직관, 이성적 사고 등의 능력을 포함하며 인간의 이성적 요소에 속한다. 반면 ‘정(情)’과 ‘의(意)’, 즉 감정과 의지는 동기, 욕망, 신념, 믿음, 습관, 본능 등을 포함하는데, 이러한 정신적 요소들은 일반적으로 이성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주체 구조에서 비지성적, 비인지적 측면에 속하기 때문에 ‘비이성적’ 요소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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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인식에서 이성과 비이성의 관계


동시에, 사람들은 종종 인간의 인식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의 개념으로 포함될 수 없는 주체의 심리적 형태, 예를 들어 환상, 상상, 추측, 깨달음, 직관, 영감 등도 인간의 ‘비이성적’ 요소에 포함시킨다. 따라서  인간의 비이성적 요소는 구체적으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인간의 인식 능력에 속하지 않지만, 일종의 정신적 힘으로서 주체의 인식 활동에 스며들어 영향을 미친다. 후자는 인간의 인식 능력에 속하지만, 논리적이고 자각적인 이성적 사고와 비교할 때 무의식적, 비논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광의적으로도 ‘비이성적’ 요소에 속한다.

 

ㅡ 감정과 의지의 인식 조절 기능

 

감정, 의지, 욕망, 욕구 등의 비이성적 요소는 그 자체로는 인간의 인식 능력에 속하지 않지만, 인간의 인식 활동의 시작과 중단, 주체의 인식 능력의 발휘와 억제에 중요한 통제와 조절 작용을 한다.

 

인간의 활동에는 항상 정서와 감정의 요소가 관통하며, 정서와 감정의 자극이나 억제를 받는다. 인식 활동도 예외가 아니다. 긍정적인 감정과 정서는 인식 활동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어 인식의 발전에 추동력이 된다. 마르크스는 열정과 열의가 인간이 자신의 대상을 강렬하게 추구하는 본질적 힘이라고 보았다. 인간의 ‘지적 욕구’, 흥미, 호기심은 모두 인간의 감정과 정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람들의 감정이 그들이 종사하는 인식 활동과 공명할 때, 인식은 감정에 의해 자극받아 인간의 인식 잠재력을 활성화하고 인식의 과정을 가속화한다. 반대로, 사람이 어떤 인식 활동에 열정과 감정이 부족하거나 정서가 해이하고 침체되어 있을 때, 인간의 인식 능력은 억제되고 인식 과정은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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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열정은 사고의 평온함을 깨고 지혜의 불꽃을 폭발시킬 수 있지만, 과도한 열정은 이성을 잃게 하여 사고의 혼란이나 논리적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감정과 정서가 인식 과정에 미치는 긍정적 역할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감정과 정서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조절하고 통제할 필요가 있다.

 

의지는 감정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인식 과정에서 자극과 조절 요소로 작용하며, 인식 운동의 지지력과 추진력이다. 인식 활동은 인간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며, 특히 복잡한 인식 대상을 마주할 때는 종종 백절불굴하고 끈기 있는 의지로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여 특정 목표나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 "과학에는 평탄한 대로가 없으며, 오직 험난한 산길을 오르는 수고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빛나는 정상에 도달할 희망이 있다."(마르크스) 


의지는 인간이 특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장애물이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능동적인 주관적 조건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정서를 조절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의 인식 활동에서 의지는 목적성과 자각성의 특징으로 지성과 감정, 냉정함과 열정을 통일시키고, 지성으로 감정을 조절하며, 감정과 열정으로 지성을 활성화하여 주체가 외부와 내부의 방해를 배제하고 심지어 일정한 고통과 희생을 감수하면서 자신의 목적과 이상을 실현할 수 있게 한다.

 

감정, 의지 등 비이성적 요소들은 상호작용하고 상호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비이성적 요소들은 다시 이성적 요소와 상호작용하고 상호 영향을 미친다. 비이성적 요소는 이성적 요소에 동력 조절 작용을 하는 동시에, 인간의 이성적 요소의 결정과 제약을 받는다. 감정, 의지 등의 비이성적 요소는 이처럼 인간의 이성과 지능을 자극하고 조절함으로써 인간의 인식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작용한다.

