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허영구(전민주노총 부위원장)
등록일 : 202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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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론면 용마산에서 바라본 여강초입   [출처] 블로그 <낭만업자>

 

새해가 바뀌었는데도 시끄러운 세상사에 밀려 2주 넘게 산을 찾지 못했다. 오후에 마을 지인이 추천한 세물머리(삼합리)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라는 백운지맥 용마산에 올랐다. 백운지맥은 ‘한강기맥 삼계봉에서 분기된 영월지맥상 치악산 남대봉에서 분기하여 백운산을 지나 남한강과 섬강의 합류지점인 부론면 흥호리에서 그 맥을 다하는 46.9km 산줄기’라고 한다. 아, 산맥이 강과 만나는구나!

 

집에서 1.5km 남짓 떨어진 손곡리 마을에서 임도를 따라 오른다. 낯선 사람이 지나가니 외딴집 개가 컹컹 짓는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어 미끄럽기까지 하다. ‘~공파 가족묘’를 지나 조금 지나니 봉우리 하나 만나고 다시 능선을 만나 좌측으로 오르기 시작하는데 남한강 물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걸어 정상에 당도한다. 산불감시초소에는 산이름 대신 ‘백운지맥’(242.8m)이라는 표시만 있다. 건너편 여주자산과 고향산에서 바라보던 남한강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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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지맥   개념  및  지도   중에서 (출처  : 블로그 맹돌이2)  

 

차 한잔 한 뒤 흥원창이 있는 흥호리 방향으로 하산한다. 낙엽이 쌓여 등산로는 잘 보이지 않고 인적도 없지만 지맥을 타는 사람들이 걸어놓은 꼬리표가 등산로임을 알려준다. 그러나 능선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가다가는 집과 점점 멀어질 것 같아 흥원창을 바라보고 하산한다. 등산로가 아니니 하산길이 더디다. 지난번 내린 수분이 많이 함유된 눈이라는 ‘습설’에 부러진 소나무 가지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조심조심하며 한참을 내려오는 데 얼어붙은 흙 위에 초록빛을 띤 고사리가 보인다. 상록수만 있는 게 아니라 상록초도 있다. 산초나무, 다래나무도 보인다.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다. 마지막으로 가시덤불을 헤치며 마을로 내려온다. 황량한 논을 지나고 도로를 건너 고려, 조선시대 개경과 한양으로 실어 가던 세곡을 보관하던 흥원창에 도착한다. 

 

누가 ‘부론강(이 지역에서 부르는 남한강의 다른 이름)의 노을’이라 했던가.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 뒤 남긴 석양이 남한강, 섬강, 청미천이 만나는 새물머리에 내려앉아 한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몇 번째이지만 노을풍경은 그때마다 다르다. 강물 위에는 오리떼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남한강에 어둠이 깔리고 건너편 창남나루 대오마을에 몇 개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젠 자전거길이 조성된 강둑을 따라 걷는다. 멀리 부론면 법천리 마을 불빛이 옹기종기 반짝인다. 자동차도 긴 불빛을 비추며 남한강대교를 건너간다. 어둑한 강을 흐르는 물소리가 힘차다. 태백에서 시작해 동강과 충주호를 이곳까지 흘러왔다. 물(水, 氵)이 아래로 흘러가는(去) 것이 자연의 이치인 법(法)인데 인간 세상의 법은 왜 위로만 역류하려 하는가? 3km 남짓 걸어 집에 도착하는데 하늘에 별이 총총하게 빛난다.   

531회, 용마산, 원주 부론 손곡리, 202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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