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노동
  • ㅡ "예견된 위험 방치한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 그러나 대기업은 기소조차 안 돼"
등록일 :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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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이하 울산운동본부)가 10월 21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2층 교육장에서 '울산지역 중대재해 판결문 분석과 진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울산지역 중대재해 희생자 기억주간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울산지방법원의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경향과 지역 산재 실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자리였다.

 

ㅡ 1999년 이후 울산에서 1,447명 산재 사망

 

현미향 울산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이 발표한 '울산지역 중대재해 현황과 분석'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22년까지 24년간 울산지역에서 총 1,447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이 중 사고사망이 921명, 질병사망이 526명이다. 같은 기간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총 76,772건(사고 62,926건, 질병 13,846건)에 달했다.

 

특히 울산지역의 사망만인율은 2023년 기준 1.21로 전국 평균 0.98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재해율 역시 1.05로 전국 평균 0.66을 크게 상회한다. 1962년 울산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중화학공업이 집중된 울산의 산업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울산지역 중대재해는 계속되고 있다. 2022년 18명, 2023년 13명, 2024년 23명, 2025년 9월까지 27명이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노동부 공식 집계와 울산운동본부 집계 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노동부가 일부 중대재해를 집계에서 누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ㅡ 울산지방법원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4건 분석

 

김형기 민주노총법률원 울산사무소 공인노무사는 발제를 통해 울산지방법원에서 선고된 4건의 중대재해처벌법 판결을 상세히 분석했다. 이 중 2건은 실형, 2건은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 실형 선고 사례: 반복된 위험 경고 무시

 

① 엠텍 사건 (2024.4.4. 선고, 2022고단4497)

• 사고 내용: 네팔 국적 노동자가 다이캐스팅 기계 금형 청소 중 안전문 방호장치 결함으로 머리가 끼여 사망
• 핵심 문제: 사고 10개월 전부터 외부 안전점검기관이 수차례 위험성을 지적했으나 개선 안 함. 사고 10일 전 보고서에는 "최근 울산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으므로 끼임 사고 예방 조치 중점 관리 바람"이라는 내용까지 있었음
• 판결: 대표이사 징역 2년, 총괄이사 금고 1년 6월, 법인 벌금 1억 5천만 원 (당시 중대재해처벌법 역대 최고형)
• 법원 판단: "위험을 인지하고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단순 과실로 볼 수 없다"

 

② 신성산업 사건 (2025.1.9. 선고, 2023고단1687)

• 사고 내용: 블로우 성형기 내부 스크랩 제거 중 금형 사이에 머리가 끼여 사망
• 핵심 문제: 인터록 센서에 금속 클립을 끼워 방호장치 무력화. 2021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총 24회 위험성 지적받았으나 개선 안 함. 사고 직후 현장 관리자가 증거인멸 시도(CCTV 포착)
• 판결: 사업본부 부본부장·대표이사 각 징역 1년 6월, 법인 벌금 1억 원
• 법원 판단: "유족과의 합의와 사후 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로 선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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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죄 판결 사례: 예견가능성 부정

 

③ SK멀티유틸리티 사건 (2025.2.13. 선고, 2024고단205)

• 사고 내용: 석탄 하역 중 과적된 덤프트럭 적재함이 전도되어 하청노동자 질식사
• 판결: 원청·하청 대표이사 중대재해처벌법 무죄 (운전사·운송업체 대표는 업무상과실치사 유죄)
• 법원 판단: "운전자 오조작이 사고의 직접 원인. 덤프트럭 전도 사고까지 예견하기 어려움. 출입통제 미비와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 없음"

 

이 판결은 실질적인 안전관리체계 구축 노력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예견불가능'을 이유로 경영책임자 책임을 면제한 사례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에 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ㅡ 중대재해처벌법 집행의 문제점

 

김형기 노무사는 판결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1. 대기업은 '법꾸라지' - 기소조차 안 돼

 

• 2022년 5월 19일 에쓰오일 대형 폭발사고(10명 사상): 고용노동부가 대표이사 대신 CSO만 송치, 검찰은 대표이사·CSO 모두 불기소
• 2022년 4월 2일 현대중공업 폭발사고(1명 사망): 3년 6개월째 고용노동부 수사 중
• "비싼 변호사 쓰면 처벌 안 받는다"는 공식 작용

 

2. 법원의 최하한 수준 가벼운 처벌

 

• 2025년 8월까지 1심 판결 56건 중 50건 유죄, 6건 무죄
• 유죄 50건 평균 형량: 징역 1년, 벌금 1억 원
• 실형 선고는 5건에 불과 (한국제강, 엠텍, 삼강에스앤씨, 기성건설, 신성산업)
• 법인 벌금 평균 1억 1,140만 원 (법정 상한 50억 원의 2.2%)

 

3. 적용 대상의 편중

 

• 울산지방법원 4건 판결 모두 중소기업 대상
• 대기업은 기소 회피 또는 장기 수사 중

 

4. 폭넓은 감형

 

• 유족 합의, 사후 시정조치, 법 시행 초기 등을 이유로 폭넓게 감형
•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엄벌을 통한 예방)에 부합하지 않는 처벌 수위

 

ㅡ 조선업 중대재해, 위험의 외주화·이주화

 

오세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조선업 중대재해 발생과 위험의 외주화, 위험의 이주화" 토론을 통해 원청이 위험한 작업을 하청에 떠넘기고, 하청은 다시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고발했다.

 

김경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현대중공업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 실태" 토론에서 형식적인 안전관리체계로는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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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대로 엄격 적용해야"

 

조창민 울산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울산지역에서만 2022년 이후 81명이 중대재해로 사망했다"며 "반복적으로 위험을 경고받고도 개선하지 않은 경영책임자에게는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대기업은 기소조차 되지 않는 이중 잣대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용규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본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 취지대로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특히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 대표이사와 대기업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울산지역 중대재해의 실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 있는 집행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예견된 위험을 방치한 경영책임자는 실형으로 처벌하되, 작업자 과실이나 예견불가능을 이유로 경영책임을 면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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