 

ㅡ 비논리적 형식의 인식 요소와 창조적 역할

 

인식 과정에서 환상, 상상, 직관, 영감 등과 같이 비논리적 형식으로 나타나는 비이성적 요소는 사고의 논리적 형식과 상호작용하고 상호 보완하며, 인식의 발전과 비약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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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영감

 

인식 과정에서 귀납과 연역, 분석과 종합, 추상과 구체 등 논리적 사고 방법의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인식 과정을 단지 사고의 논리적 가공 과정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사고의 논리적 가공은 엄격한 절차성과 규범성을 특징으로 하며 인식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자체로도 결함이 있다. 종종 사람들은 먼저 모든 사실 자료를 파악한 후에 논리적 추론을 통해 필요한 올바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소량의 사실에 근거하여 창조적인 연상을 통해 대담한 상상과 ‘환상’을 활용함으로써 일부 복잡한 사물의 본질, 구조 또는 법칙에 대한 인식을 실현한다. 


또한 환상과 상상은 복잡한 대상을 순수화하고 간략화하여 사람들이 창조적인 구상을 할 수 있게 한다. 레닌은 "상상력은 시인에게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근거가 없으며, 이는 어리석은 편견이다! 수학에서도 상상력이 필요하며, 미적분학의 발견도 상상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환상은 매우 귀중한 자질이다"라고 지적했다(레닌, <철학노트>). 과학 발전의 역사는 레닌의 말이 정확하고 심오함을 보여준다. 케쿨레가 벤젠의 고리 구조를 제안하고, 아인슈타인이 특수 및 일반 상대성 이론을 창립한 것은 이러한 측면의 매우 좋은 예다.

 

물론, 상상(직관, 환상 포함) 등의 비논리적 사고 활동은 개념, 판단, 추론 등의 논리적 사고 활동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진행될 수 없으며, 오히려 일정한 논리적 사고 활동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종종 사람들은 장기간의 긴장된 이성적 사고를 통해 어떤 문제의 답을 찾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이때 사고는 고도로 흥분되고 집중된 상태에 있으며, 마치 전자 회로의 트리거 장치처럼 한 회로가 연결되지 않으면 다른 회로로 바꾼다. 바로 이러한 이성적 사고의 적극적인 작동이 상상과 영감의 출현에 가능성을 제공한다. 


다시 말해, 이때 발생하는 어떤 우발적 사건이 종종 사고가 계발되는 계기가 되어, 인식자는 갑자기 명확해지고 깨달음을 얻어 일순간에 사물의 핵심을 파악하고 문제의 답을 찾게 된다. 인식 운동의 변증법적 특성은 인식의 발전이 단순히 논리적 절차에 따른 점진적 과정도 아니고, 단순히 비논리적이거나 비논리적인 도약, 비약의 과정도 아니라, 논리적인 점진적 과정과 비논리적인 도약 과정의 유기적 통일이라는 점에서 나타난다. 논리적 요소와 비논리적 요소는 인식 과정에서 상호작용하고 상호 보완하며, 함께 인간의 인식이 감성에서 이성으로, 현상에서 본질로 비약하는 데 기여한다.

 

환상, 상상, 직관, 영감의 인식 발전 기여.png

 

ㅡ 마르크스주의 철학의 비이성적 요소에 대한 관점

 

인식 과정에서 감정, 의지, 그리고 상상, 환상, 직관 등 비이성적 요소의 작용에 대한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마르크스주의 철학은 인식에서 비이성적 요소의 역할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 철학은 비이성적 요소의 긍정적 작용을 보는 동시에, 비이성적 요소가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작용도 인식한다. 현대 서양 철학의 비이성주의와 달리, 마르크스주의 철학은 비이성적 요소가 이성적 요소의 제약을 받아야 함을 강조하고, 인간이 이성적 요소의 주도 하에 비이성적 요소의 긍정적 역할을 발휘해야 함을 강조한다. 


반면 비이성주의는 비이성적 요소를 인간의 본질로 보고, 인간의 감각, 욕망, 정서, 본능 등을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요소로 보며, 인간의 이성, 이성적 사고의 역할을 부정하거나 평가 절하한다. 비이성적, 비논리적인 것에 대해 관념론적이거나 심지어 신비주의적 해석을 하며, 인간 활동에서 비이성적 요소의 역할을 편향되게 과장한다. 우리는 인간의 비이성적 요소와 그 역할을 중시하고 인정하는 동시에, 인간의 이성적 요소와 비이성적 요소를 분리하고 대립시키는 비이성주의의 오류를 분명히 인식하고 비판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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